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 소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 - DMZ국제다큐영화제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0.0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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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3일부터 개막해 9월 29일을 끝으로 폐막한 DMZ 국제 다큐 영화제를 다녀왔다. 
바로 지척에서 하는 영화제였는데 왜 그 동안은 가 볼 생각을 안 했던 걸까. 나처럼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제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날을 잡아 하루 종일 볼 것을 영화만 볼 것을. 하루에 두 편 이상은 무리라며 스스로를 자제한 게 후회스러울 만큼 좋은 영화들이 많았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축제도 가 본 사람이 즐길 줄 아는가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116편의 다큐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그 중 내가 본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 





소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The Land of the Enlightened, 2016)

장르: 다큐멘터리
시간: 87분
감독: Pieter Jan De Pue(벨기에)


감독은 무려 7년간의 긴 촬영을 통해 아프가니스탄과 미군, 소년들,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한다. 허구와 픽션이 묘하게 뒤섞인 하이브리드 다큐 형식의 이 영화는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황폐한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의 스토리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미군과 탈레반의 전쟁이 진행 중인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하나는 파미르 고원을 배경으로 소년들이 갱단을 조직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파미르 고원과 아프가니스탄은 아주 연관이 깊다. 중앙아시아 남동부에 위치한 파미르 고원은 히말라야 산맥과 힌두쿠시 산맥, 톈산 산맥 등 대산맥들을 품고 있어 세계의 지붕이라 불린다. 대부분은 타지키스탄에 속하지만 동쪽은 중국, 힌두쿠시 산맥을 따라 남서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속해 있다. 바로 이곳에서 어린 소년들은 갱단을 만들어 카라반들(낙타나 말에 물건을 싣고 사막을 여행하는 상인)과 아편, 광석들을 거래한다. 사실 소년 갱단의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굉장히 의미 깊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혹시 아프가니스탄이 아편과 청금석으로 유명한 것을 알고 있는가. 아프가니스탄은 청금석 또는 라피스 라줄리라 불리는 광물의 주요 생산지이자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 국가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도 수도 카불과는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청금석을 채굴하기 위해 어린 아이들이 어둡고 깊은 동굴 속에서 망치질을 하거나 양귀비의 진액을 채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장면을 보던 나의 비참한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 걱정 없이 친구들과 뛰어 놀거나 학교에 있어야 할 어린 아이들의 손에 들린 것은 양귀비의 진액을 채취하기 위한 도구들이었다. 그 뿐인가. 낡은 전쟁 무기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거나 탄환들을 모아 생필품들로 교환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왜 이 아이들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왜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세계 최빈국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아이들과 여성들을 착취해 벌어들인 돈은 빌어먹게도 탈레반과 부정부패로 가득 찬 정부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정부도, 탈레반도, 미군도, 어느 누구도 이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바차바지라 불리는 소년들은 아프간 고위 권력자들의 성적 노예로 시달리지만 이 오래된 악습은 정부에 의해 암묵적으로 용인된다. 아직도 많은 소녀들과 여성들은 명예살인, 조혼으로 목숨을 잃는다. IS에게 소수민족들이 납치당해 목이 잘린 채로 발견되어도 무능한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탈레반은 가난에 허덕이는 어린아이들을 협박하거나 돈을 주겠다는 미끼로 유혹해 자살 폭탄 테러의 희생양으로 삼는다. 그리고 끊이지 않는 무차별 테러로 인해 세상을 떠나는 민간인들의 숫자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미군의 오폭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민간인의 숫자 또한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발생한 쿤두즈 병원 폭격 사건을 말하고 싶다. 어린 아이들과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 의료진을 포함해 총 42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끔찍한 사건. 비극적이지만 인간적 실수였다며 옹졸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미국의 태도는 코웃음을 치게 만든다. 나는 그것이 실수가 아닌 의도적 폭격이었으리라 확신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군들의 모습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계산적이고 권위적으로 행동하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현지인들의 동조를 얻기 위해 부대 안에서는 부드러운 노래를 틀어 놓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주민들을 모아놓곤 탈레반이 얼마나 잔악한 테러 집단인지를 설명하지만 결론은 한 가지다.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감옥과 죽음뿐이야. 알아서 선택해.’  게다가 탈레반이 있을법한 곳이라면 민간인의 여부는 고려조차 하지 않고 무차별 폭격을 가한다. 미군의 폭격으로 사라진 병원이 있던 쿤두즈. 그 곳이 탈레반의 손에 잠시 넘어갔던 지역이라는 점은 참으로 소름끼치는 우연의 일치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며 무엇을 위한 전쟁일까. 저 아름다운 땅은 누구의 것일까.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어린 아이들, 여성들, 평범한 시민들일뿐이다. 그들을 위한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이리 무겁고 지독한 현실을 영화는 숨이 멎을 듯한 영상미로 나타내어 여전히 그 모습들이 생생하다. 특히 파미르 고원의 거대하고 압도적인 아름다움은 나로 하여금 무엇이 현실이고 환상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함과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아. 아름다운 아프가니스탄.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멈출 날은 언제일까. 부디 그 땅이 아프간인들을 위한 땅으로 온전히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미지 출처: 구글

영상 출처: 유튜브


[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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