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뮌헨 소년 합창단, 감동과 웃음 모두 얻었던 공연

글 입력 2016.04.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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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뮌헨 소년 합창단> 공연에 다녀왔다. 소년 합창단 공연은 처음이라 정말 기대했는데 마침 좌석도 매우 좋았다. 1층인데다가 앞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소년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1부에는 칼 오르프의 ‘오 운명이여’나 모차르트의 ‘찬란한 아침이 곧 밝아오리니’, 베르디의 ‘노예들의 합창’등 내겐좀 생소한 곡들을 노래했다. 사실 가사의 뜻을 알면 더 몰입할 수 있었을 텐데 알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가사라도 적어서 가져왔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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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뮌헨 소년 합창단이 유명해서 소년들이 무대에서 매우 능숙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애들은 애들이었다. 쭈뼛거리며 인사하고 서로 눈치를 보기도 했다. 그리고 몇 번 솔로로 앞에 나서서 노래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떨고있는 게 목소리로 전해졌다. 그래서 귀엽기도 하고 풋풋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아이들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건 아니었다. 내가 들을 줄 잘 모르긴 하지만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키 작은 아이들은 목소리가 아름답고 깨끗했다. 마치 가식과 기교가 없는 목소리라고 해야할까? 맑고 티없는 목소리에 내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1부는 가사와 뜻을 모르는 곡들이 많았지만 슈베르트의 <보리수>는 들어본 적이 많아서 익숙했고, <고양이의 이중창>은 다른 소년 합창단에서 노래 부른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거기서도 “야옹”거리는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 역시 뮌헨 소년들도 재미있고 귀엽게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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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어리둥절하고 떨려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관찰하느라 시간이 훌쩍 가버린 것 같다. 내 예상을 깨는 점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독일 아이들이지만 우리나라 아이들과 별 다를바 없이 어린 티가 났고, 맨 뒤에 섰던 키 큰 아이들은 좀 더 늠름하고 능숙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사 모르는 곡들 때문에 아쉬워할 무렵, 드디어 1부의 마지막 곡이 나왔다. 바로 <아리랑>이었다. 갑자기 우리말로 된 노래를 들으니 너무 반갑기도 했고 외국 아이들이 너무 멋지게 불러줘서 감동적이었다. 발음하기 어려운데도 잘 불러줘서 고마웠다. <아리랑>을 들으며 우리 곡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미션이 지난 뒤 매우 기다렸던 2부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아바의 노래도 불러주었고,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 we are the world >나 < we are the champion >같은 곡들도 불렀다. 2부는 팝송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실제 목소리가 더 묻어나왔다. 그리고 똑같은 곡이라도 아이들이 부르니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미성의 목소리로 부르니 더 경건하고 순수하게 들리는 것 같달까. 마이클 잭슨이나 퀸, 엔니오 모리꼬네의 곡 등 가사가 긍정적이고 평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아이들이 세상의 어른들에게 고하는 곡 같기도 했다. 그래서 노래를 듣다보니 괜히 찡했는데,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같이 온 사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난 아이들을 보면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던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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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내가 뮌헨 소년 합창단 노랠 들으며 감동을 받았나 생각해봤다. 분명 크로스오버 소프라노가 함께 노래했을 때보다 소년들만 노래했을 때가 더 좋았다. 그리고 목소리에 떨림이 느껴지기도 했고 아무래도 성인보다 덜 다듬어졌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하지만 왜 전에 들었던 성인의 합창곡들보다 더 깊게 와닿았으며 공연이 끝난 뒤 훨씬 더 아쉬웠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들의 목소리가 우리도 어릴 때 가졌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목소리이고, 저렇게 어린 나이에만 있는 풋풋함과 순수함이 목소리에 베어나오기 때문 아닐까 싶다. 노래만 기대하고 갔지만 쭈뼛거리고 부끄럼 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왔고, 우리나라 아이들 같은 친근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감동과 웃음 모두 얻었던 공연이었기에 그날 밤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 좋은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이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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