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문학의 역사2-영국의 르네상스, 골든 에이지 [문학]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인간 중심적 사고의 탄생
글 입력 2015.11.2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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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naissance of England (1)
1485 – 1649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인간 중심적 사고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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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와 중세 유럽 문화를 꽃피운 르네상스. 영국 또한 예외 없이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변화된 사상에 빠져들었다. 영국의 르네상스인 골든 에이지를 이끈 두 인물, 엘리자베스 여왕 1세와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대하여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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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여행을 갈 때, 갤러리와 박물관은 일정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 코스이다.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술관에는 쉽게 접하지 못할 다양한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어떻게 발달하였고 어떤 문화를 향유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여러 미술품들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하다. 무언가를 얻고자, 배우고자 떠나온 관광객들에게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이란 단지 수천 년 된 유물들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의 혼이 담긴 각각의 작품들에는 작품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시물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은 ‘신’에 관한 작품이다. 단 며칠 후의 삶조차도 확신할 수 없던 때부터 애니미즘과 토테미즘, 그리고 무속신앙이 시작되었고, 이후 현재의 세계 3대종교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신과 함께 살아왔다. ‘절대적 존재’에 대한 믿음과 의존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인 듯하다. 종교는 오늘날에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 삶 가까이에 존재하지만 과학적 발견이 흔치 않았던 과거의 예술가들은 종교에 지금보다 더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전통적으로 많은 예술가들에게 종교는 그들의 예술 수단이자 목적이었다. 그들은 작품 속에 절대자에 대한 신앙을 표현했고, 그들이 만들어 낸 종교적 예술품은 당대 사람들의 신념을 확고히 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당연한 것이었던 신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역사 상 처음으로 인간 스스로에 주목하기 시작한 시기가 있었다. 이 시기를 가리켜 ‘르네상스’라고 한다.
 
 
 
1. 영국 르네상스와 엘리자베스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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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라는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15세기 이탈리아의 예술 및 건축에서 시작된 르네상스는 ‘부활’이라는 뜻으로 16-17세기의 인간 사고의 확장과 그에 따른 발달에 대하여 가리키는 말이다. 서양 문화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근대 사회의 태동을 알리는 르네상스는 전 유럽의 과학, 정치, 사회, 예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16세기 영국은 유럽의 최강대국으로 성장했고,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마젤란의 세계 일주로 인해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와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게 되었다. 국왕 헨리8세는 왕비 캐서린과의 이혼을 허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교황과 가톨릭을 버리고, 스스로 영국 국교회의 수장이 됨으로써 국가와 교회를 합치는 종교적·정치적 개혁을 단행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신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영국 또한 인간 중심적 정신을 중요시 하였고 이것이 바로 영국의 르네상스를 연 사고의 기초가 되었다.
   
 헨리 8세가 제정을 일치하며 정치·종교계가 권위를 찾음에 이어, 그의 딸 엘리자베스여왕1세는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국가를 안정시킴으로써 사회적, 문화적 전성기 즉, 영국의 황금기를 가져온다. 특히 영문학사상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들 중 하나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이 시기에 활동하면서 문학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주된 작품은 희곡이었는데, 4대 비극과 희극 등의 유명한 작품들을 남긴 덕분에 이 시기는 English Drama의 ‘Golden Age’로 불리게 되었고, 연극계는 당대에 가장 중요한 문학 형태로 인정받게 되었다.
 


2.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골든 에이지(The Golden Age,1558-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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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인 셰익스피어는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사용하여 그가 속한 사회와 인간에 대한 관심을 깊은 통찰력 있게 담아냈다. 그는 희·비극을 포함한 38편의 희곡과 여러 시집 및 소네트집을 써냈다.
    
 신보다 인간을 중심에 두었던 르네상스시기에 이르자, 종교는 이전시대 만큼의 혜안을 사람들에게 제시해주지 못했다. 따라서 문학계는 인간적인 삶의 본질을 주제로 하였으며, 시간과 흐름과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감을 작품 속에 나타내고자 하였다. 즉, 르네상스 시대의 주된 관심사였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셰익스피어는 대사와 같은 극적 표현들을 사용하여 이에 대한 해답을 주고자 하였다.
 
