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설가 한강, 맨부커상 최종후보로 입성하다: 한국 문학의 현주소를 짚어보며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4.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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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2016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 6명 중 소설가 한강의 작품이 명단에 올라 크게 주목받고 있다. 맨부커상이 무엇이기에 한국 문학계와 문화부 기자들 사이에서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보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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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다. 해마다 영어로 쓴 영미 소설 중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데,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14일에 한강의 「채식주의사」,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로버트 시탈러 「인생 전체」, 옌렌커의 「네 권의 책」, 호세 에두아르도 아구아루사의 「망각의 일반 이론」,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내 마음 속의 기이함」등 6명이 선정되어 최종 후보명단이 결정됐다. 이 후보 작가들과 번역가에게 각각 상금 1천 파운드(약 162만원)가 수여됐고 최종 결과는 5월 16일 영군 런던의 브리티쉬 도서관에서 발표된다. 수상자는 국제적인 명성과 함께 상금 5만 파운드(약 8천 100만원)라는 영예를 얻는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동물적인 것에 환멸을 느껴 채식을 고집하는 주인공 영혜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해 그녀를 부정하고 강압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주변인들 사이에서의 긴장을 보여주는 연작소설이다. 우리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폭력과 성애로 점철된 욕망을 파헤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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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지는 수많은 기사들과 SNS마다의 주목들을 살펴보면 맨부커의 영향력이 그만큼 큰 것인지, 침체되다 못해 고사(枯死)는 하지 않을까 걱정이던 한국 현대문학이 드디어 빛을 보고 파죽지세로 세계까지 뻗어갈 것만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우리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지금의 입바람들은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다. 물론, 한강 작가는 격려 받아 마땅하다. 그녀는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시적이고 아름다운 서사로 주목받지만 약간의 광기 어린 문체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그렇게 큰 대중성을 얻은 작가는 아니었다. 한강의 맨부커 수상에 기대를 걸면서 부활을 꿈꾸는 국내 문학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갑작스러운 찬사와 관심에 그녀가 느낄 부담감이 어느 정도 예상은 간다. 누가 됐든 우리 문단을 더 알릴 수 있다면, 해외 시장으로 길을 뚫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가 한마음일 것이다.


  내가 불편한 것은 바로 그 ‘누가 됐든’의 지점이다. 한강이라는 작가와 소설 「채식주의자」 작품 자체에 대한 대중의 예술적 주목보다 노벨 문학상의 한(恨)을 풀지 못한 우리 현대문학의 진가를 입증 받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만 같다. 그런 것에라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문학 시장의 현주소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맨부커 이슈가 나고 인터넷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순위 목록을 보면 항상 10위 안에 「채식주의자」가 자리하고 있다.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알겠으나 그렇다고 딱히 독자들 사이에서 한국 문학 열풍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마치 얼마 전, 김환기의 점면점화가 한국 미술 경매가 최고치를 경신해 모든 채널의 뉴스에서 보도가 이루어졌음에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뜨겁지 않았고 대중들이 김환기 작가의 삶과 작품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 눈엔 각각의 사례들이 문단만의 축제, 미술계만의 축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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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분야가 힘을 얻으려면 응원과 지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깊은 관심과 토론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소설 「채식주의자」가 정말로 한국을 대표할 만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끌어올릴 만한 작품인지에 관해 국내 독자들의 판단과 활발한 토론이 없다면 작품의 맨부커 이슈는 단발적인 사건에 불과할 것이다. 문단만의 기념비적 일로 끝날 뿐이다. 작품에서 풀어나가는 ‘폭력성’, ‘여성성’, ‘섹스’, ‘가족’의 이미지적 소재들을 밥상머리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문학 작품을 킬링타임용, 오락적인 픽션 정도로 생각해도 좋지만 우리 삶을 관철하는 의미 있는 시선이라는 이해도 보편적인 이해로 튼튼하게 뒷받침된다면 한국 문단의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한국 문학이 한국인들의 일상 기저에 자리하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그런 열성적인 독자들이 늘어난다면, 작가들부터 달라진다.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우리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며 고립된 문학계가 역동적으로 변할 것이다. 예술적 감수성이 예술인들의 권위 속에서나 진지하게 향유되는 것은 시대와도 맞지 않다. 한강이 맨부커상 최종후보로 오른 일은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를 발판으로 하여, 독자와 작품, 문단 간의 소통이 확산되길 바라며 조용히 그녀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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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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