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중세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폴란드 예술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전시이자 회화와 조각, 소묘, 공예, 포스터 등 250여점의 작품이 선보이는 최대 규모의 전시.
 
전시개요에서 내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저 문장이었다. 코페르니쿠스와 쇼팽의 나라가 아니라 몇 세기를 아우르는 대규모의 전시. 종교적 조각상과 제단화, 사르마티안의 화려한 공예품, 얀 마테이코의 그림들, 19세기의 풍경화, 20세기의 새롭고 개성적인 감각, 그리고 포스터까지.

포스터.jpg
 
   
전시장을 빠져나오면서 다시 또 보고 싶어질까봐 전시기간을 확인했다.
집에 와서 사진과 감상을 정리하면서 ‘내가 바르샤바에 간다면 그건 분명 국립박물관을 가기 위함일거야’라고 생각했다. 나에겐 많이 인상적인 전시이고 관람이었다.
 
이번 리뷰는 어떻게 작성해야할까 고민이 많았다. 내 감상이 전시를 방해하지 않길 바라며, 작품소개에 무게를 두었다. 핸드폰에 저장된 백 여장에 달하는 사진 중, 정말 꼭 지나치지 않길 바라는 작품들을 고르고 골랐다.
 
 
폴란드 예술의 기원, 중세
 
“폴란드의 중세 예술은 주로 교화의 건축과 예배용으로 제작되었다. 13-14세기로 접어들어 교회는 점점 웅장해졌고 조각은 점차 건축의 일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표현 양식을 보이기 시작했다. 15세기 교회 건축의 중심이었던 제단은 화려한 조각과 그림으로 장식되었으며 값비싸고 정교한 예배도구들이 미사에서 사용되었다.”
 
나에게 ‘중세’는 암흑기라는 인상이 강하고, 입장하고 나서 본 작품들도 대부분 목재로 섬세함이 구현되기 어려운 소재인 탓에 첫 전시실에 대한 기대는 없다시피 했다. ‘섬세하지 않지만 기세가 느껴지는 정도, 거칠게 느껴지는 옷의 질감과 금박에서 느껴지는 종교의 화려함.’정도의 감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스도의 부활 세폭 제단화.jpg
  작자 미상, 그리스도의 부활 세폭 제단화, 1520년 경
나무판에 채색,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성녀 세폭 제단화.jpg
부이토파 세폭 제단화 장인의 공방, 성녀 세폭 제단화, 1525년경
나무판에 채색,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이러한 소형 제단화는 주로 개인적인 기도에 사용되었던 것이며, 여행 중에 소지하기도 했다.”
 
 
카타쥐나.jpg
 브로츠와프 화가, 카타쥐나 린드네르의 묘비 그림, 1506년경
소나무판에 *템페라와 금박,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15세기에 들어 교구 주민이 사망하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이나 묘비 그림을 교회 안이나 외벽에 다는 풍습이 나타났다. 이 풍습은 특히 브로츠와프 같은 대도시의 부유한 시인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했다. 당시 경향에 따라 고인을 종교적인 장면 속에 그려넣었다.”
 
*템페라는 식물이나 계란에 안료를 개어 물감을 만드는 것으로 유화가 유행하기 전까지 쓰였다.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잘 변질되지 않으며 광택이 좋다.
 

마리아 일가.jpg
마워폴스카 지역의 마리아 일가의 장인, 마리아 일가, 1510-1515년경
나무판에 템페라와 금박,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재현된 후광에서 전형적인 중세의 종교화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러한 후광은 1전시실의 제단 조각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피에타.jpg
돌니 실롱스크 조각가, 피에타, 1420년경
나무에 채색과 금박,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피에타라고 하면 흔히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떠올리는데, 피에타는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조각상과 그림을 일컫는다. 

영광의 성모자.jpg
 
작자 미상, 영광의 성모자, 1500년경
나무에 채색,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나무이기에 섬세한 표현은 불가능했지만 화려함은 모자람 없이 담았다. 종교와 종교화를 잘 모르지만 이런 화려한 작품들을 보면 종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무언가가 느껴져서 감탄하게 된다.
 
제의복과 성배.jpg

성배와 제의복이다. 금속실과 실크를 감은 금실로 양감을 표현했다. 성배 역시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흐트러짐이 없이 화려하다.
 
 
 
 
사르마티안 시대의 예술
"16-17세기 당시 폴란드 귀족들은 자신들이 용맹한 사르마티아 사람의 후예라고 믿었다. 폴란드의 정신, 관습, 문화에 큰 영향을 준 이 사르마티즘은 여러 예술 장르에 잘 나타난다. 자신의 뿌리와 독자적인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사르마티즘은 정치적 압제에 시달리던 19세기에도 폴란드 전통의 중심에 있었다."

