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쿠아리움을 좋아하시나요?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 [영화]

돌고래 사냥, 그 내막에 대한 에세이
글 입력 2017.04.2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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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중간에 다소 잔인한 사진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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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작년 이 맘때 즈음, 나는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다. 수족관에 들어서는 순간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특히 ‘벨루가’는 환상적이었는데, 여느 고래들보다도 크고 아름다운 자태를 하고 있었다. 다른 해양 생물들도 구경하던 중, 수족관에서는 일정 시간마다 맞춰서 동물을 데리고 나와 서커스 쇼나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귀엽고 신기해서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레 보였다. 부르르 떨기도 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짓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고래들도 다를 것이 없었다. 다른 생물들과 함께, 작은 수조 안에 갇혀 관람객들 주변을 왔다갔다 거리며 재롱을 떨기도 했다. 아쿠아리움을 나오며, 나는 이곳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에게는 갤러리에 사진 몇 장과 좋은 추억을 남았을지 몰라도, 동물들에게는 끊임없는 고통의 연속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녀온 이후 나는 우연히 ‘더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을 감상하게 되었고, 영상을 보고나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지난 날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던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더 코브는 91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돌고래 사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의 영상만으로 모든 실상을 담을 순 없겠지만, 9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에게 굵고 강력한 함의를 던지고 있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소개해 본다.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 (91분)

감독: 루이 시호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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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 영상


 먼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은 ‘릭 오배리’이다. 그는 타이지시의 돌고래 학살을 폭로하고, 진실을 알리려는 목적에서 다음과 같은 프로젝트 영상을 찍기로 한 것이다. 돌고래를 잡는 사람이 있다면, 또한 풀어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배리는 돌고래를 보호하고 풀어주는 사람이었다.

 그가 돌고래 수호자가 된 사연은 ‘플리퍼’라는 드라마를 계기로 한다. 오배리가 돌고래 조련사로 드라마에 출연했을 당시, 프로그램이 성행함과 동시에 그 또한 각광을 받게 되었지만 정작 주인공이었던 돌고래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끝내 자신의 숨을 스스로 멈추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여전하게도 수족관 산업은 흥행했고, 그들은 다른 돌고래를 필요로 했다. 돌고래 사냥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돌고래들이 연쇄적으로 죽어가는 상황이 일어나면서 이에 대해 오배리는 책임감을 느껴 결국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찍게 된 것이다. 영상을 촬영하는 동안 심기가 불편할 정도로 일본 경찰들의 탄압과 비방이 있었는데, 그 속에서도 꿋꿋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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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비밀을 숨긴 작은 어촌마을. 사건은 일본의 타이지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타이지시는 돌고래 마을로 유명하다. 마을 곳곳에 돌고래 표지판이 있고 강가에는 돌고래 모형 배들이 둥둥 떠다닌다. 겉으로는 돌고래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내막은 어둡고, 비참하고 끔찍하다. 타이지시에는 돌고래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고, 근처 국립공원에서는 돌고래 사냥을 일삼고 있다.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심각성을 느끼지는 못했다. 곧이어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어버린 화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피바다가 되거나 말거나, 돌고래 사냥은 진행된다. 국립공원에는 칼을 든 어부들이 활보하고 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광경을, 어부들은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돌고래를 향해 칼을 내리꽂는다. 어부들은 이 영상을 공개해도 폐쇄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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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래는 환경 인식을 일깨운 상징적인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착취가 아니라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정말이지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생명 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윤리를 어기는 수족관들은 여전히 흥행하고 있고, 돌고래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돌고래들은 텅 비어있는 듯한 눈으로 미소를 보인다. 항상 관객을 즐겁게 해야 한다. 하지만 수족관 돌고래들의 미소야 말로 최고의 속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늘 행복하다는 허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사실 돌고래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위궤양이 올 정도로 힘든데 말이다. 수족관 무대 뒤 한켠에는 약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다 속 자유로운 영혼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비극적인 현실이었다. 바다의 돌고래와 비교하자면, 바다 속에 사는 고래들은 하루 65km를 이동하고, 먹이도 먹고 친구도 사귄다. 고래류는 청각에 아주 예민한 지능적 동물이다. 그들은 소리의 음파를 이용해 정보를 얻는데, 사람들에 둘러싸인 수족관 속 돌고래는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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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타이지시 어부들은 당연히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굳이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그저 돌고래를 잡아 전 세계 각지에 팔아넘길 뿐이다. 마리당 최고는 1억까지 받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돌고래 박물관 측으로 돌고래 고기도 팔아넘긴다. 이런 것들은 어부들의 악랄한 사냥을 지속시킨다. 그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도 보이지 않나 보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지구상 최대, 최악의 돌고래 학살로 귀결될 것이다.

