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히너의 마지막 작품, 뮤지컬 보이첵!

글 입력 2015.03.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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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로크 뷔히너, 그는 누구인가?



게오로크 뷔히너,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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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첵 뮤지컬의 원작자 "게오로크 뷔히너"입니다.


카를 게오로크 뷔히너(Karl Georg Bchner, 1813.10.17 ~ 1837.2.19)은 독일의 유명한 극작가입니다. 그는 프랑스혁명시기에 혁명 재판소를 설치하여 혁명정부를 이끌었으나 동료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에 맞서다 35세의 나이로 단두대에서 짧은 생을 다하였습니다. 희곡 '보이첵(1836)'과 '레옹세와 레나(1883)'로 잘 알려진 독일 사실주의 작가 게오로크 뷔히너는 프랑스혁명의 풍운에 매료되어 '당통의 죽음'을 썻다고 합니다. 독일 헤센 공국에서 태어난 뷔히너는 헤센의 폭압정치와 계급 착취에 반대하여 대학 시절 재야 세력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인권협회라는 단체를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보수적 정권세력에 질문을 던진 젊은 피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이름을 따서 제정된 게오로크 뷔히너 상이 오늘날 독일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힐 정도로 대단한 작가라고 합니다. 우리의 흔한 인식으로는 요절한 천재 즘으로 비추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3013989_p[1].png   제가 봤던 뮤지컬 보이첵의 브로슈어입니다.

부제가 "루비 목걸이"인데 작품 내용의 전반적인 것을 암시하는 가장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소품인 것 같습니다.

200px-Woyzeck_oyun_afisi[1].jpg이 책자는 보이첵의 또다른 브로슈어입니다. 무시무시한 칼이 칼끝에 피를 묻힌 채, 탁자 같은 곳에 수직으로 꼳혀 있는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미완의 희곡!

1821년, 독일 사회는 하나의 살인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41세의 이발사 요한 크리스티안 보이체크가 자신과 동거하던 여인을 칼로 찔러 죽인 사건 때문이었다. 그는 몹시 가난한 하층민으로 정신 상태가 몹시 불안정한 인물이었다. 살해 당시 그가 정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두고 독일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담당 의사는 최종 감정서에서 그가 정상이었다는 소견을 제출했고, 보이체크는 1824년 독일 시내에서 공개 처형당했다.


▶ 인간의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명대사가 보이첵이란 인물을 이해하는 순간 처음 떠올랐다. 인간의 선은 바람직하지만 언제 악으로 둔갑해버릴지 모르는 양날의 칼이다. 순수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넘쳐 쏟아지는 악랄한 운명들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파멸하기에 이르는 복잡한 인물들이 있다. 이처럼 필자는 보이첵에 나온 인물들의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 이성과 본능의 갈등으로 들끓는 인물들의 머릿속을 주목해보았다.

먼저 주인공 보이첵이 사랑하는 아내, 마리를 죽이려는 순간이다. 사실 이때 보이첵은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는 이미 그 전에도 수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재가치와 존엄성을 부정당하고 짓밟힌, 정신적 분열을 겪은 한 사내였기 때문이다. 마리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통해 아내의 외도가 소문에서 명백한 사실로 바뀌는 순간, 그는 모든 순간의 고통을 감내하고 의지할 수 있었던 최후의 보루인 마리마저 상실함으로써 삶의 파국에 도달한다. 그는 결국 식물처럼 방어력이 없고 시들은 한 인간으로서 무감각하고 잔인한 현실에 패한다. 그는 이성과 자연의 지배 속에서 광적인 몸부림과 함께 자연의 지배를 비교적 강하게 받았다. 순간의 본능적 판단이 이성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렇다면 마리는 어떨까. 마리에게는 이성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에 대한 양면성에 대한 갈등이 가장 확실히 나타나있다. 군악대장이 마리에게 루비 목걸이와 아이의 미래에 대해 달콤한 말로 수절을 요구하는 순간 마리의 머릿속을 파헤쳐보면 엄청난 갈등을 확인 할 수 있다. 이성은 자신을 위해 온갖 고생을 해온, 백년가약을 맺고 아름다운 평생을 약속했던 보이첵을 절대 배신하지 말라. 이것은 내 사명이다 하고 말하지만 반면에 본능은 악마의 속삭임을 불어넣는다. 그 동안의 가난을 보장해줄 경제적 지원과 저 루비 목걸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심지어 나를 원하는 군악대장의 매력이란! (심지어 그 사랑이 가짜더라도) 비실비실한 보이첵보다 남성적 매력이 훨씬 풍기는 나쁜 남자의 매력에 대해 말이다. 그녀도 그렇게 외도를 한 뒤에는 깊은 죄책감에 빠져 사죄를 하지만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돌이킬 수 없다. 결국 엄청난 이성과 본능의 갈등 속에서 덩그러니 놓여 있는 한 여성은 보이첵과 마찬가지로 이성 밑에 잠재되어 있는, 도덕과 교육과 질서가 없는 본능의 원초적 힘에 지배당하고 만다.

마지막으로 군악대장이 마리를 탐하려는 욕망의 순간, 또는 박사와 그의 학생들이 보이첵을 실험용 쥐 마냥 대하여 과학과 인간이 주객전도된 의학에 대한 욕망의 순간들은 모두 이성을 뛰어넘는 본능의 힘이다. 또한 중대장과 박사의 대화는 서로 각각 자신들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둘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중대장은 이성주의 도덕관념에 사로잡혀있고 박사는 의학적 주제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크게 볼 때, 이러한 작품의 인물들은 이성을 추구하면서도 본능을 따르는 모순적 마침표를 보여준다. 작가 뷔히너는 이런 이성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의 마지막 작품인 보이첵에 대한 평가를 마쳐본다. 그리고 인간의 원초적 본능 앞에서 이성은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본다.


▶ 독일의 민족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1915년 연극 보이첵을 보고

"학대받은 한 인간이 초라한 외투를 걸친 채 운명의 비밀을 품은 무한한 우주 속에 서 있는 모습은 실로 인상적인 광경이다. 이것이야말로 연극이다. 이래야만 진정한 연극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공연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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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vcast.naver.com/v/212332    뮤지컬 보이첵의 주인공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참고영상자료 입니다.




[장연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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