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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기엔 조금 머쓱하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는 공감을 할 만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에디터 본인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건 어느 더운 여름날이었다. 순간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스스로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휴대폰을 집어 들어 사람들과 연결된 모든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로그아웃했다. 그게 뭔 큰일이라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 당시 하루 종일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하루에 한 개씩은 스토리 게시물을 게시하던 사람으로서는 꽤 커다란 선택이었다.


그렇게 몇 달 정도를 살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고요해진 일상이 견딜 수가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보여주지 않는 일상이 쌓여간다는 점이 마음을 차분히 만들었던 것도 같다. 부끄럽지만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나’에 조금 취해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이야 다시 계정에 접속해 아무렇지 않게 복귀했지만 말이다. 그때 당시 쓰게 된 자기소개 글에 이렇게 썼었다.

 

요즘은 의식하지 않고도 SNS를 멀리하게 됩니다. 제 성향상 아마 평생 SNS를 하지 않고 살아가지는 못할 테고, 언젠가 다시 왕성하게 활동을 하겠지만 일단 요즘은 그렇습니다. 그건 사실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예요. 내가 그려내는 ‘나’의 이미지로부터, 그리고 그 이미지에서 나를 배우는 다른 사람들로부터요. 그리고 똑같은 방식으로 제가 타인을 보는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습니다. - [Project 당신] 그럭저럭, [자기소개] 중, 2025.11.26.


내가 그려내는 ‘나’의 이미지, 그리고 그 이미지로부터 나를 배우는 사람들과 내가 타인을 무언가 제한된 방법만을 통해 이해하는 것. 그것이 ‘우아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21세기 현대인을 위한 책이 있다. 스페인의 철학자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가 지은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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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았을 때 에디터처럼 무언가 덜컥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면, 높은 확률로 ‘우아한’이라는 표현 때문일 것이다. 한국어 번역서인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은 스페인 현지에서 『Incompletos: Filosofía para un pensamiento elegante』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직역하자면 ‘불완전: 우아한 생각을 위한 철학’이 제목인 셈이다. 이때 ‘elegante’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우아한, 기품 있는 이라는 뜻과 함께 신중한 이라는 뜻을 함께 가진다고 한다.


그러니 저자가 책에서 현대인의 우아하지 않음을 7장의 근거와 상황을 들어 설명하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책은 이전과 달리 신중하지 않고 조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행복을 위한다는 이유로 행하는 행위들에 대해 철학적 해석을 더하며 전통적 행복 다음의 포스트 행복에 대해 분석한다.

 

과거의 행복 다음을 뜻하는 포스트 행복은 이전 세대가 추구하던 전통적인 형태의 행복과 전혀 다른 형태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화, 즉 스크린 이전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과 시대에 직면하면서 행복의 모습과 성질 또한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때 현재 사회에서 이러한 포스트 행복을 추구하는 주체를 하이퍼모던 주체라고 하는데, 하이퍼모던 주체는 포스트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과 결과에서 외부적 환경과 요인에 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그는 “하이퍼모던 주체가 생각하는 존재being는 ‘행함doing’에 그치지 않고, 주저 없이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17쪽)고 말하며 “신중함에서 나오는 우아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정서적 측면에서 우아함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며, 미적인 우아함은 “통제와 절제의 훈련을 요구”(63쪽)하므로 하이퍼모던 주체가 추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7장에 달하는 상황과 예시를 통해 하이퍼모던 주체가 외부적 요인인 디지털 환경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기 때문에 ‘우아함’을 잃고 포스트 행복을 단편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우아함은 단순히 미적인 감각에만 국한되지 않고, 윤리·정치·사회적 상호작용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전체론적인 성격을 지닌다. 우아함은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치와 같은 특별한 요소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도덕성이나 훌륭함을 본보기로 자신을 내세우거나 과시할 필요도 없다. 진정한 우아함은 보여주기 위해 애쓰지 않으며 오히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나 하이퍼모던 주체는 이 거리감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전체적으로 우아함을 조망하기가 어렵다.


-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295쪽

 

 

그는 무분별한 정보와 호불호의 현장이 쏟아지는 디지털 환경 등이 정신적 빈곤을 초래했다고 보고 하이퍼모던 주체가 우아한 선택을 할 수 없게끔 만든다고 말한다. 24시간이면 사라질 수 있는 게시글, 클릭 한 번이면 있었냐는 듯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정보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하이퍼모던 주체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정신적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은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서 있는 시대와 그 시대를 받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리터러시를 길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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