[Opinion] So long, farewell !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6.0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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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대표곡 ‘가장 보통의 존재’나 ‘산들산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그들에게 이렇게 큰 애정을 가지게 된 데는 그리 오래지 않았다. 좋아하는 친구가 좋아하면 괜히 관심 가지게 되고, 덩달아 알고 싶어지는 그런 보편적인 감정으로 노래를 찾아 듣고, 시와 같은 가사에 놀라게 되고, 그러다보니 그가 쓴 글이나 책까지 찾아보게 되었던 것이 첫 시작이었다. 물론 그 친구에 대한 마음은 한때의 소나기와도 같았지만, 그 와중에 언니네이발관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은 것이었다.
 
6집 앨범이 발매되기 전부터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작업물에 관한 글을 종종 써왔다. 자신이 한 음악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꿈에서도 믹싱 작업을 했다는, 그리고 화염방사기로 녹음한 것을 전부 불태워 버리고 음악계를 떠났으면 싶다는 그런(...) 글까지. 5집을 내고 9년째 정규앨범을 발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언제 발매될지 모르는 6집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기다릴 것이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설렘으로 느껴졌었다. 한편으로는 끝을 보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서 5월 17일 선발매곡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가 공개되고, 6월 1일 음원사이트에 모든 곡이 뜨고, 예약 구매했던 앨범이 발송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던 순간은 감격과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그 음악들을 다 들어버리면 이제 기다릴 것이 사라져버리고,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언발관.jpg

 
집으로 돌아와 사실은 누군가 빨리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를 앨범의 포장을 조심스럽게 뜯었다. 한정판에만 들어있는 기타 피크는 다행히도 원하던 디자인이었고, 고운 가사로만 꼭꼭 채워져 있을 북클릿에는 군데군데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인터뷰에 따르면 자신들의 사진을 앨범에 넣는다는 것은 그들로써도 처음 시도해본 것이라던데. 산문집에서 몇 번씩이나 스스로 깎아내렸던 그의 얼굴이, 그리고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졌던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이 내 눈에는 그저 좋기만 했다.
 
<홀로 있는 사람들>이라는 앨범 명에서 느낄 수 있듯 ‘나’와 그런 내가 가진 마음의 휘발성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곡 중에서 돋보였던 곡이 아이유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3번 트랙 ‘누구나 아는 비밀’이다. 이미 결말을 아는 상황에서 시작하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석원의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겹쳐 보였는데, ‘영원한 것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영원을 꿈꾸는 가사를 보면서 마음이라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가볍고 모순적인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늘 그래왔듯 그들의 이번 6집도 보편적인 삶의 모습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걸어가고,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타인들을 만나고, 그러는 중에 ‘나’라는 미약한 존재에 대해 깨닫게 되며, 결국에는 그런 개개인이 모여 ‘우리’를 이뤄가는 것. 언니네이발관이 오롯이 팬들을 생각하며 이번 앨범을 완성해낸 것처럼, 혼자 추는 춤이 결코 혼자가 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한 때는 가장 특별할 줄 알았던 자신이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가면서 ‘이렇게 살아가는 게 결국은 나’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내게 노래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자신에 대한 권태를 인정하고 그럼에도 여러모로 부족한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를 자꾸만 망각하게 되는 지금, 어쩌면 가장 필요했던 것은 모든 게 ‘내 잘못은 아니라는 말’ 아니었을까. 이석원의 미세한 떨림이 헤드폰 너머 그대로 전달되는 듯 했다.
 
이처럼 하나의 앨범에는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한 수많은 고민과 왜 그런 일기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가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언니네이발관은 스스로를 ‘사랑과 삶을 노래해온 보통의 존재들’이라고 일컬었지만 내가 좋아한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매되는 앨범을 들으며, 그들을 통해 추억과 시·공간을 선물 받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은 이미 특별함 그 자체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6집을 끝으로 앞으로 남은 긴 시간들을 6개의 앨범으로만 버텨야하는 만큼, 그리고 이제 마지막인 만큼, 빠른 시간 내에 공연장에서 얼굴보고 웃으며 안녕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노래 언젠간 끝내야 하지만 아직 나는 여기 서있네
그래 언젠간 끝나고 말겠지 그래도 난 아직 여기에
너와 함께 어디서나 언제까지나 우리 함께 계속 노래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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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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