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네 삶의 어제, 오늘, 내일이 다 담겨있는 뮤지컬 '빨래' 그리고 다시 돌아온 홍롱고 [공연예술]

160326 뮤지컬 빨래 / 홍광호 홍지희
글 입력 2016.04.0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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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의 어제, 오늘, 내일이 다 담겨있는 뮤지컬 <빨래> 그리고 다시 돌아온 홍롱고



 뮤지컬<빨래>가 2016년 3월부터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18차 공연을 이어갑니다. 2005년 첫 프로무대 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꾸준하고 뜨거운 사랑을 받아 온 뮤지컬<빨래>는 서울살이를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애환과 고단한 삶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강원도에서 상경하여 서울살이를 이어가는 나영, 돈을 벌기 위해 고국인 몽골을 떠나 한국으로 온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 등 나름의 외로움을 갖고 살아가는 다양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노래를 통해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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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히 이번 18차 공연은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는데요. 이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노트르담 드 파리>등 과 영국에서 공연된 <미스 사이공>에 출연하여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홍광호가 솔롱고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홍광호는 2009년 뮤지컬<빨래>에서 솔롱고 역할을 맡아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극장 공연을 매진시키는 스타 배우로 성장했습니다. 
그 인기에 보답이라도 하듯, 홍배우는 이번 18차 빨래에 솔롱고로 다시 출연하고 싶다고 스스로 자원하였다고 하는데요. 전 회차가 순식간에 매진된 홍광호 캐스팅의 뮤지컬<빨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 티켓이 원가의 6배에 달하는 프리미엄 가격에 판매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뮤지컬<빨래>, 그리고 홍광호라는 배우에게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 것일까요?



우리네 삶의 어제, 오늘, 내일이 다 담겨있는 뮤지컬<빨래>
 
"나는 빨래를 하면서 
얼룩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리고,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가요." 
 - 뮤지컬<빨래> 中 "빨래"


 사랑하는 엄마와 가족들이 살고있는 강원도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 살며 직장 생활을 하는 여주인공 '나영'이 주말에 빨래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뮤지컬<빨래>에 등장하는 많은 노래들이 마음에 와닿았는데 저는 특히 이 "빨래"라는 노래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저 같이 지방에서 올라와서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들, 고향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서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 뿐만 아니라 고달픈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들이 공감할 만한 노랫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부와 직장일에 지치고 스트레스 받았던 어제, 타향살이 속 기댈 곳 하나 없이 외로운 오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내서 살아가야 하는 내일. 이 모든 것을 '빨래'라는 삶의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서 따뜻하고 정겹게 표현해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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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빨래>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힘겨운 타향 살이 속 기댈 곳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삭막한 세상 속에서 서로 의지하고 위로해주며 웃음과 희망을 잃지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여주인공 나영, 옥탑방에 사는 순수한 외국인 노동자 청년 솔롱고, 드세고 욕쟁이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맘씨좋고, 마음 속 아픔을 간직한 주인할머니, 사연 많은 희정엄마까지. 각각의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들이 한 마을에서 가족처럼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이 캐릭터들은 모두들 하나같이 위의 노랫말 처럼 '얼룩 같은 어제, 먼지 같은 오늘, 잘 다려진 내일'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일하고 있는 서점에서 사장에게 무시당하고 책으로 머리를 얻어맞기 일쑤였던 나영의 어제, 우울함에 빠져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던 오늘의 일들은 정겨운 이웃들과 노래를 부르고 빨래를 하며 지워지고, 털어져 갑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상상하며 다가올 내일을 잘 다려 준비하고, 그렇게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도 열심히 이겨내보겠다고 결심하죠.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 또한 임금 체불, 외국인 차별 등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상처 받고 허덕이지만 힘든 삶 한켠에서 사랑과 희망을 발견하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행복한 미래, 즉, 잘 다려진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살아갑니다. 이렇게 뮤지컬<빨래> 속에는 얼룩 같은 그들의 어제, 먼지 같은 오늘, 잘 다려진 내일이 모두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극을 관람하는 관객들 또한, 그 속에서 우리 삶의 어제, 오늘, 그럼에도 살아가야 할 내일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2시간 30분 동안의 러닝타임 동안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배우들의 노래에 묻어나오는 외로움에 마음 한 켠이 찡해져 눈물이 나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연기에는 웃음이 터지기도 합니다. '빨래'라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소재 하나로 웃음 짓고 눈물 짓게 만드는 이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는 갓 마른 빨래처럼 깨끗하고 상쾌해진 마음을 선물 받게 될 것입니다. 삶에 지치고 힘든, 얼룩 같은 어제를 지내고 먼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힐링 뮤지컬<빨래>였습니다.