 물론 고래류 보호단체도 있다. 국제포경위원회(IWC)가 그 몫을 맡고 있는데, 사실상 이 단체에서 돌고래는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왜 관심 밖으로 두는 것일까? 답은 뻔했다. 포경을 허용한 나라들이, 돌고래를 제외하여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어미 돌고래들은 살육당하고, 새끼 돌고래들은 훈련용을 키워진다. 그러다 그들 역시 결국엔 살육을 당하게 된다.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 하고 있었다. 이 외딴 곳 밖에서는,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타이지시의 어부들은 돌고래 사냥이 그들의 전통이고 문화이며 소를 잡아먹듯 돌고래도 잡아먹는 이치라며, 말도 안 되는 합리화로 그들의 비윤리적인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것은 거짓이다. 일본 내 자체에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매년 2만 3천 마리의 돌고래가 죽어간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접했을 때, 그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라고 대답했다. 오히려 먹는다는 사실에 놀라거나 돌고래는 먹는 음식이 아니다, 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것이 사실이고 전부라면 정말 큰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돌고래 사냥이 문화라고 포장할 수 있는가? 가장 큰 문제는 아주 치밀하게 이뤄지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미디어의 은폐라고 볼 수 있다.
 
 영상을 다 보고 난 후, 엄청난 회의감이 밀려왔다.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죄책감을 느꼈다. 돌고래는 항상 인간과 친숙한 이미지였다. 그들은 상황을 조작하는 법, 인간과 관계를 맺는 법, 상상력을 동원하여 창조하는 법을 이해한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인간의 수화와 비슷한 언어를 통해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여기서 간과한 사실은 수화라는 방식이 일방적이고 ‘의인화’ 되어있다는 것이다. 돌고래들에게 인간의 언어를 가르치고 조종하겠다는 은연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것은 왜곡된 국가주의의 작동인 셈이고 일본과 돌고래사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배경으로 한, 우리 사회의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과연 악순환의 고리가 끊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영상 마지막에는, 릭 오배리와 그와 같은 뜻을 함께 펼친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들을 보여주었다. 우선 돌고래 고기 섭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발언을 했던, 일본 수산청 부국장은 해고되었다. 그의 머리카락 검사 결과, 수은 중독이 나온 충격적인 사실도 알려졌다. 돌고래 고기는 타이지시의 학교 급식에서 제외되었다. 이것은 두 명의 시의원이 노력한 결과이다. 하지만 일본은 포경재개와 관련하여 여전히 국가들을 포섭하고 있다. 그들은 문제를 의식하지 못하고, 심각성을 깨닫지도 못했다.

 변화는 개인들의 열정에서 비롯된다. 고래보호를 IWC에 기댄다면 희망이 없다. 개인들의 노력과 함께 제도적인 노력이 있다면, 돌고래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의 보존과 생태계 보존은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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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에세이를 마무리 짓기 전, 개인적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이 단체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찾아보았다. 더 코브 사이트에 들어 가보니 많은 사람들 또한 나처럼 궁금한 점이 많았다. 사이트에는 사람들이 많이 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달아놓은 카테고리가 있었다. 인상 깊었던 몇 가지 Q&A항목을 간단하게 번역해보았다.


Q. 지금은 타이지시의 돌고래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A. 안타깝게도, 돌고래들은 여전히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Q. 돌고래의 수명은 어느 정도 되나요?
A. 돌고래는 야생에서 45-50년정도 살아갑니다. 그러나 반이 넘는 수들은 감금을 당하면서 스트레스, 질병, 탱크 속 오염 때문에 2년 안에 죽습니다.

Q. 돌고래들은 수화를 이해할 수 있나요?
A. 돌고래들은 아메리칸 수화의 90개의 명령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돌고래 언어를 하나정도 밖에 이해하지 못합니다.


출처 -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 www.thecovemovie.com


 이러한 질문 외에도 많은 부분에 있어 궁금했던 점을 해소할 수 있었다. 몇 개의 항목들만 보더라도, 돌고래는 사람을 잘 따르고 애정이 깊다는 동물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반면 인간들은 어떠한가. 오로지 우리의 이익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모습이 너무 한심하고 불편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더 코브는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을 말해주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았는데,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것들이다. 돌고래 쇼 관람 티켓 구매하지 않기, 할 수 있는 진정서 또는 탄원서에 서명하기, the cove 영상을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웹상에 공유하기 정도였다.
 
 다시 말하지만, 변화는 개인들의 열정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인다면 분명 희망은 있을 것이다.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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