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아마데우스]; 우리들의 살리에리 [시각예술]

“이 노래를 아느냐”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흥행을 한 오페라 곡이었는데.........”
글 입력 2015.12.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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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영화[아마데우스]; 우리들의 살리에리


‘사연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는 말처럼 영화 속 인물들에게는 다들 나름의 사연이 있다. 심지어 악한 일을 저질렀다 할지라도. 공지영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사형수 윤수가 그랬고, [사도]에서 자신의 아들을 뒤주에 갇혀 죽게 한 영조가 그랬다. [아마데우스]에서 천재를 시샘하여 죽음으로 몰아간 범재로 묘사되는, 비엔나의 궁정 작곡가 살리에리도 그렇다. 


movie_image (1).jpg▲영화[아마데우스]포스터, 제공:네이버영화
 

밀로스 포만(Milos Forman) 감독의 [아마데우스]는그의 천재성을 시샘한 당대의 작곡가 살리에리의 시선에서 모차르트의 삶을 그린 영화다. 이야기는 모차르트를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정신병원으로 들어간 그가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누구보다 깊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신앙심으로 비엔나의 궁정 작곡가, 음악가로서는 최고의 지휘까지 올라선 사람이었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신으로부터 재능을 하사받지 못한 불행한 예술가였다. 


제목 없음-1.jpg▲ (왼)살리에리와(오)모차르트, 제공:네이버영화
 

“왜 신은 자기에게 위대한 예술가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만 허락하고,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재능은 허락하지 않았는가!”

광기에 휩싸인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그는 가면을 쓰고 모차르트를 찾아가 레퀴엠의 작곡을 의뢰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작곡료를 많이 주는 대신 작곡가가 누구라는 것은 밝히지 않는 것이다.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의 악보를 받아낸 다음, 모차르트가 죽으면 그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해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는 것이 살리에리의 계획이었다. 


movie_image.jpg▲ 가면을 쓰고 모차르트를 찾아간 살리에리, 제공:네이버 영화
 

작곡을 의뢰받을 당시 모차르트는 건강이 아주 안 좋은 상태였다. 하지만 워낙 돈에 쪼들렸기 때문에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결국 모차르트는 살리에리가 의뢰한 레퀴엠을 작곡하다 쓰러져 세상을 떠난다.





01.jpg▲ 요셉 빌리브로르도 멜러(Joseph Willibrord Mähler)가 그린 안토니오 살리에리 초상화, 제공: 네이버 캐스트
 

사실, 실제 역사는 살리에리가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 등 당시 존경받는 교육자이자 흥행 오페라 작곡가였고 모차르트와의 사이도 썩 좋았다고 기록하지만, 영화만을 놓고 보면 살리에리의 광기어린 질투와 인간을 내면부터 죽여 가는 잔인한 처사에 소름이 끼친다. 그럼에도 살리에리를 매몰차게 ‘천벌 받을 놈!’이라 몰아붙일 수가 없었다. 


movie_image (3).jpg▲ 정신병자들 사이를 지나가는 살리에리, 제공: 네이버 영화
 

살리에리가 정신병원 환자들에게 “너희의 죄를 사하노라”고 마치 ‘신’처럼 손짓하는 장면에 모차르트의 ‘하하하하하핫!’하는 웃음이 찰나 중첩되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신에게 선택받고자 했지만 끝내 신을 저버린 사람과 날 때부터 신의 사랑에 찬 은총을 받은 사람. 음악적 성취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두 사람이 달려갈 때, 후자의 작품이 뛰어난 건 전자가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그 차이를 뼈저리게 알아버렸을 때 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images.jpg▲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 제공: 구글이미지
 

우리는 니체의 [도덕의 계보]에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니체에 따르면, 도덕에는 2가지가 있다. 먼저 모차르트처럼 타고난 재능을 마음껏 발산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좋음good’을 체득한 ‘주인’들의 도덕이 있다. 그 후 그들은 자신이 가지지 않은 도덕, ‘나쁨bad’을 알게 된다. 나쁨은 자기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도덕이며 이에 거리를 둔다. 그럼 주인들이 나쁨이라 말한 도덕을 가진 사람들의 도덕은 무엇인가. 그들의 도덕관은 ‘악Evil’에서 시작한다. 모차르트란 사람은 재능이 있는 만큼 예의바르고 지적일 것이라 기대한 살리에리가 만찬이 준비 중인 방에서 콘스탄체(후에 모차르트의 부인)와 저질스런 사랑 놀음을 하던 그를 목격했을 때의 충격이랄까? 그런 모습도 모차르트의 일부지만 살리에리는 자신이 아닌 ‘그런 짓거리를 하는 자’가 신의 선택을 받은 것에 분노했다. 오직 신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 찬양하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도 금욕적인 삶을 살아온 자신이 ‘선good’하다고 정의한다. 이를 니체는 ‘노예 도덕’이라 한다. 자신의 타고난 자질을 스스로 긍정하지 못하고, 주인의 삶(모차르트)을 부정함으로써만 자신의 삶을 인정하게 되는, 기생적인 도덕관을 말한다.

노예도덕을 극복하지 못한 살리에리는 끊임없이 모차르트와 자신을 비교하며, 그를 염탐하고 허점을 발견해 끌어내리려 한다. 결국에는 천재성을 죽이는 잔인한 방법, 죽은 이를 위한 장송곡, 레퀴엠을 모차르트에게 의뢰해 모차르트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레퀴엠만이 아니라 그 당시 모차르트의 건강,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생활고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죽음’의 노래를 단기간에 창작해야했던 상황도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모차르트를 죽이고 나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뛰어넘는 명성을 찾았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movie_image (4).jpg▲ 정신병원에서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살리에리, 제공:네이버 영화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늙은 살리에리는 신부에게 자신이 만든 노래 몇 가락을 들려주면서 “이 노래를 아느냐”고 묻는다. 신부의 “모른다.”는 대답에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흥행을 한 오페라 곡이었는데.........”하며 씁쓸해 한다. 이내, 모차르트의 가락을 들려준다. 신부는 “아! 이건 아는 곡입니다. 선생님이 이 곡을 지으셨다니! 정말 대단하시군요!”라며 찬사를 늘어놓는다. 살리에리는 그렇게 뛰어넘고 싶었던 모차르트의 곡이 죽어서도 기억되지만 자신의 곡은 살아서도 잊혀 짐에 탄식한다.


tumblr_inline_nvjxler3yB1tyzk26_540.jpg▲ 프리드리히 니체, 제공: tumblr
 

정녕 이 땅의 살리에리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길은 모차르트를 질투하며 쌓여가는 탄식뿐일까. 니체의 [도덕의 계보]에서 우리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는 궁정 작곡가에 부유한 삶을 살았고 모차르트는 재능은 탁월했지만 그 당돌함으로 생활고에 허덕였다. 즉, 주인과 노예의 기본적인 재능 차는 어쩔 수 없지만 동시에 삶은 인과관계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점을 주지해야한다. 과거가 현재의 원인이 아니며 미래가 현재의 결과가 아니다. 이런 삶의 무작위성을 인정하고 이에 맞서서 스스로의 신념으로 살아가라! 누구도 책임 질 수 없는 삶을 신에게, 다른 무엇에게 기대서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믿고 생의 의지에 가득 차 살아가라. 신조차 담보할 수 없는 인생이라는 길을 자신의 두 다리로 힘차게 걸어내는 사람이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며, 이 땅의 살리에리들에게 바치는 조언이다. 





참고

네이버 캐스트: 안토니오 살리에리

네이버 영화: 아마데우스


[이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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