다시 돌아온 홍롱고

 관객들이 뽑은 '다시 보고싶은 솔롱고' 1위, 홍광호. 배우 홍광호가 연기하는 솔롱고는 '홍롱고'라는 전용 애칭이 생길만큼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50회가 넘는 대극장 공연을 순식간에 전회 매진 시킬만큼 인기의 최정상에 서있는 홍광호가 대학로 소극장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는 뮤지컬<빨래>가 가진 순수한 매력, 그리고 소극장 공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관객과의 친밀한 소통이 그리웠던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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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만에 돌아온 <빨래>무대이지만, 홍롱고는 역시 대중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관객들이 기다리고 열광한 만큼, 홍광호의 솔롱고는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순박한 외모와 순수한 웃음은 몽골 청년 솔롱고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듯 보였고, 외국인 노동자 특유의 어눌한 말투 연기 또한 자연스럽게 소화해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솔롱고가 여자 주인공 나영을 다정하게 부르는 장면에서는 여성 관객들 모두가 참았던 탄성을 한꺼번에 내뱉는 바람에 공연장 내에 큰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모두들 익히 알고 있는 만큼, 그의 가창력 또한 두말 할 필요 없이 훌륭했는데요. 뮤지컬<빨래>의 넘버들 중 가장 유명한, 솔롱고의 주제곡 "참 예뻐요"를 부를 때는 '마이크가 필요 없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극장 전체를 자신만의 애절한 목소리로 가득 채웁니다. 뮤지컬<빨래> 속 아름다운 넘버들과, 순수하면서도 외로움을 담고 있는 듯한 홍광호 특유의 목소리는 깨끗하게 어우러져 듣는 이의 마음을 떨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오랜 경력과 무대 경험으로 다져진 그의 가창력은 극장 안의 관객들을 몰입시키고 극 중 인물들에게 감정이입하게 하여 관객들이 작품에 더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홍광호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에 더하여, 수 년이 지난 후 자진하여 다시 찾은 작품에 대한 배우 본인의 애정과 깊은 이해도가 '홍롱고'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홍광호가 출연하는 <빨래>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광경은 "팬싸인회 씬"입니다. 바로 2막 초반에 이벤트 성으로 진행되는 장면인데요. 솔롱고 역할을 맡은 배우가 제일서점에 초청된 유명작가로 변신하여 당일 무대 현장에서 즉석 팬사인회를 개최하는 것입니다. 그 날 저는 뒷 부분의 좌석에 앉아있어서 아쉽게도 무대에 나가서 홍광호 배우의 싸인을 받는 행운의 기회는 잡지 못했지만, 대신 앞 부분의 관객들 모두가 동시에 뛰쳐나가서 줄을 서고, 안내원에게 제지당해 울상을 지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등장하여 익살스러운 연기를 하는 홍광호의 무대 매너에 한 번 놀라고, 동시에 그의 엄청난 인기를 실감하여 두 번 놀랐던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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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뮤지컬<빨래>와 명품 배우 홍광호. 
보물 같은 두 가지가 합쳐져 관객들에게 보물 같은 시간을 선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힘든 서울살이에 지친 우리들, 먼지 같은 일상을 털어내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공연입니다!

 
[안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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