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비부인 [공연예술]

글 입력 2017.05.13 22:4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수지오페라단]2017오페라_나비부인_140.jpg
  

 나비부인이 막을 내리고 난 후 찾아온 궁금증이 있다. 초초상이 핑거톤과의 결혼을 계속 지속시키고 싶었던 이유는 그를 향한 진실된 사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결혼에 대한 집착과 미국이라는 나라의 일부가 되기 위함 때문이었을까. 만약 후자가 맞는 것이라면 그녀가 결혼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녀가 결혼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의 일부가 되려고 했던 이유에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나비부인은 극이 끝난 후에도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처럼 관객들이 계속해서 나비부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데에는 결말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초초상의 죽음’이라는 결말이 주는 효과가 엄청난 것이다.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관객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충격과 슬픔이 남겨지고 그녀가 왜 비극적 결말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 것이다. 사실상, 나는 나비부인의 결말을 보고 나서야 이 오페라의 묘미를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비부인은 꽤나 긴 시간 동안 장면의 큰 변화없이 진행된다. 그런데도 우린 왜 크게 놓치는 장면없이 극의 마지막까지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극의 중간 중간에는 관객들을 집중시키고 지루함을 감소시키지만, 사소하여 잘 알아차릴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이 숨겨져 있는데 이는 음악적 효과와 배우들의 행동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분산된 관객들의 집중을 다시 모으는 요소 중 첫 번째는 바로 음악적 효과이다. ‘오페라’라는 특성 상 나비부인은 비교적 지루할 수 있는 긴 노래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극이 진행되는 도중 집중력을 잃을 수 있고 잠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나비부인은 한국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자막을 읽으며 극을 감상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집중력을 온전히 유지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긴 노래로 극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과 극에 변화를 가져오는 상항, 그리고 여주인공의 상황이 극에 달하는 상황, 즉 극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면에서는 비교적 고조되며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음악적 효과가 등장한다. 예를 들어, 결혼을 위해 개종한 초초상에 분노한 친척이 등장하는 장면에는 어딘가 근엄하고 낮게 깔리는 음악이 나온다. 또한 핑거톤이 미국으로 떠난 후 샤플레스가 초초상에게 찾아 왔을 때 관객들 조차 몰랐던 초초상의 아이가 등장하고 굉장히 고조된 음악이 깔린다. 이와 같이 나비부인은 비교적 길고 평이한 노래 속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음에도 중요한 장면이 등장할 때 마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음악으로 관객들이 극에 다시 한번 몰입하게끔 한다.


[수지오페라단]2017오페라_나비부인_027.jpg
 

다음으로, 음악적 효과 이외에도 우리를 극에 더욱 집중하게끔 만드는 요소는 배우들의 행동이다. 특히 극 중 샤플레스는 지팡이를 들고 등장하는데, 이를 바닥에 두 번 정도 내려치는 행동을 자주 반복한다. 물론 극의 인물들에게 할 말이 있을 때와 초초상의 집에 누군가 있는 지 확인할 때 하는 행동이지만 이는 관객들 또한 더욱 그 상황과 극 자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렇게 바닥을 내리치는 행위는 지루함을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 도 있는 관객들을 다시 정신 차리게끔 만드는 효과를 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극 진행 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결혼 중매인 고로는 박수 치는 행위를 자주 반복한다. 박수를 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다른 이의 이목을 집중시킬 때 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고로가 박수를 치는 것이 극 중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이 또한 이목을 집중시키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들의 이목을 끄는 행동 중 마지막은 망원경으로 관객들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극이 거의 마지막을 향해갈 때쯤 초초상은 뱃소리를 듣고 핑거톤임을 확인하기 위해 망원경을 들어 관객석을 살펴 보는 듯한 행동을 한다.

 망원경이라는 물건 자체가 무언가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행동은 관객들로 하여금 약간의 긴장을 하게 만든다. 물론 망원경을 사용하는 것은 극의 내용 상 뱃소리의 주인이 핑거톤임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만 관객석을 향해서 들여다봤다는 점은 관객들을 살펴보고 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극의 스토리를 더욱 부각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무대장치가 있다. 총 3막 중 무대 장치는 세 번 정도 변화하는데 이는 대부분 초초상의 마음을 대변한다. 수지오페라단이 표현한 나비부인 무대가 특이한 점은 바로 비교적 단순하고 제한적인 무대장치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제 1막에서는 두 개의 조각상이 등장하고 그 이외에는 그 어떤 무대 장치도 찾아볼 수 없다. 제 2,3막에서도 마찬가지로 한 개에서 두 개의 조각상 이외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에 다양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는 조명이 사용되는 데 이 또한 초초상의 심리 변화에 따라 변화한다. 비교적 단순한 무대장치에 당황할 수 도 있지만, 이는 초초상의 비극적 스토리를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로서 훌륭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초초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극의 내용에 집중하여 무대 또한 그녀의 심리를 대변하는 장치로만 구성했다는 사실이 극의 중심적인 스토리를 더욱 부각시킨다고 생각한다.


[수지오페라단]2017오페라_나비부인_065.jpg
 
[수지오페라단]2017오페라_나비부인_137.JPG





  나비부인 스토리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미쓰사이공과 같이 비슷한 줄거리의 작품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의 대부분이 군인과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들이 아니어도 나비부인 스토리는 우리에게 막연히 새롭기만 하진 않다. 실제로 한국전쟁 중 파견 나온 미군과 한국여성 간의 사랑은 존재했었고 이 사실을 많이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비부인의 배경인 나가사키는 아시아 중 가장 먼저 서양문물을 받아드렸던 일본에서도 항구라는 특징으로 가장 빨리 새로운 문명을 접했던 곳이다. 그 곳에서 태어나 몰락한 가문의 자녀로서 게이샤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초초상을 생각하면 많은 생각이 든다.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과연 핑거톤과의 사랑이었을까, 그녀는 나비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여성을 상징하는 것일까? 나는 그 보다는 한 가문의 여인으로써 끝까지 자신의 명예와 자긍심을 지키고자 했던 그녀를 통해 ‘여성’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0003763144_001_20170501200603491.jpg
 

[이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