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디지털 스토리텔러 만화가 강풀의 '서사웹툰'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1.0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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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풀 작가가 그린 '강풀 캐릭터'
 
 
  강풀은 내가 제일 좋아하며 존경하는 만화가 중 한 분으로 그분의 첫 작품부터 지금까지 쭉 응원하는 열렬한 광팬이다. 강풀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책이 많은 우리 집 책장에 꽂혀 있던 <순정만화>라는 만화책에서였다. 전혀 궁금증을 자아낼 만한 제목도 아니었고 당시 중학생이었던 내가 좋아하는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가 그려져 있지도 않았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뽑아든 강풀의 첫 작품 <순정만화>는 나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주었다. 강풀의 작품을 접하기 전에는 사실 나에게 ‘만화’란 부정적인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나와 동생들이 줄글로 된 책보다 다소 쉽고 중독적인 만화에 먼저 맛을 들일까봐 만화책을 잘 읽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일상적이면서도 거부감이 없는 그림체와 탄탄하고 긴 스토리 구성, 잔잔한 감동까지 지닌 강풀 만화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만화책에서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인상을 심어주었다.
 
  <순정만화>에 이어 <바보>, <아파트>, <타이밍>, <어게인>, <26년>, <당신의 모든 순간>, <그대를 사랑합니다>, <조명가게>, <이웃사람> 등 그의 만화가 연재될 때마다 족족 섭렵했다. 쉽게 질리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이기에 절대 같은 작품을 두 번 본 경우는 없었는데, 강풀은 그런 나의 이상한(?) 습관을 깨준 첫 작가였다. 강풀은 항상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같은 달달하고 풋풋한 순정물과 <아파트>, <타이밍>과 같은 일명 미스테리심리썰렁물을 번갈아 연재하여 항상 참신한 소재로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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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으로 제작된 <순정만화> 등장인물 및 원작자 강풀 소개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장편 서사 웹툰뿐 아니라 <일쌍다반사>, <영화야, 놀자>와 같은 그의 일상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를 다룬 단행본들도 집에 두고 몇 번이나 읽는다. 웹툰도 월, 화, 수, 목, 금마다 보는 종류가 다른데, 다른 일반 웹툰들은 그냥 12시가 지나면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핸드폰 화면을 쭉쭉 내리면서 보는 반면 강풀 웹툰이 업데이트되면 집중하면서 하나하나 곱씹으며 본다. 나 말고도 강풀 만화는 영화, 연극, 뮤지컬과 같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들이 서로 제작하고 싶어 하는 소재이다. 연이어 영화화 혹은 드라마화되는 이유와 인기 비결을 묻는 인터뷰를 보면 강풀은 항상 "네트즌들의 힘" 이라고 공을 돌린다. 네티즌들에 의해 검증되었기 때문에 계속 2차 창작물이 제작되는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봤으니 그만큼 객관성과 보편타당성이 있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풀의 샘솟는 아이디어의 원천은 잡생각과 목사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과 화목한 가정에서의 영향이라고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강풀만의 다뜻한 정서로 잘 풀어내는 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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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적 소재와 탄탄한 구성으로 영화가 사랑한 만화가 강풀
 
 
  강풀 대부분의 작품은 영화화되었는데, 역시 그 영화들도 개봉될 때마다 직접 영화관에서 돈을 내고 챙겨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강풀 작품을 굉장히 아끼기 때문에 그의 만화가 영화화된다는 점이 좋으면서 싫기도 했다. 강풀의 만화가 영화화되면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될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2시간 남짓한 영화라는 매체에 강풀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웹툰에서 보던 장면 몇 부분이 등장하지 않으면 괜히 혼자 아쉬워하고 그랬다. 그래서인지 강풀의 만화가 영화화 된 것 중에서 크게 흥행한 건 없지만 그래도 원작을 많이 훼손시키진 않은 티가 많이 났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그래도 내가 본 영화화된 작품 중에서 가장 원작인 웹툰과 비슷했다. 그만큼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강풀이 많이 참여하고 그의 의견이 수용된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같은 국문학도로써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신선한 아이디어가 너무 부럽고 대단하다. 인터넷에 치면 강풀을 ‘디지털 스토리텔러’, ‘1세대 웹툰작가’ 라고들 부른다. 그 전에도 세로보기 형태의 웹툰이 존재했지만 단지 에피소드 형식인 반면에, 강풀이 처음으로 세로보기 형태로 장편 서사물의 만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써 그의 능력이 굉장히 탐난다. 강풀 말대로 항상 거꾸로 생각해보고 늘 무언가를 끄적여 보는 습관을 만들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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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에 이어 영화, 연극으로도 제작된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감정이 메말랐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내게 책을 덮고 나서 눈물을 글썽이게 만든 작품이었다. 대부분 순정물이나 로맨스는 젊은 남녀, 청춘에만 초점을 맞추기 십상이데, 강풀은 그 틀에서 벗어나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누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사랑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까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영화도 굉장히 흥행했다. 역시나 강풀의 감성적 소재와 극적인 구성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나 보다. 이렇게 매번 지극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촘촘한 구성을 연출하는 그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 정신없다고 얼마전에 강풀의 새로 나온 웹툰도 보지 못했는데, 얼른 기사 업로하고 나서 몰아봐야겠다. 아직 보지도 않았지만 매번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강풀이니 너무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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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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