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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IHLAPINATAPAI]로 돌아온 아일릿의 당돌한 선언


   

아일릿이 미니 4집 [MAMIHLAPINATAPAI]으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시도한 것을 넘어, 데뷔부터 이어온 ‘나’의 서사를 가장 선명하게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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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데뷔 앨범 [SUPER REAL ME]에서 아일릿은 ‘나의 진짜 이야기가 최고의 이야기’라고 말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2025년 싱글 1집 [NOT CUTE ANYMORE] 및 수록곡 ‘NOT ME’에서는 귀여운 이미지 하나로는 자신들을 설명할 수 없다며 타인의 규정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리고 이번 타이틀곡 ‘It’s Me’에 이르러서는 그저 단호하게 자신을 밝힌다.


진짜 나를 보여주고, 남이 정한 나를 지워낸 뒤, 결국 지금의 내가 정답이라고 선언하는 것.


이처럼 세 단계로 이어지는 흐름은 아일릿이 앨범마다 이들의 주체성을 한 단계씩 확장해 온 그룹임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의 제목도 새롭고 흥미롭다. ‘MAMIHLAPINATAPAI’는 서로 원하지만 아무도 먼저 나서지 못하는 미묘한 눈치 싸움을 뜻한다. 애매하고 모호한 관계를 가리키는 단어지만, 정작 이 앨범 속 아일릿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다. 누가 먼저 말할지 재는 순간, 가장 먼저 자신을 외쳐버린다.


 


Who’s your bias? I’m your bias! - 질문이 아닌 확신



타이틀곡 'It’s Me'의 핵심은 이 문장이다.

 

“Who’s your bias? I’m your bias!”


처음엔 장난처럼 들리고, 몇 번 듣다 보면 묘하게 중독되는 구간. 도입부부터 이 훅이 강하게 꽂히는 이유는 단순히 반복이어서만은 아니다. 질문의 형식을 띠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보통 마음을 확인하는 노래라면 상대의 반응 앞에서 머뭇거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일릿은 질문을 던지자마자 스스로 답을 말해버린다.

 

 


 

I’m the one, I’m your idol

꾸준한 네 좋아요

너는 마치 loyal fan

(중략)

 

답답넙치! Post me on your gram

Sphere 전광판엔 커플 이니셜 레터링

 

 

특히 가리키는 대상을 특정하게 정해두기보다, 교묘하게 겹쳐 놓은 가사가 매력적이다.

 

좋아하는 상대를 향한 고백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아이돌이 팬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처럼 읽히기도 한다. 결국 이 곡은 “결국 너는 나를 좋아하게 될 거야”라는 자기 확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두의 ‘최애’가 되겠다는 아일릿의 목표가 이 곡에 가장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마법 소녀에 대한 거부가 아닌 확장


 

이번 컴백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운드다. 그동안 아일릿을 설명하던 컨셉은 몽글몽글하고 동화 같은 ‘마법 소녀’였기에, 음악 또한 소녀 감성의 설렘을 강조하는 방향에 가까웠다.

 

하지만 ‘It’s Me’는 도입부터 빠르게 질주하는 테크노 사운드와 비트로 몰아치며, 이전의 감성과는 확실히 결이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있다. 반짝이는 동화 속 소녀들이 갑자기 네온사인 가득한 도시 한복판으로 걸어 나온 듯한 인상이다.


그럼에도 아일릿의 대표적인 상징은 놓지 않았기에, 이번 앨범이 낯설기만 하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퍼포먼스에는 여전히 시그니처인 ‘마법 소녀’ 손동작이 살아 있다. 강한 테크노 비트 위에서도 손끝은 익숙한 주문을 그린다. 그래서 이번 변화는 기존 컨셉의 거부가 아니라, 확장에 가깝다.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지만 ‘아일릿 코어'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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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s Me' 뮤직비디오 일부

 

 

 

가장 영리한 방식으로, 모두의 최애를 노리다


 

사실 K-POP에서 ‘최애’라는 단어를 이토록 직접적으로 내세우는 건 꽤 영리한 선택으로 느껴진다. ‘최애’는 팬덤 문화의 언어이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가장 좋아한다는 감정이 담긴 언어이기도 하다. 아일릿은 이 단어 하나로 실제 팬과 노래 속 가상의 상대를 동시에 겨냥한다.


결국 이번 앨범에서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네가 찾는 최애는 나야.”


이런 자기 확신은 자칫 부담스럽거나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일릿은 특유의 엉뚱한 표정 연기와 사랑스러운 무드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덕분에 강하게 밀어붙이는데도 밉지 않고, 당돌한데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이는 '아일릿(ILLIT)'이라는 그룹 이름에 담긴 의미와도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아일릿은 'I WILL'과 'IT'의 결합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 될지 기대되는' 잠재력을 품은 이름이다. 결국 이들에게 중요한 건 외부에서 정해주는 모습이 아니라, 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을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겠다는 아일릿다운 선언을 보여주는 것이다. 머뭇거리는 순간마저, 망설이지 않고 자신감으로 밀어붙인다. 이처럼 아일릿은 관계의 모호함을 노래하면서도, 가장 먼저 자신들을 지목하며 답을 내린다.


Who’s your bias? I’m your b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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