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루의 끝, 나를 위한 손그림 [문학]

글 입력 2017.01.06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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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표현하는 방식들이 많지만 글 다음으로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게 그림이다. 익숙해서 그런가. 성인이 된 지금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족들에게 색연필로 정성스레 꾸민 크리스마스를 선물로 준다. <나를 위한 달콤한 손그림>은 그런 나에게 선물 같은 책이다. 가만히 책상에 앉아 '손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언제 낼 수 있을까 의심하지만, 책을 펼쳐드는 순간 온갖 맛있는 음식 그림들에 사로잡혀 색연필부터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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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색연필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되어서 책에서 추천한 색연필 중 하나인 파버카스텔 5색만을 가지고 무작정 책을 펼쳐들었다. 콕 찌르면 탱탱한 촉감이 느껴질 듯한 새빨간 토마토. 다행히 2~3가지 기본색 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기본적인 색연필 다루는 스킬부터 과일 그림을 배치하고 응용하는 방법까지 매우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를 표현하는 것처럼 아주 기본적인 스킬이지만 미술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렵게 느껴질 만한 것들을 차근차근 단계별로 알려주니 막힘없이 그림 그릴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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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이 완성되고 나니 영 아마추어 티가 나지만 뿌듯하다. 색깔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었던가. 빨강, 노랑, 초록, 이런 색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사각사각 연필이 종이에 닿는 소리를 들으며 색연필 그림을 그리면 잡념이 사라지고 그림에만 집중하는 묘한 순간이 온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몰입의 순간인지. 요즘은 너무 바쁘게 살고 있어서 하나에 완전하게 몰입하기가 힘들다. 색연필 그림을 그리며 잠시나마 느낀 몰입의 즐거움을 좀 더 이어나가고 싶어 내친김에 새콤한 레몬도 따라 그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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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임새봄 씨의 말처럼 색연필의 가장 큰 매력은 접근성에 있는 것 같다. '그림'이라 하면 누구나 비싸고 관리하기 번거로운 재료들을 떠올리는데, 색연필만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재료가 없는 것 같다. 색이 부족해 더 많은 음식그림을 따라 그리지 못한 것이 아쉬울 만큼 힐링의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컬러링북을 치유의 수단으로 찾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몇 시간을 달리는 세상에서 이 책은 컨셉을 아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게 달려온 하루의 끝,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끔 작은 몰입의 행복을 선사할 필요가 있다. 색연필로 부담없이 슥슥 그리는 싱그러운 음식 그림을 통해 색과 맛,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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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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