 


<사극과 로마극(History plays and Roman plays)>

 그는 희곡이라는 한 장르 안에서도 사극·로마극·비극·희극 등 다채롭게 작품을 집필했다. 특히 사극의 제목은 실제 영국 왕의 이름을 따서 사용하였다. 그는 국왕을 단지 신격화된 영웅처럼 그려낸 것이 아니라, 때로는 걱정이 많고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묘사함으로써 ‘왕’을 동정하고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을 드러냈다. 또 영웅화된 왕을 선하지만은 않은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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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에 떠오른 정치이슈와 사극, 로마극의 소재를 연결함으로써 셰익스피어는 당시의 사회적 쟁점들을 다루기도 하였는데, 정치적 부도덕성을 관객들에게 비평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것을 가리켜 soliloquy(독백)이라고 한다. 글로브 극장은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멀지 않았기 때문에, 배우와 청중은 대사를 공유함으로써 문제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관객이 극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였다. 극의 전개에 청중이 스며드는 것을 중시했던 그의 희곡은 실제로 출판이 아닌 대중 연극의 상연을 목적으로 쓰였던 것이었다.
 
 
 
<비극(The Tragedies)>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익히 알려진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는 주인공인 왕, 또는 영웅이 우주와 국가의 질서를 지키거나, 무너뜨리고자 하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고뇌하는 딜레마를 담았다. 완벽함과 조화로움을 위해 끊임없이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주인공의 노력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불완전함 때문에 실패로 끝나고 만다. 따라서 주인공은 이루고자 하던 세계의 조화를 상실한 채 끝내 죽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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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릿《Hamlet, 1600》의 한 대목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은 복수와 질투, 그리고 야망을 주제로 하는 그의 비극적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다. 햄릿에게는 왕자로서의 역할과 복수, 그리고 살인이 의무적인 문제이지만 이를 둘러싼 도덕적인 문제들과 대립되며 갈등을 야기한다. 햄릿이 작품 내내 겪어야 하는 내적 갈등은 단순히 한 왕자에게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삶 속에서 직면할 수도 있는 것들이다.
 


<희극(The Comedies)>

 추구하던 완벽함이 상실됨으로써 막을 내리는 비극과 달리,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언제나 조화롭고 행복한 미래를 그리면서 결말을 맺는다. 그러나 단지 너털웃음만을 담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인물들의 잘못된 정체성과 성적 요소, 그리고 사회적 행동을 주제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인간다움이 아닌 속임수와 이기주의로 얻어낸 해피엔딩을 그려냈다. 청중으로 하여금 행복과 조화가 갖는 이면을 보여준다는 점 때문에, 결코 가볍지 않은 그의 희극은 ‘심각한 희극’, 또는 ‘문제극’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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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의 모든 인물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품으며 작품 속에 등장한다. 그가 작품 속에서 문제로 삼은 논점들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것들이며, 그가 창조해 낸 인물들은 지금도 청중들과 독자들의 상상 속에 존재한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그 시대에만 인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셀 수 없는 독자층을 형성해 왔다. 많은 이들이 겪는 보편적인 삶의 문제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400년이 넘는 긴 시간을 거쳐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계속해서 읽히고, 또 사랑받는다. 
 
 절대적이었던 신 중심의 기존 사회를 역전한 어느 한 시대의 새로운 사상은 예술 양식을 바꾸고 문학의 주류 형태를 바꾸었으며, 사회뿐만 아니라 정치적 관계까지도 변화시켰다. 이처럼 인간의 사고는 끊임없이 세상을 변화시켜 왔지만 정체성에 대한 인간의 물음은 불변적인 듯하다.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던 시기였던 르네상스시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셰익스피어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한 것은 어쩌면 쉽사리 변하는 것들 가운데서 결코 변하지 않는, 그가 찾은 진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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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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