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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도서
[Review] 글쓰기의 낭만 대신, 책 쓰기의 근육을 기르는 시간 -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흩어지는 문장을 모아 단단한 물성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속에 흐르는 선율을 포착하는 일과 비슷하다. 떠오르는 감정을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찰나의 단상을 문장으로 붙잡아둔다. 하지만 ‘책을 쓴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것은 파편적인 선율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을 작곡하는 일에 가깝다. 시작과 끝이 있고, 촘촘한 기승전결의 구조가 있으며, 무엇보다 그 긴 호흡을 견디게 하는 명
by
이소희 에디터
2025.12.24
리뷰
공연
[리뷰] 신화가 된 목소리, 에비타 - 뮤지컬 에비타 [공연]
뮤지컬 에비타는 송스루 형식과 웅장한 음악을 통해 한 인물을 이해의 대상이 아닌 경험의 대상으로 제시한다. 에비타와 체의 대비 속에서 이 작품은 신화와 권력, 대중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구조를 오늘의 질문으로 남긴다.
공연을 보기 전 읽은 시놉시스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막이 오르고 첫 음악이 울리는 순간 작품은 ‘이해해야 할 이야기’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서사’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반복되는 “에바 페론의 죽음”이라는 선언은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기 이전에 하나의 신화가 어떻게 탄생하고 소비되는지를 먼저 각인시키며 극의 방향을 제시한다. 웅장한 합창으로 시작
by
김서영 에디터
2025.12.24
리뷰
영화
[Review] 반쪽의 진실이 선물하는 영화 같은 삶 - 하나 그리고 둘 [영화]
대만의 한 가족을 통해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절반을 보다
<하나 그리고 둘>은 대만의 중산층 가족의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전 여자친구가 다짜고짜 찾아와 "그 여자가 아니라 내가 당신과 결혼했어야 했다"라며 난동을 피우는 극적인 사건이 생긴다. 그런데 곧바로 할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건으로 전환된다. 할머니의 혼수상태는 가족의 일상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을 것 같지만, 가족은 결국 각자의 일상을 영위하는 수밖에
by
채수빈 에디터
2025.12.20
오피니언
공연
[Opinion] 비차를 타고, 저 별에 닿아 -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공연]
역사적 여백에 과감한 상상력을 보탠 창작 초연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개막했다.
역사 속 지도자들은 별과 하늘의 무늬를 읽으며 땅 위의 생명들을 살폈다. 농업이 국가 경제 기반이었던 옛 왕조 국가에선 천문(天文)은 국가 권력의 핵심이었다. 천문은 하늘에 나타난 별들의 운행을 무늬(文)로 표상하는 학문이다. 왕권과 국가, 백성의 안위를 위해선 하늘의 움직임을 온전히 읽어내야만 했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은 땅, 즉 인간 사회에도 영향을
by
이진 에디터
2025.12.18
리뷰
공연
[Review] 우리의 탄식이 리듬이 될 때, The Gift 묘한민요
일상의 고됨을 씻어주는 선물, 차차웅의 현대민요
"아이고, 힘들다." 살면서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이 탄식이 실은 실은 가장 원초적인 민요다. 취업이 안 돼서 힘들고, 연애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야근에 파묻혀 있을 때 우리는 "죽겠네, 죽겠어" 본능적으로 탄식을 뱉는다. 그런데, 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고단한 한숨이 사실은 가장 오래된 '노래'의 씨앗이었다면 어떨까. 지난 1
by
이소희 에디터
2025.12.17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나의 기록 이야기
중학생 시절부터 스물세 살 지금까지 이어온 기록
나는 오래전부터 기록이 습관인 사람이다. 물론 내 주변 지인들에 비하면 스스로 기록자라 말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지만, 나는 나름 내가 꾸준히 기록해 온 사람이라믿는다. 일기, 다이어리는 기본이고 콘텐츠 기록, 아이디어 정리, 어휘 모음 등 다양한 용도로 착실히 기록을 수행하는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나의 중학교 학창 시절부터 스물세 살의 지금까지 이어온
by
임유진 에디터
2025.12.17
리뷰
영화
