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제18회 서울세계무용축제 - "Z를 위한 레퀴엠"

공연 중간 중간 찾아오는 여백과, 공간적인 느낌이 돋보였던 작품.
글 입력 2015.10.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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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를 위한 레퀴엠
제 18회 서울세계무용축제
2015 SIDance


★SIDance2015  시즌.jpg
 

9월 30일 ~ 10월 18일까지 19일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소극장 드림, 서강대학교 메리홀, 남산골한옥마을 국악당에서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평소 무용 쪽 공연을 따로 접해보지 못했었는데, 이번 아트인사이트의 문화초대를 통해 처음 무용공연을 접해보게 되었다! 축제 기간 동안 열리는 다양한 공연들 중, 내가 보게 된 공연은 바로 자그레브 무용단의 Z를 위한 레퀴엠. 전에 프리뷰를 작성하며 이번 공연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알 수 있었다. 인간 삶의 덧없음과 현대사회의 소외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라...오로지 몸의 움직임으로 무거운 주제를 담은 스토리를 풀어낸다니 굉장히 기대가 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공연을 보면서 과연 내가 이해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살짝 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진행되는 약 한 시간동안 나는 무대 속 여러 장치들을 보며 장면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궁금증에 사로잡혀있었다.





자그레브.jpg
 

공연 중간 중간 찾아오는 여백과, 공간적인 느낌이 돋보였던 ‘Z를 위한 레퀴엠’. 내가 처음 접하는 무용 공연이었는데, 상당히 특이하고 독창성 있는 무용 공연을 접한 듯 싶었다. 무용단원들이 마치 가족사진을 찍는 것처럼 밝은 표정과 함께 모여 있다가, 위 사진처럼 얼굴은 굳어지고 힘없이 스르르 무너져 내린다. 때로는 상호 친밀감이 표현되면서도 결국은 삶의 덧없음, 무력함을 드러내는 자그레브 무용단의 몸짓이었다. 그리고 이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숨은 의도와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이 일치할지는 모르겠으나, 여자 무용단원 셋이 나란히 서서 몸 전체가 회전하는 듯한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을 보고, 바쁜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떠올렸다. 또 서로 손을 붙잡고 밀고 당기며 끌고 끌려가는 모습은 개인과 사회 사이의 긴장, 독립과 참여 욕구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지 않았나 싶다. 리뷰를 써내려가며 갑자기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바로 공연의 끝 쯤에서 남자 무용수에게 안겨 들려 있는 여자무용수가 마치 스릴러를 연상시킬 정도로 침묵을 깨고 흐느끼는 장면이다. 더 소름이 돋았던 건 여자가 꽤 오랫동안 흐느끼다가 점점 사악한 웃음소리로 변했다는 것이다. 정말 온몸에 소름이 쫙 돋고 미간은 저절로 찌푸려졌다. 분노를 한껏 담고 있는 웃음소리였다. 이번 ‘Z를 위한 레퀴엠’은 무용수들의 손짓, 몸짓, 목소리 하나하나에 많은 의미와 우리들의 삶과 관련된 무거운 주제들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그레브ㅂ브.jpg
 

공연을 보며 독특하게 느껴졌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가장 특이했던 점은 공연 중 여성무용수가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찍으면 영상이 그대로 뒷 스크린에 고스란히 비춰져 나왔다. 무용수는 다른 무용수의 얼굴, 더 화면을 키워 눈을 담기도 했고, 카메라를 마주보고 자신의 얼굴을 담기도 했으며 카메라의 줌을 능동적으로 사용했다. 자신의 얼굴에 대고 줌 인과 줌 아웃을 통해 표정의 변화도 스크린에 드러내기도 하였다. 자그레브 무용단은 카메라와 스크린을 통해 진짜 신체와 신체 이미지 사이, 촬영하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바로 눈 앞에서 보는 관객들과의 상호작용 등 오늘날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다른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방식이었고 많은 호기심과 흥미를 가져다주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공연 중 마이크도 꽤 많이 쓰였는데, 무용수들은 춤만 추는 게 아니라 가끔 마이크를 잡고 다양한 숨소리를 표현하거나, 비트박스(?)를 하기도 했으며 침묵을 깨고 마이크를 통해 다양한 추임새들이 들려왔다. 자그레브 무용단의 'Z를 위한 레퀴엠‘만의 독특함, 독창성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자그레브무용단.jpg
 

지금 생각해보면 공연을 보면서 내용을 해석하려고 너무 애쓰며 감상했지 않았나 싶다. 좀 더 편하게 생각을 가라앉히고 공연의 흐름을 느끼며 다양한 요소들에 더 집중하며 감상했더라면 나에게 더 좋았지 않았을까! ‘Z를 위한 레퀴엠’은 자그레브 무용단의 에너지, 그리고 다른 예술적 접근과 시학의 도전에 직면하고자 하는 독특한 준비성이 돋보이는 무대였고, 자그레브 무용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춤에 대한 새로운 생각의 공간이 독창성 있게 드러난 무대였다.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에서 열리는 뜻 깊은 공연을 보아서 좋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번 축제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남은 다양한 독창적인 공연들을 향유하길 바란다.





-SIDance 자그레브 무용단 'Z를 위한 레퀴엠'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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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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