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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환상과 신화를 걷어낸 자리에서 드러나는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은 현대 건축사에서 가장 많이 오해된 텍스트다. 바르셀로나의 구불구불한 곡선, 햇빛에 부서지는 트렌카디스 모자이크, 동화 같은 장식 앞에서 사람들은 기꺼이 매혹된다. 하지만 이 시각적 스펙터클은 그의 건축이 지닌 지적, 신학적 깊이를 가리는 장막이 되었다. 오랫동안 가우디는 아르누보의 이단아, 직관에 의존하는 미스터리한 천재, 중세에 갇힌 몽상가로 치부되었다.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 중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고 "세계에서 가장 흉측한 건물"이라고 썼고, 파블로 피카소는 "지옥에나 가라"며 경멸을 퍼부었다. 하지만 현대 건축 이론과 신학적 미학의 교차점에서 그의 작업을 재평가하면, 가우디는 표면적인 장식주의자나 피상적인 자연주의자의 굴레를 벗어던진다. 가우디 시복 공식 조사자인 아르만드 푸치의 문헌 고증과 1960년대 조지 R. 콜린스의 구조적 재평가는 가우디를 '신의 건축가'라는 낭만적 신화에서 끌어내려, '신학적 의도를 가진 합리적 설계자'의 자리에 놓는다. 환상과 신화를 걷어낸 자리에는 형태적, 재료적 진실성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독창적인 아방가르드 모더니스트가 서 있다. 본 서평은 가우디의 건축이 도달하고자 했던 지향점이 '구조적 합리주의'를 통한 창조주와의 지적 협력에 있었음을 다시 살펴본다.
# 글을 열며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은 현대 건축사에서 자주 오해되어 왔다. 바르셀로나의 곡선과 트렌카디스 모자이크, 동화적인 장식은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그 화려함은 때로 그의 건축이 지닌 신학적 의도와 구조적 치밀함을 가린다. 가우디는 오랫동안 아르누보의 이단아, 직관에 의존한 천재, 중세적 신비주의에 빠진 몽상가로 평가되었다. 조지 오웰은 사그라다
by
신동하 에디터
2026.06.25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결혼적령기 미혼 여성, '물질주의자'의 '모순'을 반박합니다 (下) [문화 전반]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와 책 <모순>이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방식
***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셀린 송, 2025) 『머티리얼리스트』의 주인공은 잘나가는 커플매니저 루시(다코타 존슨). 자신이 성사시킨 고객의 결혼식에서 소위 ‘유니콘’이라 불리는 뉴욕 최고의 싱글남 해리(페드로 파스칼)에게 대시를 받는다. 같은 날, 같은 장소, 결혼식장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전남친 존(크리스 에반스)과 마주치면서 루시는 예상하지
by
오은지 에디터
2026.06.25
오피니언
영화
[Opinion] 혈연관계, 계약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영화]
아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상자가 있다.
오래전부터 SF 장르를 좋아해 왔던 사람으로서 그중에서도 유독 좋아하는 소재는 바로 AI, 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 같은 키워드들이었다. 인간과 비인간의 모호한 경계, 묘한 섬뜩함 때문에 이러한 소재가 등장하는 콘텐츠들은 영화가 끝나면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마침, 이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에 안드로이드가 등장한다고 해 잔뜩
by
조은서 에디터
2026.06.25
리뷰
도서
[Review] 빛을 그린 화가, 빛이 되어준 사람들 - 모네, 빛의 순간들
그래서 우리는 그림을 본다. 정확한 기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을 빌려 세계를 다시 보기 위해서.
작년 가을쯤 과천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모네 그림을 봤다. 아니, 단순히 본 게 아니라 그 그림을 보러 갔었다. 수련은 한 벽면을 통째로 비운 채 딱 그 그림 한 점만 걸려 있다. 모네가 그린 빛에 집중하라는 의도인지 전시장은 최대한 조도를 낮추고 몇 개의 조명만으로 그림을 비춘다. 사실 워낙 유명한 그림들이라 직접 보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요즘은 기
by
조수빈 에디터
2026.06.25
리뷰
공연
[Review] 현대 클래식 블라인드 테이스팅 후기 - 앙상블블랭크 10
내가 몰랐던 미감의 영역에서 내 취향의 가닥 발견하기
<앙상블블랭크 10>은 단독 연주 팀 앙상블블랭크의 활동 1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이다. 여유 없는 일상을 지나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공연 레파토리에 대한 예습이 전혀 안 된 상태였다. 바쁘게 안내데스크로 걸어가 공연 티켓과 팜플렛을 받았다. 팜플렛 표지에는 ‘앙상블블랭크’의 이름이 위아래가 뒤집어진 채로 인쇄되어 있었고, 그 아래에 말 그대로 빈칸
by
신성은 에디터
2026.06.25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청량함부터 끈적함까지, 스크린에 새겨진 여름의 온도들 [영화]
시원한 물보라부터 끈적거리는 불쾌함, 그리고 터질 듯한 열기까지. 스크린 속 다채로운 온도로 그려진 여름 영화 5편을 소개한다.
