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우리네 인생이 두근두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글 입력 2014.12.2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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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jpg


김애란 장편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사람은 하나의 인생은 살건만, 그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이름을 갖는다. 우리 아기부터 시작해서 아이, 자식, 학생, 청년,  부모, 중년, 할머니, 할아버지 노인까지. 이렇게 많은 이름을 거치며 우리는 비로소 인생을 끝마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이러한 이름들이 교차하는 순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름이는 자식이며, 아이이다. 하지만 동시에 노인이기도 하다. 아름이는 조로증 때문에 17살의 꽃다운 나이이지만 몸은 80살이기 때문이다. 몸의 나이 때문일지는 몰라도, 아름이는 굉장히 어른스럽고, 속이 깊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 또래의 나이보다 더 깊고, 그윽하다. 한편, 아름이의 엄마, 아빠는 부모이며, 어른이다. 비록 어린 나이에 아름이를 낳았지만, 그 덕분에 사회에 일찍 나갔으며, 그 안에서 수많은 고민과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가끔씩 그들은 조금 어린 아이처럼 장난을 치기도 하고, 치기를 부리기도 한다. 이처럼 그들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의 이름을 바꿔가며 삶을 이어간다. 아이가 부모가 되기도 하고, 부모가 아이가 되기도 한다. 어쩔 때는 할아버지가 친구가 되어 정답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보며, 나는 그 순간이 궁금했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순간은 언제이며, 부모가 진정 부모다워지는 순간이 언제일지. 우선은 몸의 속도가 그 순간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이는 자신의 상태를 텅 빈 노화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은 비록 늙었지만, 마음 속에는 자신의 몸만큼이나 늙은 지혜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져 부모에게 자신의 컴퓨터를 숨기는 모습이나 배신감과 상실감에 게임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 아름이가 노인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이는 장씨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름이는 장씨 할아버지를 보며 자식은 늙어도 자식일 수 밖에 없구나라고 느낀다. 아름이가 티비 프로그램에 나온 후에 자신은 나오지 않았다며 실망하는 모습을 보며, 아직 80대 할아버지가 아이처럼 투정부리는 모습을 보며, 몸의 속도가 이름의 속도를 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군가의 이름은 관계 속에서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타인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자 기꺼이 마음을 먹는 그 순간 말이다. 자신은 비록 날 수 없지만, 아들을 위해 기꺼이 슈퍼맨이 되는 것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누구보다 로맨틱한 로미오가 되는 것처럼. 타인을 위해 나를 버리는 순간, 그 때서야 내 이름이 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 모습이 17년 전 아름이 부모의 모습처럼 어색하고 서투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어떤 모습보다 아름답고 설레는 일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역할을 얼마나 완벽하게 해내느냐가 아니라 이름을 갖고자 자신을 버리려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아프지만 기뻤다. 아니, 책 속의 누군가의 말처럼 아파서 기뻤다. 비록 아름이의 역할놀이는 끝났지만, 그 속에서 내가 보았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서툴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나 기특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삶의 끝이 늙음과 죽음이라는 것이 뻔하게 보일지라도 그 속에서 타인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모습이, 또 타인을 위해 기꺼이 광대가 되는 모습이 너무나 반짝거려 보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비단 책 속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그렇기에 우리들의 인생도 두근두근할 수 밖에 없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나는 기뻤다.


[황순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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