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계절과 기후의 마술,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 겨울 이야기 & 봄 이야기[시각예술]

Summer Special 2015
글 입력 2015.08.2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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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기후의 마술,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 겨울 이야기 & 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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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 내려와 있는 동안 평소에 접하지 못한 영화들을 많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의 전당을 자주 들르게 되었고, 8월 동안 ‘서머 스페셜 2015’이라는 연례 프로그램이 상영 중이었다. ‘서머 스페셜 2015’는 총 3부문으로 첫 부문은 여배우 베티 데이비즈 아이즈의 대표작이고, 두 번째 부문은 감독 에릭 로메르의 후기 영화들을, 마지막으로는 여러 SF영화들을 다룬다. 나는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를 다루는 ‘계절과 기후의 마술’ 부문에 흥미가 생겨 그의 후기작들을 만나 보았다.
 
 감독 에릭 로메르(1920-2010)는 영화편론을 시작으로 감독의 길로 나아갔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연작 시리즈를 좋아했던 것 같다. 파스칼의 철학을 담은 ‘여섯 개의 도덕이야기’시리즈, 프랑스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은 ‘희극과 속담’ 연작 등을 이어, 이전의 영화의 비해 여주인공의 비중이 높은 ‘사계절 이야기’ 연작이 있기 때문이다. ‘서머 스페셜 2015’에서는 그의 후기 작품과 함께 사계절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계절 연작은 ‘봄 이야기(1990)’를 시작으로 ‘겨울 이야기(1992)’, ‘여름 이야기(1996)’, ‘가을 이야기(1998)’ 순으로 제작 되었다. 그 중 ‘봄 이야기’와 ‘겨울 이야기’를 관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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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로메르


 1990년에 개봉한 ‘봄 이야기’는 철학 선생님인 잔느가 친구의 파티에서 나타샤를 만나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영화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몇 분 동안 대사하나 없이 잔느의 모습만을 카메라에 담는다. 잔느는 어떤 집에 들어가 어질러진 방을 치우다 다시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는다. 그러곤 집을 싸서 밖을 나간다. 나중에 어떤 상황인지 알게 되는데, 그 집은 잠시 여행 떠난 남자친구의 집이었고, 자신의 집엔 자신의 친구가 남자친구와 함께 와 있는 상황이었다. 잔느는 홀로 남자친구 집에 가기가 싫었고, 우연히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의 파티에 초대 받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하게 외로운 나타샤를 만나게 된다. 잔느는 나타샤의 집에 잠시 머물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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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이야기’에는 잔느와 나타샤 외에도 나타샤의 아버지와 그의 애인이 등장한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서로의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서로를 좋아하지만 트러블이 계속해서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각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를 낼 수 있고 서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영화를 보면서 프랑스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하고자 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쏘아붙인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의 생각을 중요시 생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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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 맞게 영화 배경음악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이 삽입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음악인데, 이 영화를 통해 이 곡이 봄임을 알게 되었다. 나타샤의 별장의 꽃나무들과 잔느가 나타샤를 위해 사온 꽃다발과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봄의 따뜻하고 활기차고 포근한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하였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영화 ‘봄 이야기’를 감명 깊게 보아 ‘겨울 이야기’도 보았다. ‘겨울 이야기’는 ‘봄 이야기’ 보다 사랑에 더 초점을 맞춘 영화였다. 인물 간의 관계를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복잡한 사랑 관계가 영화를 계속 이어간다. 여주인공 펠리시는 파리로 가면서 남자친구 샤를르에게 자신의 주소를 주는데 잘못 알려주게 되어 연락이 두절된다. 그 후 펠리시는 샤를르의 딸을 낳아 미혼모로 딸 앨리스를 키우며 미용사로 일한다. 펠리시는 절대적으로 샤를르가 자신을 찾아올 것을 믿으면서 한편으로는 함께 일하는 미용사 맥상스와 연인 관계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남자친구 로익과 동거를 하며 산다. 펠리시의 남자관계와 그녀의 감정을 따라가기에는 조금 벅찬 감이 있었던 복잡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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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선 펠리시의 변덕적인 마음을 쫓아가면서 완전히 그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개방적이고 자신의 감정에 너무나도 솔직한 나머지 그녀 주변의 남자들이 상처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세 남자를 각각 좋아하는 마음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펠리시는 떳떳하다. ‘봄 이야기’의 잔느와는 또 다른 여성상을 보여준 ‘겨울 이야기’의 펠리시를 통해 그 동안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여주인공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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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연작이나 내용이 연결되는 프로젝트 같은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 다음에 대해 상상해 볼 수도 있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틀을 쉽게 잡아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릭 로메르의 남은 사계절 이야기 연작도 기대가 되고, 이 영화를 통해 계절도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되었음 한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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