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겨울에 피어난 감성, '겨울 나그네'

글 입력 2016.01.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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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이 열리는 1월 22일 금요일은 추운 날씨의 정점을 찍을 무렵이었다. 얼굴로 몰아치는 칼바람, 손발을 얼리는 싸늘한 냉기. 정말 내가 겨울 나그네가 된 양 예술의 전당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보니 약간의 프로그램 변동이 있었다. 본래 예정되어 있었던 Piano Sonata No. 21 in B flat, D. 960이 Four Impromptus, D.899 (Op. 90)으로 변경된 것이었다. 슈베르트의 소나타를 기대하고 갔기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후에 피아니스트님의 연주를 들으며 아쉬움은 싹 사라졌다. 공연을 통해 슈베르트의 음악 세계를 밀도있게 느낄 수 있었다.

   겨울 나그네는 챔버홀에서 열리게 되었는데, 챔버홀은 콘서트홀과 달리 조금 작은 규모의 홀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자리든 무대와 가까운 느낌이 들어 공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의 홀이라 인상깊었다. 무대 가운대에는 피아노가 있었고, 양 옆에는 꽃과 나뭇잎을 표현한 기둥 모양의 조형물이 있었다. 무대에서 부터 겨울 분위기가 물씬 흐른다. 겨울 나그네라는 타이틀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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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클래식을 자주 접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기 보다는 다른 작업을 할 때 같이 듣는 일이 잦다. 그래서 항상 음악은 친근하면서도 낯설다. 2시간이라는 시간동안 피아노의 음색과 아름답고 풍부한 목소리에 충분히 빠져볼 수 있는 기회. 오늘 어떤 세계를 보고 듣고 올 것인지 잔뜩 기대되는 마음으로 관람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피아니스트 조재혁님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강렬했다가, 다시 차분해지고 마치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주에 계속 감탄하게 되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들을 직접 듣게 되니 그의 곡들이 이토록 섬세하고 감성적이었는지 새삼 놀랐다. 또한 이 즉흥곡들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님의 음색과 움직임도 물 흐르듯 부드럽고 또렷하게 느껴졌다. 마치 피아노와 하나로 이어진 것 같은 움직임. 곡의 흐름을 따라 잔잔했다가 여유로웠다가 때론 격정적이었다가, 마치 바다를 보는 듯한 연주였다. 연주가 끝날 때 까지 온 몸의 신경이 바짝 서 있었다.

   이후 순서는 메조소프라노 백재은님의 목소리와 피아니스트 조재혁님의 피아노 반주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연가를 들을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풍부하고 울림 있는 목소리가 홀을 가득 채워 깜짝 놀랐다. 깊이 있는 목소리에 애절한 감정이 깃들자 홀 안이 꽉 찬 느낌이었다. 겨울 나그네는 사랑에 실패한 청년의 이야기로, 어느 추운 겨울날 그 청년이 이곳 저곳을 헤메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곡의 내용상 전체적인 분위기는 슬픔, 우울, 고독, 절망으로 휩싸이게 된다. 피아노 반주와 노래가 합쳐져 이 비극적인 정서가 실감나게 묻어났다. 곡이 진행되면서, 동시에 성악가분의 표정과 미세한 움직임이 더해지며 겨울 나그네를 더 잘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겨울 나그네의 가사가 스크린에 나타나 있어서 곡마다의 내용과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따라갈 수 있어 좋았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계속 귓가에 피아노 소리와 노랫소리가 울리는 듯 했다. 사실 공연 중간에 나가는 관객들이 있었다. 계속 이어지는 곡이었기에 공연 시간이 길었긴 했지만, 중간에 나가는 관객으로 인해 중간중간 공연의 흐름이 끊겨 아쉬웠다. 그 외에는 굉장히 기분 좋은, 인상에 남는 연주회였다. 피아니스트 조재혁님과 메조소프라노 백재은님은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다음 공연이 열린다면 또 한번 찾아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확실히 음악을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거쳐 듣는 것과 실제로 음악을 듣는 것의 차이는 크다고 느꼈다. 음이 만들어지는 시작점에서 생생하게 느끼는 웅장함, 열정, 분위기, 세세한 동작까지. 눈으로도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표현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서 전해지는 감정이 더욱 풍부해진다.

   겨울 나그네는 어머니와 처음으로 함께 관람한 공연이었다. 함께 공연을 보며 어머니가 슈베르트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아득한 시간 너머 슈베르트가 들려준 겨울의 풍경이 지금 이 겨울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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