안나.jpg
작자 미상, 케틀레르 가문의 안나 라지비워바의 초상화, 1586년경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세아들.jpg
폴란드 화가, 막시밀리안 프란치셰크 오솔린스키와 세 아들의 초상화, 1670-1680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 왕궁 소장
 
“17, 18세기 초상화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 준다. 재산이 많든 적든 당시의 귀족이라면 누구나 조상 갤러리를 만들어 가문의 중요성과 유서 깊음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내가 만족하고 눈길을 떼지 못한 것은 여러 종류의 잔들이었다.
 

주화.jpg
마르텐 기르슈너, 동전으로 장식한 잔, 1690년경
은에 돋을무늬 압착세공, 새김, 동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생애.jpg
페터 릐데, 족장 요셉의 생애가 있는 맥주잔, 1676-1689
은에 돋을무늬 압착세공, 새김,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주수병.jpg
미하엘 마이어, 주수병 한 쌍과 쟁반, 1695-1700
은에 돋을무늬 압착세공, 새김, 에나멜, 터키석, 가넷, 토파즈, 자수정, 금도금, 바르샤바대교구박물관 소장
 
 

날개를 단 기병, 후사르
"16세기 후반부터 18세기까지 전 유럽에서 용맹함을 떨쳤던 폴란드 기병대 ‘후사르’는 전성기 폴란드의 힘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이들은 값비싼 무기와 화려하게 장식된 갑옷을 착용했다. 특히 후사르임을 나타내는 가장 큰 표식인 날개는 말 안장이나 갑옷에 부착되어 상대에게 공포감을 주는 역할을 했다."
 
후사르1.jpg
 후사르2.jpg
알렉산데르 오르워프스키, 후사르의 공격, 1825
종이에 수채와 과슈,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억압의 시대에 핀 영혼의 왕국
 
"18세기 후반 폴란드는 러시아와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의해 영토가 분할되고 만다. 19세기에 폴란드인들은 독립을 위해 여러 차례 봉기를 일으켰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고, 이후 폴란드의 독립 열망을 꺾기 위한 열강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정치적 억압의 시대에 예술은 폴란드 국민들에게 민족 의식과 애국심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이 시기의 시와 음악, 회화는 폴란드의 영혼을 간직한 국가 그 자체였다.
역사화는 19세기 폴란드 예술의 가장 중요한 장르였다."
 

예술은 일종의 무기이다.
조국에 대한 사랑과 예술을 별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폴란드 화가, 얀 마테이코
 

스테판바토리.jpg
얀 마테이코, 프스코프의 스테판 바토리 왕, 1870-1872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 왕궁 소장

"스테판 바토리 왕이 1579년에서 1581년까지 러시아를 상대로 치른 전쟁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승리보다는 폴란드의 국권과 힘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했다."

큰 그림을 좋아한다. 크기에도 오는 압도감이 좋다. 눈에 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간도 좋다. 가까이에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고 오른쪽에서도 보고 왼쪽에서도 본다. 노력해도 왜인지 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관람을 끝나고 나와 MD를 구경하다 엽서를 발견했는데 그게 괜히 재밌었다. 그 큰 그림이 작은 종이에 담겨있는 게 말도 안 되게 느껴졌다. ‘프스코프의 스테판 바토리 왕’은 단순히 그림 말고 액자, 그리고 장식까지 어마어마했다.
작품 왼편에 인물에 대한 소개가 있는데 그냥 한 번 보고, 인물들을 살피면서 다시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폴로니아.jpg
얀 마테이코, 폴로니아 – 1863년, 1864
캔버스에 유채, 크라푸르 차르토리스키박물관 소장
 
“1863년, 반 러시아 봉기의 실패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누더기가 된 상복을 입고 족쇄를 찬 여인은 봉기에 실패한 폴란드를 상징한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 얀 마테이코는 이 봉기를 계기로 폴란드의 역사와 현재를 비판하는 일련의 작품을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대중에게 발표되지 않았던 이 작품은 국가의 독립을 위한 희생을 상징적으로 제시하며 패망한 나라의 고통을 보여준다.”
 
   라지비우 궁정.jpg
얀 마테이코, 빌뉴스의 라지비우 궁정에서 지그문트 아우구스트 2세 왕과 바르바라 라지비우, 1867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폴란드 야기에워 왕조의 마지막 왕 지그문트 아우구스트의 사랑 이야기는 얀 마테이코가 즐겨 그렸던 주제이다. 지그문트 아우구스트 왕은 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르바라 라지비우를 만나 비밀리에 결혼했지만 그녀는 얼마 후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이 비극적인 왕실의 결혼 이야기는 당시의 회화, 소설, 연극에서 매력적인 소재가 되었다.”
 
 

-풍경과 민속
"역사와 더불어 19세기 폴란드 회화에서 주요 주제가 된 것은 풍경이었다. 화가들은 광대한 평야부터 험준한 산까지, 다양한 폴란드의 자연 풍경을 통해 조국의 국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보였다. 폴란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했던 화가들은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시골 모습에 관심을 보였다."
 
