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천재의 삶에서 위로를 얻다 [시각 예술]

헬로 미켈란젤로전을 다녀와서
글 입력 2017.03.1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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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조각가이자 건축가, 화가였던 미켈란젤로. 그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와 다비드상은 천재적인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그 작품에 얽힌 미켈란젤로의 삶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본 다빈치’에서 기획한 헬로 미켈란젤로전은 “위로”라는 주제 아래 컨버전스 아트 형식으로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재해석했다. 전시는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작품을 나열하지 않고, 미켈란젤로의 삶과 연관 지어 그의 수작들을 6개 공간에 배치한다. 천부적인 재능과 노력으로 평생을 예술에 매달렸던 미켈란젤로, 그의 삶과 고뇌를 알아보았다.




Chapter 1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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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면에 나열된 그의 일대기가 보인다. 나는 미술사적 지식이 굉장히 얕은 편이라 일대기가 작품을 감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몇 년도에 누구와 함께 무엇을 했고,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가졌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각 챕터마다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일대기를 훑은 후 전시를 감상하면 이해가 더욱 쉽다.

  전시의 첫 장은 미켈란젤로의 드로잉 습작들이 장식한다. 습작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습작이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인체에 대해 탐구했는지 드러난다. 인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관찰력을 지녔던 미켈란젤로의 인체 묘사는 종종 역시 해부학 분야의 권위있는 지식인이자 20년을 앞선 화가였던 다빈치와 함께 언급되기도 한다. 이 탄탄한 관찰력은 혼자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그려 냈던 미켈란젤로의 저력을 수긍하게 한다. 전시장의 한 쪽 면에는 커다란 화면이 그의 습작들을 확대시켜 보여주는데, 다양한 구도와 표정들의 인물들을 천천히 감상하다 보면 섬세하고 역동적인 묘사에 감탄을 절로 내뱉게 된다.




Chapter 2 형태적 질서를 통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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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전시는 “위로”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나는 사실 “위로”라는 단어의 어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여섯 개 중 다섯 개 챕터의 제목이 위로라는 사실에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주는 감동, 그리고 그의 인생 이야기는 분명 위로라는 말이 어느 정도 어울리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예술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작품을 보고 감탄하고, 감동하게 하는 그 힘은 위로라기보다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다룰 장에서는 주관적인 공감에 초점을 맞춰 감상을 쓰려고 한다.

 형태적 질서란 미켈란젤로의 건축 설계도에 드러나는 세계에 대한 정교하고 완벽한 이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설계도는 전문적인 용도로 그려진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바탕으로 실제 건축물을 지을 때 많이 손 볼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즉 그는 드로잉이라는 기술을 통해 수학, 과학적인 분야의 건축 지식까지도 흡수하며 인간과 사물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교하고 사실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한 그의 뛰어난 건축 드로잉은 보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예술적인 감수성을 자극한다.


 

Chapter 3 의식적 숭고함을 통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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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에게는 의식적 숭고함이라는 단어가 와 닿지는 않았다. 잠시 배경 지식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인용하자면,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맡게 될 당시 조각에 심취해 있어 회화에는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워낙 겸손하기도 했지만 다른 이를 추천하면서까지 거절한 것으로 보아 정말로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교황의 강한 믿음으로 인해 결국 일을 맡아 4년을 걸친 대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결국 혼자서 천장화를 그려 냈던 그의 열정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완벽하게 그려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천지창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는 이 거대한 천장화를 제대로 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처음에는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림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벽면과 천장에 그림이 비춰지는 공간 안에서 천장화의 묵직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설명을 통해 공간의 구성과 의미에 대해 이해하고 나니 그림이 또렷하게 보였고, 그제서야 창조주의 손짓에 묻어나는 숭고함과, 그를 표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뇌했던 미켈란젤로의 흔적이 보였다. 인간의 모습을 한 창조주, 그리고 천지창조를 천장화로 그야말로 “재창조”했던 그의 모습은 닮아 있었다. 자신 없었던 일을 이토록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그 동안 쌓아 온 실력을 쏟아 부은 그가 세상을 이해하는 지평은 더욱 넓어졌을 것이다. 신의 모습까지도 “창조”하는 인간의 위대함과 그 행위의 숭고함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Chapter 4 절대적 시선을 통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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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적 시선이란 <최후의 심판>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제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층위처럼 지옥-연옥-천국의 세 가지 구조로 나누어져 있으며, 등장 인물들은 천상계, 천사들, 부활하는 자들, 승천하는 자들, 지옥으로 끌려가는 자들 다섯 무리로 나누어진다. 이 구도를 모르고 봤을 때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구도를 대강이나마 파악 한 후 감상한다면 작품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사각의 공간에서 은은한 조명 아래 3면에 비춰지는 인물들은 더욱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작품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다양한 구도와 표정을 한 사람들의 모습은 절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모습이기도 하다. 작품의 절대자는 중앙에 위치한 그리스도이지만 작품 밖의 절대자는 작가 혹은 감상자인 우리들이다. 이처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감상자는 그리스도와 주변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으로부터 <최후의 심판>이 그려내는 이야기에 참여하게 되며, 결국 그러한 인간 군상들은 인간인 나 자신이자 창조주인 그리스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Chapter 5 비례적 조화를 통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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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에서는 미켈란젤로의 다양한 조각들을 전시하고, 3D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명작으로 알려진 <다비드 상>, <피에타>를 비롯하여 그의 다른 조각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는 회화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인 반면에 조각은 존재하는 영혼을 다듬는 것이라고 여겼다. 기본적으로 겸손했지만 조각 분야에서만큼은 그만큼 자부심이 컸던 미켈란젤로의 진가를 볼 수 있기는 공간이기도 하다. 드로잉에서 드러나는 인체에 대한 치열한 탐구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의 조각들은 너무나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인간의 표현이다.

