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은진의 물음.... 연극 '진홍빛 소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글 입력 2016.05.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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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은진의 물음....
연극 '진홍빛 소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지난 4월 30일 저녁,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진홍빛 소녀'를 만났습니다. 
2인극으로 펼쳐진 그 연극은 단 두 명만으로도 그 무대와 그 공간을 다 메꾸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저번에 보았던 2인극과는 다른 장르, 다른 느낌을 주는 무대였습니다.

같이 갔던 친구와 나오면서 말했습니다.
"기가 다 빨린 느낌이야..."


진홍빛소녀1.jpg
 
KakaoTalk_20160505_153557544.jpg
 

* 극 내용 자체의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까 앉아만 있었는데도 내가 힘이 다 빠져...."


그만큼 두 명의 배우가 하는 연기는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극장이라는 작은 무대, 작은 소품들, 어떠한 것도 웅장하지 않았지만 배우들이 내뿜는 감정만은 어떠한 것보다 웅장했습니다. 그러한 감정의 폭발은 점차 커져 절정을 찍은 후 공허함만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극 중에서의 공허함처럼 말이죠.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었습니다.

극중 은진의 안타까운 물음,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어떤 관객분은 그 물음에 화답하듯, 눈물을 보이시기도 했습니다. 
보는 내내 여주인공 은진의 상처에 공감하며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은진의 삶은 처절했고, 안쓰러웠습니다.

또한 연극의 시작에서 말하는 남주인공 이혁의 '그냥 보는 것도 살인방조죄입니다.' 라는 말, 그 말은 연극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보고도 그저 보기만 해도 그것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입니다.

모두 연극 속에 담겨 있습니다. 은진의 아픔, 슬픔, 혁의 후회, 
과거에서의 일들은 현재에도 끈질기게 그 둘을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들에 대해서 서로를 탓할 수도 없는...
그러한 진홍빛 소녀와 진홍빛 소년이었습니다.





그리고 2인극인만큼 연출이 상당히 돋보이는 연극 이었습니다. 
무대 활용도가 상당히 높았고, 무대에 올라온 모든 소품들이 이야기 속에서 역할을 하고, 무대 구조 역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적재적소에 위치하여 있었습니다. 모든 행동이 좋은 연출에 의하여 의도되어 무대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연극 '진홍빛 소녀'는 밝은 느낌, 경쾌한 스토리를 가진 연극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눈을 뗄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 줄거리만을 보고도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연극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마냥 웃고, 행복한 연극이 아니라 불편한 느낌을 주는 연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치 그 연극을 보고 있는 관객 역시 방관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불편함을 주는 연극 역시 꼭 필요한 장르입니다.

마치 보면서 영화 '도가니'와 '한공주'를 동시에 보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이야기들 이었습니다. 대사나 장면에 흡연 장면이나 선정적인 부분 역시 등장했지만 그러한 부분은 이 연극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었을 겁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러닝타임 동안 눈을 뗄 수 없었고, 감정의 폭발을 온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바쁜 일과를 마무리한 후에 만난 좋은 연극이었습니다.



고혜원.jpg
 

[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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