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골목길이 품는 분위기 [문화전반]

골목길 어귀에서
글 입력 2015.07.2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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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어귀에서 - 버스커버스커

그냥 집들이 하나 둘씩 생겼을 뿐인데 골목길이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처럼, 그 골목길을 지나쳤을 뿐인데 추억이 된다. 스쳐지나간 골목들 사이에서 혼자, 혹은 누군가와 같이 걸어가면서 느꼈던 감정들은 ‘골목길 어귀’ 어딘가에 묵혀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새로운 골목길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골목길을 걸으면서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고, 감정들을 묵혀두려고. 다시 왔을 때 그때의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골목길은 어떤 곳이냐에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품는다. 그에 따른 감정들도 다 다르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 소재로 쓰이는 골목길도 모두 다양하다. 범죄스릴러 영화에서는 어둡고, 낡은 골목길을, 부자들의 삶을 표현한 드라마에서는 고풍스러운 골목길을 선택한다. 소개할 3가지 골목길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다. 그 분위기 속에서, 간접적으로나마 감정들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한남동 골목길.png
 

한남동.jpg
 
한남동, 남쪽에 한강이 흐르고 서북쪽에 남산이 있으므로 한강의 ‘한’자와 남산의 ‘남’자를 합성한 데서 유래되었다. 용산구에 속해있으며, 내가 간 곳은 리움미술관 반대편 골목길이었다. 리움미술관을 가다가 무심코 옆을 봤는데 그곳이 품는 분위기가 남달라서 시간을 내어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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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스러운 동네, 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 담은 사람의 키보다 훨씬 높았고 그래서 안에 있는 집들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상속자들」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골목길. 대체로 차가 다닐 정도로 길은 넓었다. 잘 지어놓은 집들도 많았다. 전단지는 한군데도 붙어있지 않았고, 가끔씩 차 한 대가 지나가는 것 빼고는 차도 잘 지나다니지 않았고 사람들도 잘 다니지 않았다. 집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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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이 내뿜는 분위기는 고풍스러웠지만 어딘가 무서웠다. 신기하게 생긴 집이 있었는데 앞에 문이 없길래 들어가 보다가 누군가가 인터폰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 집에서 사람이 나왔는데 정장을 입고 말끔하게 생겼었다. 집을 지키는 경호원 같았다.
무섭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곳이었다. 고풍스러운 집에 마당이 있는 곳. 정겨움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부러움이 느껴졌다. 여기서 살면 드라마 같은 데서나 나오는 일들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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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은 일제강점기 때 방적공장이 이곳에 들어오면서 방적공장의 밀집지역으로 번성했다. 당시 사람들이 방적기계를 가리켜 ‘물레’라고 부르던 것이 지명으로 굳어지면서 문래동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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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문래동에 한국 최대의 철공소와 철재 상가가 밀집해 있었는데,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철공소들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그 자리에 예술가들이 들어와 작업실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는 200여 명의 예술가, 기획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직 떠나지 않은 철공소들도 존재하는데, 그래서 철공소와 예술가들이 공존하면서 관광객들의 명소가 되고 있다. 그래서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 오후 3시 30분에는 문래창작촌 문화투어 ‘올래? 문래!’가 실시되고 있다. 투어비용은 4만원이지만 문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보고, 골목길을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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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에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 되면서 볼거리가 많아졌다. 그래서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골목길이 마케팅이 된 대표적인 예. 그려진 벽화는 어딘가 모르게 장난스럽기도 하다. 건물들도 저마다 다른 분위기가 있다. 골목길을 다니면서 예술의 혼이 느껴진다. 놀러가기 딱 좋은 곳.


흑석동 골목길.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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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골목길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흑석동 골목길 같은 곳을 생각할 것이다. 흑석동 골목길은 친근한, 정겨운 느낌을 준다. 근처에 중앙대학교가 있어 학생들이 많이 산다. 그래서 골목길에는 대학생들과 흑석동 주민들이 공존한다.늘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고 어떤 때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엄마가 학교 잘 다녀오라는 말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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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동은 흑석 제1동사무소 남쪽 일대에서 나오는 돌의 빛이 검은색을 띠어서 ‘검은 돌’마을이라 한데서 유래한다. 검은돌 마을, 이름만 들어도 친근하다. 흑석동에는 흑석시장이 있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 기와로 만들어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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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집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고 그 앞에서 빛을 내뿜는 가로등은 이 길로 오라는 것 같다. 종종 나도 모르게 ‘여긴 어디지?’하면서 또 다른 골목을 찾아갔었다. 
흑석동 골목길에서 밤에 영상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옆에 있는 집이 꼭 할머니 집을 생각하게 하는 곳이었다. 그 집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고, 할아버지가 나와서 무엇 하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하고 촬영해도 되겠냐고 하니까 괜찮다고 하셨다. 오히려 촬영하는데 어둡지 않냐고 집 앞에 등불이라도 켜주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괜찮다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결국 등불을 켜주셨다.


골목길, 예술의 거리가 되기도 하고 배경으로 쓰이기도 한다. 자체가 예술인 경우도 있고, 드라마의 내용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골목길은 우리 안에 ‘예술’이 되기도 한다. 내가 늘 가던 골목이 어떻든 아름답다고 느끼기만 하면 예술이 된다. 어쩌면 골목길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골목길이 있는가? 난 있다. 초등학생 때, 뒤에 논과 밭이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로 오래된 집들이 굽이쳐 생긴 골목이 있었다. 옆에는 기찻길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종종 코스모스가 피기도 했다. 그때는 뛰어노느라 소중함을 몰랐지만, 없어진 지금에서야 골목길이 그립다. 나의 생각 속에만 있는 골목길, 골목길 어귀에서…. 

                                                                                                             

출처

http://kyobolifeblog.co.kr/m/post/1713
http://www.blogmoon.co.kr/community/board.php?bo_table=sub0105&wr_id=12
http://blog.skenergy.com/1042
http://tour.dongjak.go.kr/tour/main/contents.do?menuNo=900202
네이버 지식백과-한남동
[이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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