 여기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다비드상에 얽힌 이야기였다.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의뢰 받은 당시 “정복자 다윗”의 모습으로 조각을 완성하려 했으나 작업 도중 대리석에 깊게 난 흠을 발견했다고 한다. 완벽을 추구하던 그는 완벽하고 강한 정복자의 몸에 난 흠을 용납하지 못해 조각을 깨부수려고 했지만, 자신의 내면의 음성을 듣게 된다.

“미켈란젤로야, 너에게도 흠이 있단다. 곧 인간은 흠과 같은 존재이다.”

조각을 원점으로 돌리려던 그는 작업을 계속하였고, 완성된 <다비드상>은 완벽하게 그를 충족시켰다고 한다. 완벽한 정복자의 모습이 아닌 평범하지만 강한 인간의 모습으로서 말이다. 미켈란젤로는 다비드상으로 인해 완벽에 집착하던 모습을 버리고 자신의 부족함 까지도 인정하게 된 것이 아닐까. 겉모습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진 다양한 측면 중 가장 “완벽하지 못한” 모습까지도 인정하게 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도 훨씬 넓어졌으리라.




Chapter 6 예술적 구성을 통한 “위로” & 미디어 미술관, 큐브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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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6번째 장은 그림에서의 구성과 같은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되지 않았던 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성을 살려 그림 한 장에 그려냄으로써 이야기를 표현한 그의 상상력과 능력에 감탄했다. 인물의 표정과 한 두 가지의 소재만으로 각각의 선지자들이 처한 상황과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다.

 미디어 미술관은 관객이 창조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이 재처럼 사라졌다가 처음부터 생겨난다. 큐브 미술관에는 미켈란젤로가 쓴 소네트가 전시되어 있다. 연모하는 이를 만지고, 포옹하고, 입맞추지 못한 것이 그 어떤 고통보다 컸다는 미켈란젤로. 연인에게 보내는 소네트는 인간 미켈란젤로가 지닌 다양한 모습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준다.




천재의 삶에서 얻는 위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람들을 인식하면서 볼 수 있는 모든 아룸다움은 그 어떤 것보다 우리가 이룰 천국의 모습과 닮아 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느끼는 감동의 근본은 결국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라는 지점으로 향한다. 그가 관찰하고 묘사하는 인간의 모습은 섬세하고 사실적이며, 살아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하나 하나 모두 다른 감정과 상황에 놓여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그가 존경하고 숭배하는 창조주의 모습은 작품을 창조하는 미켈란젤로의 모습이며, 이 천재의 모습은 인간을 사랑하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맞닿는다. 즉 그가 그려낸 인간은 그 자신의 다양한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그와 같이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남긴 미켈란젤로와 그의 작품들. 때로 너무 뛰어난 작품들은 평범한 사람인 나와는 정말 멀어 보이지만, 그 작품들 또한 인간이 있었기에 만들어진 것이고, 천재적인 예술가도 결국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것. 헬로 미켈란젤로전에서 전하는 위로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임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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