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씁쓸하기에 아름다운, '찬란하지만 너라는 계절'

마음 속에 묻어둔 감성을 담백하게 풀어낸 그림 에세이
글 입력 2017.03.3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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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날씨가 변덕스럽긴 하지만 꽃들이 캠퍼스 둘레길을 다채로이 수놓기 시작했다. 봄은 오고 있고 사람들의 마음에도 역시 봄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봄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나타내고, 설렘을 안겨주는 계절로 여겨지지만 꼭 그런 밝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절절한 사랑을 해 보지 않았더라도 봄이 되면 마음 한켠에 외로움이 자라고, 마음 속에 누군가를 그려야 할 것만 같다. 무게는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이든 고독을 갖고 있다. 봄의 밝은 기운이 이 고독을 툭툭 건드려, 아이러니하게도 울적한 감정이 생겨나는 증상을 사람들은 봄에 많이 겪는다. 석류 작가의 담백한 글에 오령경(르코) 작가의 센치한 그림이 더해진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은 이러한 봄을 닮아 있다. 봄이 주는 자그만 열병, 고독과 그리움. 그리고 또 거기서 전해지는 위로의 느낌까지,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은 많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4월에 읽으면 좋을 그림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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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적인 사물이나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들에게서 깨달음을 얻는 것은 실로 어렵다. 그럼에도 가끔 우리가 일상에 숨겨진 은유들을 찾을 수 있을 때는, 마음 속에 어떤 대상을 지속적으로 떠올리고 있을 때인 것 같다. 총 4가지 섹션의 첫 부분인 '사랑의 계절' 에서는 그 대상이 바로 지나간 사랑이다. 예민하고 감성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일상의 발견을 남들보다 쉽게 하곤 한다. 석류 작가의 글은 소소한 발견, 이를테면 커피, 달, 버스카드, 심지어 대패삼겹살에서 느낀 그에 대한 감정들을 말해주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뽑아낸 글이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구석이 있다. 쓸쓸함과 그리움이라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법한 감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아프지만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이 좀 더 쉽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두번째 '여행의 계절'에서는 작가가 여행하면서 느꼈던, 역시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웅장한 자연이나 화려한 건축물보다 가끔은 여행지에서 발견한 반딧불 하나가 기억에 더 남곤 한다. 글에 나타난 여행은 어딘지 모르게 사랑을 닮아있다. 짜릿함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그와중에도 외로움을 들이밀기도 한다. 사랑을 하며 행복에 젖어있다가도 상대방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다는 걸 문득 느낄 때 사랑의 틀 안에서도 외로워질 수 있다. '너라는 계절'도 바로 그러한 사랑의 양면을 그리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나라는 계절'은 비로소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영화, 음악, 사람, 장소···. 그리움에 가려졌던 많은 호감들이 나타나 종이 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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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글들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 책에 그토록 공감한 까닭은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감성'이 오글거림으로 전락해버린 사회에서 마음에 꾹꾹 눌러담은 말들을 꺼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다.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의 글들은, 담백하게 우리의 속마음을 대신 얘기해준다. 미련이라 치부되어 버려야 할 무거운 감정을 산뜻하게 풀어내어 마음 속 깊은 곳을 자극한다. 건조한 문체이더라도 그 안에 무언가 뜨거움이 느껴지는 글들이었고, 작가의 글에 공감하는 모든 이에게 그리움은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헤어짐을 한탄하며 상대방을 잊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하는 친구에게 "너는 참 좋은 사람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손바닥 뒤집듯 변한 상대방의 마음과 대비되게, 친구의 마음은 끈끈하고 따뜻한 색깔을 띠며 추억들을 어여삐 여겨 아름답게 품고 있는 마음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은 그런 소중함을 가득 담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쓸쓸함과 슬픔이 군데군데 묻어있지만 이 책이 어딘지 모르게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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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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