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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까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쟁은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필자는 가끔씩 갑자기 전쟁이 났을 때의 대응 방법을 상상해 보고는 한다. 회사가 한강 북쪽에 있으니 바로 한강 다리부터 건너야지, 가족들과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친척 집에서 만나기로 해야겠다, 가까운 마트랑 약국에서 음식이랑 약부터 사야겠다는 등의 생각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내 설마 전쟁이 나겠냐는 시시한 마음으로 상상은 종료된다. 심지어 분단국가에 살고 있으면서도 전쟁은 살면서 절대 겪지 않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사건으로 느껴진다.
영화 <시라트>는 그러한 안일함에 대하여 장담할 수 있겠냐고 묻는 듯하다.

<시라트>는 기본적으로 주인공 루이스가 아들 에스테반, 강아지 피파와 함께 딸을 찾아다니는 로드무비이다. 그들은 딸이 레이브 파티에서 목격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레이브 파티 무리를 전전하며 딸을 찾는다. 그러나 갑자기 군인들이 들이닥쳐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파티를 해산시키자, 루이스 일행은 피난 대열을 벗어나서 다음 레이브 파티 장소로 가는 한 히피 무리와 합류하여 딸을 찾는 여정을 이어나간다.
인물들은 전쟁과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이들은 총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 있지 않고, 싸우고 있지 않으며, 그저 모로코 사막을 배회하고 레이브 파티를 즐길 뿐이다. 그러나 비극은 그들을 비껴가지 않는다. 비극의 시작은 루이스의 아들 에스테반과 강아지 피파의 죽음이었다. 보통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어린이의 사망은 특히 용납되기 어려움에도 <시라트>는 첫 번째 희생자로 어린이와 강아지를 선택한다. 이는 마치 전쟁은 희생자를 가리지 않는다는 표현 같기도, 혹은 인간적으로 어린이는 해치면 안 된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의 전쟁을 은유한 것 같기도 하다. 이 비극 이후로 루이스는 더이상 딸을 찾지 않는다. 히피 일행도 다음 레이브 파티를 찾아가지 않는다. 목적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고 이후, 사막 한복판에서 한풀이를 하듯 레이브 음악에 몸을 맡기던 인물들 중 절반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다. 그들이 서있던 곳은 지뢰밭이었고,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불행은 닥쳐온다. 마치 현실의 전쟁처럼 말이다.
영화는 인물들의 죽음을 상당히 건조하게 연출한다. 여타 영화들처럼 시신을 클로즈업하거나 남겨진 인물들의 슬픔에 크게 집중하지 않는다. 그저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는 듯이 이야기는 이어진다.

<시라트>는 전쟁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전쟁 장면은커녕 어느 나라가 전쟁을 하고 있는지, 어느 시대인지, 왜 전쟁을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전쟁 중이라는 배경만 존재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반전(反戰) 영화 같다는 감상을 뇌리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인물들의 죽음이 전쟁에서의 죽음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의 원인이 전쟁의 잔여물인 지뢰라거나 피난길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사실이 전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긴 하지만, 본질적인 유사성은 바로 죽음의 무작위성에 있다. 전쟁은 선한 자를 살려주거나 악한 자를 골라 죽이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운하게 휘말리는 것에 가깝다. 결코 예상할 수 없는 순간에 말이다.
정든 인물들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충격적인 전개는 지금도 전쟁터의 누군가에게는 현실일 감정을 티끌만큼이라도 체감해 보라는 감독의 안배였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죽음의 충격을 영화관에 앉아서 느끼는 우리는 참으로, 운이 좋다고나 할 수 있겠다.

우리 모두는 전쟁이 끔찍한 아픔을 남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머리로 하는 이해는 그 깊이가 얕기 그지없어, 마음 깊은 곳까지 닿기가 참으로 어렵다.
<시라트>는 그런 전쟁을 모르는 세계의 관객들을 레이브 음악이 울리는 모로코 사막 한복판에 가둬두고 감각으로 느끼라고 말한다. 상실, 충격, 고통과 현실 도피, 그 모든 것을 말이다.
영화가 상영작에서 내려온 지도 시간이 꽤 지났지만, 지금만큼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좋은 때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시라트>가 재개봉한다면 다들 꼭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
<아바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영화관 관람이 필수인 영화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