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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봄에는 어떤 것도 게으르지 않기 때문
바질 화분 하나, 잘 다려진 패딩 한 벌, 그 모든 게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작고 묵은 것들이 움직이고, 오래된 마음조차 다시 싹을 틔운다. 어쩌면 내가 나를 바꾸는 계절은 언제나 봄이었는지도 모른다. 봄에는 게으른 것이 없기 때문.
새로운 것에 인색해지는 마음은 대개 그렇다. 나는 안정적인 매일이 좋고 갑자기 어떤 것들이 바뀌면 불안해진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닳고 닳은 말을 당당하게 외친 뒤, 정작 구태의연한 풍경 앞에선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에도 봄에는 오래 누워 구덩이처럼 파인 매트리스가 다시 올라올 시간을 주고 두꺼운 옷을 서둘러 박스 안에 봉하고 봄을 맞이한 새로운
by
조수빈 에디터
2025.04.24
오피니언
도서/문학
[오피니언] 충돌하더라도 이해 속에서, 서로를 향해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도서/문학]
작은 공동체, 가족을 통해 마주한 정치적 균열과 그 너머의 공존
강렬한 제목에 이끌려 산 책이었다. 정치 냄새보다는 사람 냄새가 나는 이 책에는 한 가족의 삶이 담겨있다. 셋째 딸인 작가에 의해 쓰인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는 가르치거나 주장하지 않는 책이다. 여느 평범한 가정의 셋째 딸과 부모, 그들의 충돌과 가족으로서의 연대에 관해 쓴 담백한 기록이었다. 작가의 부모님은 반대의 정치 성향을 지닌 딸과의 언쟁이 격해
by
정영인 에디터
2025.04.23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명상
명상하는 삶
어릴 때, '절대 선'이 곧 진리이자 인류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했었다. 인류가 지켜야 할 보편적인 가치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조커'가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혼돈 그 자체이며, 선과 악의 뚜렷한 구분이 없는 조커. 그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즉흥적인 선과 악을 만들어낸다. 나는 내 상식을
by
윤지원 에디터
2025.04.21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The person : 02. 사람하는 사람
이 글의 제목에는 오탈자가 없습니다.
언젠가 나도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특별히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라고 느꼈던 적은 없다. 사람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수많은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은 행운이다. 이건 이런저런 생각 후 내린 결론이었다. 돌이켜보면 원체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나는 인간관계로 행복했던 기억보다 곤란했던 경험이 더 많았다. 사람이
by
김효주 에디터
2025.04.20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과정을 즐기는 방법 찾아가기
과정을 즐기는 방법
올해는 유난히 변덕이 심한 날씨를 보는 것 같다. 비가 엄청 내리기도 했고 겨울처럼 히트택을 입기도 한 4월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벚꽃이 피면서 봄이 성큼 다가왔다. 봄을 제일 좋아하고 특히 벚꽃을 사랑하는 나지만 봄은 5월 '가정의 달'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나에게 3월, 4월은 어버이날 준비를 위해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생
by
김지연 에디터
2025.04.19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관계에 대한 단상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인간관계, 더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적당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요즘 경조사를 오가며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든다. 몇십 년 만에 연락 한번 없다가 청첩장을 주는 친구도 있지만, 애매하게 연락을 안 하다가 찔러보기 식으로 보내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초대를 받으면 고마운 마음으로 갔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고마운 사람들도 물론 많지만 몇몇은 주변인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축
by
최아정 에디터
2025.04.19
오피니언
음식
[Opinion] 싱거우면 소금을, 짜면 설탕을! [음식]
무침 경력 3년 차. 무생채를 만들다 깨달음 비스무리한 거 얻은 얘기
나의 첫 무생채는 지금으로부터 삼 년 전, 엄마가 어깨 수술을 했을 때 탄생했다. 그녀의 회복기 동안 밥상에 올라가는 반찬을 두 달 정도 도맡아 만들게 됐다. 때문에 순수하게 자발적인 요리는 아니었다. 아바타 요리의 시초이기도 했다. 손맛이 좋은 엄마표 음식을 혼자 재현해 낼 자신이 없었다. 옆에서 레시피를 알려 주면 그대로 만들어 보겠다고 깁스한 환자에
by
한세희 에디터
2025.04.17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멍든 살구는 부서지지 않는다 [도서/문학]
생존하기를 욕망하고 끝까지 써내기를 고집하는 마음은 멍이 들지언정 부서지지는 않는다.
통찰력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자신만만함이 느껴지는 리베카 솔닛의 글을 좋아한다. 내가 말하는 것에 확신 있다는 태도가 대중으로 하여금 납득과 기대를 하게 만들지만, 글을 읽다 보면 이 사람, 본인이 쓴 글을 참 많이 들여다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강하게 이야기하다 갑자기 따사로워지고 자신의 자아를 냉철하게 관찰하면서도 어떤 부분에는 연민을 느끼는 모
by
노현정 에디터
2025.04.14
리뷰
도서
[Review] 누군가의 꿈 노트를 엿보다 - 고독의 이야기들
노벨레의 형식으로 쓰여진 벤야민의 작품들을 읽으면 그의 꿈에 들어온 것 같다. 그리고 오늘날 이 꿈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발터 벤야민은 독일 출신의 유대계 철학자이자 문예비평가로, 현대 예술과 매체 이론, 역사 철학에 깊은 영향을 끼친 사상가다. 그의 사유는 마르크스주의, 유대 신비주의, 초현실주의를 아우른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다. <고독의 이야기들>을 펼치는 순간, 어딘가로 미끄러지듯 벤야민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by
채수빈 에디터
2025.04.14
오피니언
사람
[Opinion] 나는 그들의 다정과 환대를 먹고 자랐다 [사람]
남을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은 곧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이니까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은 어렵다. 어렵고 모르겠는 것투성이지만, 작년부터 유난히 타인과 연결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생각해 보건대, 사실 지금까지 나의 화두가 온통 나였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오직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매몰되어 살았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든, 그것의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이 언동으로 나를
by
윤하원 에디터
2025.04.14
작품기고
The Artist
[움움: 나다움, 채움] 모두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참 잘 견디고, 잘 살아왔수다.
[illust by 움움] 폭싹 속았수다. 고된 하루 끝에 건네는 이 말이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다. 인생이란 참 기나긴 여정인데, 그 여정엔 분명 사계절이 있다. 봄은 따사롭다. 청소년 시절, 세상 모든 것이 설렘이고 새로움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꿈만 꾸어도 가슴이 뛰었다. 그때는 몰랐다. 여름이 얼마나 뜨겁고 숨 가쁜 계절인지. 여름
by
김채은 에디터
2025.04.13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아마야구감독기 - 2. 감독, 리더의 본질
감독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지난날을 회고해본다.
잊을 수 없는 그 날의 하늘과 닮아있다. 첫만남의 기억 나는 아홉 살 때부터 동네 야구를 즐겼다. 2006년이었고, 야구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해였다. 축구 월드컵의 아성에 도전한 국제 야구대회가 처음으로 열린 년도이기 때문이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줄여서 WBC. 아마추어 중심으로 운영되던 이전의 국제 대회와 달리, WB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by
김한솔 에디터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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