여름은 얄궂은 계절이다. 뜨거운 햇볕에 눈이 부시다가도, 습한 공기에 짜증이 치솟고, 쏟아지는 비에 마음이 씻겨 내려가기도 한다. 그런 여름이 오면 어김없이 회자되는 영화들이 있다. 계절 특유의 공기를 담은 작품들은 누군가의 기억 속 각자의 여름으로 남는다. 시원한 물의 청량함부터, 끈적하게 들러붙는 듯한 욕망까지. 저마다의 복합적인 감정으로 여름을 다양
by
황지윤 에디터
2026.06.25
리뷰
PRESS
[PRESS] 사람 죽이는 빅토리안 사이코 여자 [도서]
악은 탄생하는가, 혹은 만들어지는가
<빅토리안 사이코>.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표지는 간결하다. 빅토리아 시대에 입던 드레스, 소매가 구름처럼 부푼 새빨간 드레스, 하지만 아랫단이 점차 어둠에 물들기 시작한 기묘한 드레스 한 벌이 홀로 서 있다. 책장을 넘겨본다. 아, 이런. 내지 첫 장 하단에 미처 닦아내지 못한 검붉은 핏자국이 동그랗게 묻어 있다. 마저 장을 넘기는 것이 조금 주저되기 시
by
김혜원 에디터
2026.06.24
리뷰
도서
[Review] 찰나의 빛이 남긴 오래된 위로 - 모네, 빛의 순간들
삶의 감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클로드 모네의 전 생애
처음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직접 마주한 곳은 일본 나오시마섬이었다. 조용한 공간 안에서 빛을 머금은 듯 펼쳐진 모네의 그림은 설명보다 먼저 감각으로 다가왔다. 환하고,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그때 내가 알고 있던 모네는 아주 단순했다. ‘빛의 화가’, ‘인상주의’, ‘수련’. 미술사를 깊이 알지 못해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 그리고 누구나 아름답다
by
이소희 에디터
2026.06.24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두려워하지 말라 [영화]
이 영화의 진짜 제목은 ‘진실이 드러나는 날’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처음 듣기 시작하는 날’에 가깝지 않을까.
하나의 사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26년 6월 <디스클로저 데이>로 돌아왔다. 이것은 그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파벨만스(2023)> 이후 3년 7개월의 공백을 깨고 다시 외계 생명체를 이야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나의 사건이다. 외계가 등장하는 SF 영화는 지금까지 여러 편 있었고, 모두 다른 매력이 있다. 맨 인 블랙 시리즈처럼 유쾌하게 풀어내는
by
정서영 에디터
2026.06.24
리뷰
도서
[Review] 진리를 설계한 건축가, 책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예술은 아름다움이니, 진리가 없으면 예술도 없다. 그리고 진리를 찾으려면 창조된 존재들을 잘 알아야 한다.
처음 가우디의 건축물을 봤을 때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과학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감각.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압도적인 황홀감이었다. 정확하고도 치밀한 설계 방식을 들으며 그가 ‘신의 건축가’라고 불리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2026년은 스페인에게 매우 특별한 한해라고 한다. 안토니 가우디가 선종한지 100주
by
고지희 에디터
2026.06.24
리뷰
도서
[Review]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삶을 세우는 믿음 [도서]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 아르만도 푸치 (2026)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맞는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144년 만에 완성을 앞두고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은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의 인생과 작품, 그리고 사상을 조명한다. 생전에 자신에 대해 많은 말과 글을 남기지 않은 가우디는 오직 건축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했다. 이
by
정희정 에디터
2026.06.23
리뷰
도서
[리뷰]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건축물이 아닌, 인간 안토니 가우디를 만나다
2026년 6월 10일. '신의 건축가'라 불리는 스페인 거장 '안토니 가우디' 서거 100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외관이 착공 144년 만에 완공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뉴스를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몇 년 전 바르셀로나에서의 기억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몇 개 꼽는다면, 그중 하나는 단연
by
곽미란 에디터
20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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