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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Opinion]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센티멘탈 밸류' [영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Sentimental Value)』 리뷰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은 사람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어떤 집은 단지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그 안을 지나간 시간과 침묵, 말해지지 못한 감정까지 품은 채 버티는 존재 같다. 요아킴 트리에의 <센티멘탈 밸류>는 바로 그런 집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어린 노라가 집의 시점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로 문을 여는 이 작품은, 가족의 역사가 켜켜이 밴
by
정희정 에디터
2026.04.17
리뷰
도서
[Review] 우아한 사유라는 최후의 저항 -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도서]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리뷰
과제가 된 행복, 표준화된 욕망 과거의 행복은 삶에서 집착의 대상이 아니었고, 그것을 반드시 찾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다. 행복을 얻는 일은 개인에게 전적인 헌신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행복을 얻는 일 자체를 행운으로 여겼으므로 그렇지 못할 때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그러나 포스트 행복은 이 방정식에서 '행운'이라는 요소를 제거했고, 자유
by
정희정 에디터
2026.04.15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진실의 구조: 추락의 해부(2023) [영화]
추락의 해부 Anatomy of a Fall, 2024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과 안내견뿐. 단순한 사고였을까? 아니면 우발적 자살 혹은 의도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해부해 가는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 Synopsis “저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어요.” “그 문제가 아니에요.
by
정희정 에디터
2026.04.09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속죄는 저의 마지막 친절입니다. [영화]
어톤먼트, Atonement (2008)
1935년 영국, 부유한 집안의 아름다운 딸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는 시골 저택에서 여름을 보내던 중 집사의 아들이자 명문대 의대생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주친다. 어릴 때부터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었지만 쉽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던 이들은 그날 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본 세실리아의 동생 브라이오니의 오해로 로비는 억울한
by
정희정 에디터
2026.04.03
리뷰
전시
[Review] 취향의 시차: 울트라백화점 서울 Vol.2 [전시]
울트라백화점 Vol.2 in DDP
FINDER, 다른 취향의 신호 개인이 자유롭게 취향을 선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들 말한다. 나에게 요즘의 유행은 단순히 빠른 교체로만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취향과 서브컬처가 바닷속을 떠돌다가 어느 순간 수면 가까이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저마다의 깊이로 잠겨 드는 흐름에 가깝다. 완전히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보다는 이미 어딘가에 축적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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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에디터
2026.04.01
리뷰
도서
[Review] 타이핑 Typing Vol.1: 봉합되지 않은 문장들 [도서]
매거진 『타이핑』 1호 리뷰
Draft, 쓰는 사람들의 시작 쓰는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구석이 있다. 스치는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지 못해 기록을 시작하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 그 기록을 다시 들춰보다가 그때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자기 마음의 결을 뒤늦게 발견한다. 그렇게 남겨둔 문장이 누군가에게 가닿아 공감으로 돌아오는 순간, 사람은 단지 위로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위안이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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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에디터
2026.03.29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되는 죽음 [전시]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예술은 약과 같다.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의학은 믿으면서 예술은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 늘 놀랍다.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지 않은 채 말이다." - 데이미언 허스트 Damien Hirst 데이미언 허스트의 전시를 보며 내가 오래 들여다본 것은 유리관 속의 죽음이 아니다.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였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by
정희정 에디터
2026.03.26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추상은 어떻게 허상이 되는가 [영화]
키에슬로프스키의 〈세 가지 색 트릴로지>
어떤 영화는 이야기를 남기고, 어떤 영화는 장면을 남긴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세 가지 색>은 그보다 먼저 하나의 감각을 남긴다. 손에서 놓았다고 믿었던 것이 끝내 사라지지 않는 감각, 이미 끝났다고 여긴 관계가 다른 형태로 되돌아오는 감각, 타인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조차 그를 완전히 알 수 없다는 감각. 파랑, 하양, 빨강. 프랑스 국기의 세 색과 자유
by
정희정 에디터
2026.03.19
오피니언
사람
[Opinion] 마모되는 사람다움 [사람]
더 빠르고 효율적인 시대 속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인간다움을 돌아본다.
AI를 말하는 이야기들이 사방에서 밀려온다. 서점의 매대에서도, 알고리즘이 밀어 올린 게시물들 속에서도,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이 흐름을 외면하는 순간 시대의 바깥으로 밀려날 것 같고, 지금 익히지 않으면 곧바로 무능해질 것 같은 재촉이 시작된다. 어느새 조급함은 습관이 되었다. 시선은 화면 위를 쉴 새 없이 미끄러지고, 엄지는 세상을 따라잡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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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에디터
2026.03.12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영화 이후의 삶, 이어지는 연결 [도서/문학]
김소미, 『불이 켜지기 전에』 를 읽고.
불 꺼진 극장은 축축하고 불온한 운명에서 출발해 외톨이나 도피자들을 기어코 교육하는 장소로 품을 키워왔다. 어쩌면 나 역시 그 속에서 매번 다른 존재로 태어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극장에 있는 동안만큼은 나를 비우고 타인을 연민하는 일에 가뿐한 부력이 주어졌고, 숏과 숏 사이의 압력으로 멀리 떠밀려가는 동안엔 종전까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던 인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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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에디터
2026.03.06
오피니언
영화
[Opinion] 해피엔드, Happyend (2025) [영화]
영화, 해피엔드
‘Happy ending’이 아닌, Happy, End. 그리고 And. 학교와 친구가 세계의 전부였던 시절, 나는 이 좁은 세계를 건너기 위해 음악을 들었다. 교실 창밖의 세상을 상상했고, 학교가 가리키는 이정표와 정반대 방향으로 전력 질주해 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해피엔드> 속 인물들은 낯설지 않았다. 그들은 내 친구들과 닮아 있었고,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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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에디터
2026.02.18
오피니언
영화
[Opinion] 하나 그리고 둘, A One And A Two (2000) [영화]
각자의 카메라로 서로의 사각을 기록하며, ‘하나와 하나’로 살아가기.
하나, 그리고 둘 A One And A Two Yi Yi (하나, 하나) 우리는 스스로의 앞면만 볼 수 있다. 내 뒷모습을 확인하려면 타인의 눈이나 카메라의 렌즈를 빌려야 한다. 〈하나 그리고 둘〉은 이 단순한 시각적 한계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 말하듯, 이 이야기는 ‘둘이 되어 하나가 되는’ 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원제 Yi Yi: 하나,
by
정희정 에디터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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