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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몰라도 모네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인상주의의 아버지이자 빛의 화가로 알려진 모네는 오히려 너무 유명해서 제 발로 찾아서 알아보려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오랑주리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술관 곳곳에도 모네의 그림이 수시로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름만으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유명한 작품들 외에도 모네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그림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네, 빛의 순간들>은 클로드 모네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100개의 대표작을 통해 모네의 그림과 인생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준다. 모네가 그림과 만나기 시작한 시기부터 그의 작품세계가 구축되고 발전된 단계를 거쳐 말년의 걸작들이 탄생하던 때의 상황까지 총망라하는 이 미술서는 하나의 작품에 모네의 하루 하나를 연결해 주는 것 같아 친절하다. 전문용어로 점철된 비평서보다 화가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소개해 주는 책이 더 와닿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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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삶의 궤적을 따라 함께 탄생한 그림들을 보다 보면 모네를 만나게 된다. 각 작품의 해설은 곧 화사하고 반짝이는 그림 뒤의 가난과 사별, 질병과 고독까지 모네 이름 뒤의 한 인간을 아는 일이 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크게 다섯 가지 파트로 구성하고 있다.


화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 르아브르, 파리, 런던 시기가 첫 번째다. 모네가 처음에 그리던 것은 캐리커처였다. 별안간 부댕의 눈에 띄어 함께 풍경화를 그리려 여행을 떠나는데, 바로 그때 모네는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고 이후 풍경화가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모네는 빛에 집중하기 시작하며 밖에서 본 것을 화실에 돌아와 관념적 색채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지금 눈에 보이는’ 자연광을 포착하려고 했다. 이때 그린 그림이 바로 당시 연인이었던 카미유 동시외가 등장하는, 그 유명한 <정원의 여인들>이다.


두 번째로 분류되는 아르장퇴유, 베퇴유 시기 파트에서는 보불전쟁과 피난, 참혹함과 가난의 역사 속에서 모네가 그린 그림을 볼 수 있다. 또 고통의 시기가 지난 후 모네가 찾은 바다가 어떻게 그를 ‘인상주의’의 선구자 반열에 올려놓았는지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모네는 <인상, 해돋이>에서 빠르게 지금, 이 순간의 빛을 포착했던 것이고, 당대 화가들의 조롱을 받았지만 후에는 이를 통해 외려 입지를 다지게 된다.


모네가 정착하여 연작을 구상하기 시작한 지베르니 초기 시기, 물의 정원과 수련을 그리기 시작한 지베르니와 유럽 각지 시기로 구성되는 세,네 번째 파트는 모네가 더 집중하기 시작한 요소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모네는 찰나에 빠르게 변주되는 빛의 색채에 천착하며 여러 가지를 그리기 시작한다. 지베르니에서 자택의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 모네는 탐미적 목적으로 수련을 심었지만 이내 그것이 자신이 그토록 찾던 이상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빛과 색과 진동이 뒤섞이는 형체 없는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모네의 끈질긴 노력은 결국 직사광선에 과하게 눈을 노출하는 원인이 되어 시력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수련 연작은 이렇게 갈고 닦여 탄생했다.


마지막 지베르니 말기 시기는 말년의 시련 속에서 모네가 피워낸 꽃과 그 속의 처절한 노력을 보여준다. 이 부분만큼은 필자의 설명보다 독자의 읽을 권리가 더 중요하다.


한 화가의 삶과 그 순간순간의 옆을 지켜준 사람들, 그를 에워쌌던 상황들, 여러 가지 시련들을 앎으로서 우리는 그동안 예쁘다는 이유 하나로 감탄했던 모네의 진짜 빛을 온전히 마주하게 된다.

 

["당시 모네의 관 위에는 관습에 따라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색 천이 덮여 있었다. 묘지로 운구를 시작하려던 찰나, 클레망소는 "안 돼! 모네에게 검은색은 안 돼! 검정은 색이 아니야!"라고 외치며 다급히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클레망소는 관 위의 검은 천을 거칠게 치워버리고, 창문에 걸려 있던 화사한 꽃무늬 커튼을 뜯어와 그 위에 대신 덮었다. 친구의 마지막 길을 차가운 어둠이 아닌 따뜻한 꽃무늬로 수놓아준 것이다."] - [장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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