[Review] 물로 건배하는 사이 -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영화]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미 연결된,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 본 리뷰는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짐 자무쉬의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세 개의 가족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는다. 서로 다른 공간, 다른 세대, 다른 관계로 구성된 이야기들이지만, 영화는 대사와 색감, 반복되는 상징을 통해 이들을 느슨하게 연결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부재가
by
이유은 에디터
2025.12.16
리뷰
영화
[Review] 가족이라는 이름의 테이블,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피라기엔 연하고 물이라기엔 짙은 무언가
제목이 놓인 포스터를 보았을 때는 이것이 한 가족을 둘러싼 역동과 갈등과 흔들림을 다룬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다. 가족을 주제로 삼는 영화란 대개 그렇기 마련이니까. 함께 있는 동시에 떨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지리멸렬하게 갈라져 싸우다가도 종국에는 아예 남처럼 돌아서질 못하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조명한 영화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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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그린 에디터
2025.12.15
오피니언
공연
[Opinion] 뮤지컬 '렌트'의 제16의 인물이 되어 [공연]
그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객석으로 무대가 확장되는 순간들
바야흐로 <렌트>의 계절이다. 극 중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이 시간적인 배경으로 나오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후회 없이 사랑하며 연대해야 한다"라는 따뜻한 메시지가 몸을 녹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메시지 때문인지 송스루 뮤지컬인 이 작품의 넘버들 중, 모든 등장인물들이 모여 다 같이 부르는 넘버들이 유독 마음을 울린다. 뮤지컬 <렌
by
임솔지 에디터
2025.12.14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커다란 거울과 같은 문을 열어 내딛는 무겁고 경쾌한 발걸음 [영화]
추운 겨울의 어둠 속에서 가장 사소한 빛을 발견하는 이야기,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첫 눈이 내렸다. 한 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맞으며 길거리 여기저기에 반짝거리는 조명과 캐롤이 울려퍼진다. 크리스마스는 포근함과 설렘의 얼굴을 하고 있다. 세상의 웃음이 종소리와 같이 크게 울릴 때, 어떤 이들에게는 고독과 침묵이 더 짙게 내려앉는다. 모두가 행복한, 행복해야만 할 것 같은 날, 크리스마스가 품고 있는 또 다른 얼굴을 천천히 드러내는 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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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은 에디터
2025.12.12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좋아하는 일로 불행해지지 말자
물러버린 마음도 잘 뭉쳐주기만 한다면
좋아하는 일로 불행해지지 말자고, 근 몇 달 동안 주문처럼 되뇌었다. 좋아하는 마음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예찬해 온 나였지만, 정작 최근의 나는 그 ‘좋아함’ 때문에 불행해지고 있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고 그래서 잘하고 싶었을 뿐인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새 기대로 변해버렸다. 기대라는 불순물이 마음속에 들어선 탓일까. 나는 좋아하는 일 때문에 가장
by
백소현 에디터
2025.12.09
오피니언
공연
[Opinion] 안트로폴리스 연작의 초록빛 해설자 - 안트로폴리스 Ⅱ 라이오스 [연극]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 창작된 인물 라이오스
안트로폴리스(Anthropolis)는독일어로 인간의 시대를 뜻하는 안트로포첸과 도시를 뜻하는 폴리스가 결합한 단어이다. 즉 ‘인류의 도시’라는 뜻이다. 안트로폴리스의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는 인류세의 오만과 폭력성을 성찰하고자 테베를 배경으로 하는 고대 그리스 비극을 소환했다. 이 점에서 쉼멜페니히가 안트로폴리스를 집필한 것이 코로나 팬데믹 시기라는 점
by
진세민 에디터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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