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르네상스 성서화의 미학 [시각예술]

성서가 성서화로 보존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글 입력 2015.07.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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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탕자의 귀환>


  제단화, 성서화, 교회의 벽화, 그리고 그 속의 성경 이야기. 여기에서 우리는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를 떠올릴 수 있다. 예술이 본래 가지고 있는 고유의 분위기와 특징, 아우라. 즉, 복제품에서는 볼 수 없으며 원본만이 갖고 있는 신비감이다.
  그렇다면 성서의 아우라는 성서화에서 어떻게 보존될 수 있을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테네의 영웅인 테세우스의 배를 생각해보자.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기반을 구축하였다는 이유로 숭배되었고, 아테네인들은 그가 아테네에 올 때 타고 왔던 배를 타고 퍼레이드를 벌였다. 문제점은 테세우스의 배가 나무로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매년 아테네인들은 수리를 하며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였고, 세월이 흐르면서 맨 처음의 재료들은 모두 없어졌다. 이는 과연 테세우스의 배인가? 원래의 배와 똑같은 모양의 새 배를 만들었다면 이 또한 테세우스의 배인가?


  나에게 있어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마찬가지로 성서에 대해서도 같은 답을 고수할 것이다. 성서가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이 되고, 수많은 사람에 의하여 해석이 된다 하여도 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아니, 변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새로운 빛을 발하며 발전해나간다. 르네상스 성서화의 미학은 여기에 있다. 성경을 읽을 수는 없지만 신앙심으로 가득했던 당시의 사람들을 위한 작가들의 창의력(당시의 관점으로 보자면 예술의 사회적 기능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각자의 예술적 철학이 완벽한 결합을 이루어 캔버스 위에 흩뿌려질 때, 이 과정이 성서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우리들은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술 [藝術, art]

미적(美的)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 미술, 문학, 음악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각 분야는 그 뿌리를 같이 함.


  중학교 2학년 첫 미술 시간, 선생님께서 나누어주셨던 학습지에 나와 있던 ‘예술’의 정의이다. 나는 간단하고도 심오한 문장 ‘미술, 문학, 음악 등 예술의 각 분야는 그 뿌리를 같이 한다’를 깊게 새겼고, 이로써 과거의 나는 미술사학을 평생의 학문으로서 동경하는 현재의 내가 되었다. 마냥 예술뿐만이 아닐 것이다. 화폭에 담긴 ‘대상’은 문학, 음악 등을 넘어 역사, 철학 등의 수많은 학문을 포괄하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미술이라는 존재는 다각적 각도에서의 객관과 주관을 - 예를 들면, 실제로 검증이 가능한 역사적 사건과 학자 한 명의 두뇌 속에서 발전해 나온 철학적 사고 - 동시에 함축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미술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각자의 개인적인 감상과 다양한 생각의 조각을 화폭에 올려놓는 화가들과 시대상을 말해주는 화풍. 붓터치 하나하나에 담긴 그들의 생각을 읽고, 표현하려는 상징을 이해하며 현대의 미술사학자들은 역사의 또 다른 면모를 본다. 객관성을 뛰어넘어 각자의 미학적 지식과 주관적인 느낌을 그대로 캔버스 위에 입혀 ‘역사화’한다. 모 월 모 일에 일어난 어떠한 사건에 대한 나열이 아닌, 그 시대에 대한 전반적 통찰을 요구하는 심층적인 학문인 것이다. 객관성을 벗어난 것, 그리고 그 시대의 모든 것 - 개개인의 생각과 철학까지 함께 읽어내는 미술사학의 가치는 이처럼 성서화에도 녹아있다.


[전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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