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바라 크루거'- 예술이자 미디어, 이를 통해 던지는 사회적 물음 [시각예술]

미국의 페미니스트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
글 입력 2015.10.05 17: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그림01.jpg


바바라 크루거
1945.1.26~ ,Newark


미국의 페미니스트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
그녀는 사진과 텍스트를 결합하는 독특한 예술 형식을 통해
기존 예술에 대한 비판과 사회제도적 권력에 항거하였으며
특히 남성 지배구조하의 사회적 편견에 저항하였다.



언어와 사진의 만남


4.jpg
 

"출판 잡지의 커버나 포스터같은,
잔잔한 모노톤의 사진과 스퀘어 속에 박힌 텍스트가 이루는 강력한 대비."
 

20세기 당시 상당한 문화적 파급력을 불러왔던, 시각 정보 매체인 '사진'과 '텍스트'의 직접적인 만남은 바바라에 의해 응축되고 완성된 예술형식이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의 전형이 되었다. 

바바라 크루거는 언어와 사진의 만남으로 창출되는, 텍스트의 강력한 효과를 증명한 아티스트로 평가된다.
그녀는 잡지와 브로커들로부터 골라낸 사진을 재작업한다. 골라낸 사진 위에 광고의 헤드라인 같은 간략하면서도 집중력 있는 글을 덧붙인다. 이 텍스트는 대중적 명언,정치 문구, 광고 선전문구로부터 유래된 강력하고 풍자적인 글들이다.
 


벽을 넘어 광장으로 향하는 '미디어'로서의 작업

바바라는 대중문화와 예술 사이의 경계에 서있다.
사진은 20세기의 가장 주요한 언론매체이자 문화 미디어였다. 이 속에 그녀는 당시의 주요한 이슈, 뜨거운 감자들을 접목시킨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미술관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넘어 공공장소의 포스터, 광고탑, 책표지, 티셔츠 가방, 성냥갑 등으로 활용한다. 그야말로 대중의 오감을 자극하는, 당시의 주요한 시대적 코드들이 응축된 바바라의 작품은 이러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소통한다. 


1b43158ee02f50f7d6b5fd0b8208f320.jpg
 

yuen-barbra-kruger-assignment.jpg
 

사회 현장 한 가운데서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여 능동적인 참여, 직접적인 행동을 펼치는 작업방식과 텍스트가 발휘하는 문화적 파급력으로 인해 바바라의 예술형식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전략적 방법론으로 활용되었다.
 


남성과 기득권에 저항하여


"남성성과 여성성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교환에 의해 종속됨을 드러내기 위해 ‘나/너’라는 언어적 변주를 사용한다."
- 크레이그 오웬그( 미국의 예술 비평가)

“페미니즘의 신화를 만들기 보다는 현실을 폭로하는 작가”
- 제인 웨인스톡 (여성 영화감독)


그림02.jpg
 

바바라는 정치, 사회, 문화에 걸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하여 진보적 목소리를 내어 왔다.
단순하고도 강력한 글귀와 사진이 만나 이루는 맥락은
위계와 차별, 소외를 조장하는 기득권,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남성들을 향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작품을 통하여 바바라의 페미니즘 행보를 살펴보자.



1.

그림03.jpg
 

‘누가 몸 위에서 싸우고 있고 이해관계는 무엇인가?’
이 작품은 1989년 워싱턴 DC에서 일어났던 낙태 권리 회복 시위를 위한 선전화로 의도되었다. '몸'이란 여성이며 그 위에서 벌어지는 전투란 애 낳기의 권리와 관련된 것이다. 낙태법이 규정하는 것은 낙태의 권리가 여성의 것임에도, 뱃속의 태아를 죽이고 살리는 일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들끓는 절망과 분노는 차갑고 중의적인 뉘앙스를 풍기며 고요히 응시하는 얼굴 속에서 심오한 물음으로 참잠한다. 이와 동시에 직접적인 배치와 강렬한 색감 대비를 발하는 텍스트가 참잠하는 것에 무게감과 속도를 싣는다. 이는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통렬하고도 무거운 날림으로 던져진다.



2.

그림04.jpg
 

그림05.jpg
 

“시선이 때린다“ 라는 언어 표현이 작품의 의미를 강력히 관통하고 있다.
여성을 타자로 규정하는 현실을 폭로하는 것인가?' '대상물로 비치는 여성의 존재를 뒤흔들기 위해 이미지와 텍스트의 의미를 뒤집었는가?' '의미의 순환이 완결되는 것을 거부한 것은 아닌가?’
이러한 물음들을 새로운 방식을 통해 제기한 작품들을 통해 그녀의 명성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3.

그림06.jpg
 

알통을 자랑하는 사내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애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그러나 그 위에 놓인 글귀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더 이상 영웅은 필요 없어(We don't need another hero)”이다. 바바라는 이를 통해 성의 우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동시에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심리상태, 남성의 기대 심리를 스스로 채워주는 여자들의 태도도 비판한다.
 




    바바라의 작품 속에서 의미는 모두 '직선' 경로 위에서 통하고 있다. 무궁히 확장되고 이어지는, 모호한 개념을 낳기 보다도 구체적이고 분명한 현실을 눈 앞에 직면하게끔 한다. 이러한 '직면'은 본질로 파고들어가기 위한 무게와 중량감을 얹는다. 생각은 점점 침잠하고 무게를 더해가며 강력한 덩어리로 응축된다. 무게를 따라 속도가 실리듯, 그것은 상대를 향해 무겁고도 통렬히 내던져진다. 이는 상대를 향한 것인 동시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강력한 물음이다.


thinking.jpg
 
 

이미지-구글


[최인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