타트라 산맥의 모르스키에 오코.jpg
 
얀 네포무첸 그워바츠키, 타트라 산맥의 모르스키에 오코, 1837
캔버스에 유채, 크라쿠프국립박물관 소장

“얀 네포무첸 그워바츠키는 폴란드 풍경화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타트라 산맥을 화폭에 옮긴 최초의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이 풍경화는 타트라의 가장 유명한 호수인 모르스키에 오코를 그린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고국 풍경의 아름다움을 담는다’는 낭만주의 시대 예술가들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티트라.jpg
스타니스와트 비트키에비치, 타트라 산맥의 겨울 풍경, 1890년 이후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매.jpg
유제프 헤우모인스키, 화창한 날씨 / 매, 1899
캔버스에 유채, 포즈난국립박물관 소장

“유제프는 19세기 말 가장 뛰어난 폴란드 풍경화가 중 한 명이다. 꽃으로 가득한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있고 푸른 하늘 위로 한 마리의 매가 솟아오르는 이 작품은 폴란드 평야 지대 풍경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워비치.jpg
아폴로니우시 켄지에르스키, 워비치의 소녀, 1910년경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폴란드 중부에 위치한 워비치는 매우 화려한 여성 의상과 다채로운 민속문화로 유명하다.
이곳의 여성들은 주로 수를 놓은 코르셋과 밝은 색의 줄무늬 치마, 피나포어를 입었다.
민속의상 중 하나인 피나포어는 머리나 어깨를 덮는 옷으로 그림 속 워비치 소녀 역시 피나포어를 입고 있다."
 
초원.jpg
스타니스와프 비트키에비치, 초원에서, 1875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화가이자 건축가, 작가, 예술비평가인 스타니스와프는 19세기 후반 폴란드 예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회화의 주제가 역사적 사건에만 한정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작품은 그가 표방한 사실주의 회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양치기 소녀와 양의 애정 어린 모습은 평범한 시골 풍경에 우아함을 더해준다."
   
 
연보라.jpg
브와디스와프 챠후르스키,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과 꽃, 1880-1890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꽃.jpg
헨리카 베이예르, 꽃, 1827년경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별.jpg
비톨드 프루슈코프스키, 떨어지는 별, 1884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폴란드에서 유행했던 회화 말고도 그냥 보면 좋은, 예쁘다는 감상부터 찾아오는 유화작품들도 많이 있었다. 위의 세 작품은 주변 관객들로부터도 특히나 반응이 좋았다.

 
시나고그.jpg
야쿠프 베인레스, 시나고그에서(기도 중), 1904년경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19세기 후반 유대인 디아스포라 문화에 개혁의 물결이 몰아치며, 폴란드 예술계에 유대인 예술가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의 작품은 폴란드 현지 유대인 공동체의 관습과 전통을 묘사하고 있다."
 
 
젊은 폴란드 시기의 예술
"20세기로의 전환기에서 폴란드 회화는 황금 시대를 맞이하였다. 화가들은 기존의 역사화로부터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젊고’ ‘새롭다’고 정의 했다. 이들은 애국적 주제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예술적 가치를 추구했고, 시와 음악과 긴밀히 연계된 ‘종합적인 예술’을 지향했다. 이들은 기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친숙한 자연 풍경과 인물의 심리나 내적인 삶을 드러내는 초상화를 주로 그렸다."

페가수스.jpg
 유제프 메호페르, 페가수스가 있는 예술가의 아내의 초상화, 1913

"20세기 폴란드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유제프는 뛰어난 미학적 감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주변의 아름다움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다."
 

봄-도비야.jpg
야체크 말체프스키, 봄 – 도비야가 있는 풍경, 1904
캔버스에 유채, 포즈난국립박물관 소장
 
봄바람.jpg
비톨드 보이트키에비치, 봄바람, 1905
캔버스에 수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봄.jpg
볼레스와프 치비스, 봄, 1936
목판에 모슬린에 템페라와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바츠와프_봄.jpg
바츠와프 보로프스키, 봄, 1923년경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보로프스키는 폴란드 민속예술뿐만 아니라 고대 유럽미술의 전통에서 얻은 영감을 현대적으로 변용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우산.jpg
타데우시 칸토르, 우산과 투명인간Ⅲ, 1973
캔버스에 혼합재료,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태양.jpg
브와디스와프 스트쉐민스키, 태양 – 하루의 중심, 1948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구상.jpg
스타니스와프 피야우코프스키, 구성, 1962
캔버스에 유채, 바르샤바국립박물관 소장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관람이었다. 여기저기 추천했고,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글에서 소개된 수 십개의 작품이 정말 얼마 안 된다는 것을,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걸 알 것이다. 그저그런 구색맞추기용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누군가도 나와 같은 충만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