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사람은 각자 저마다의 기원이 존재한다. 과학적 의미의 기원이 아닌,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하는 철학적 의미의 본질을 뜻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어릴 적 즐겨 듣던 음악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나의 꿈이 시작되었던 책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이는 어떠한 장소를 떠올릴 수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기원이 존재한다. 상당히 철학적이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과학적인 의미도 담고 있는 요소이다. 바로 오늘 소개할 책, '별자리들'이다.

 

에디터 활동을 마무리 짓는 글인만큼, 내가 가장 글로 쓰고 싶었던 주제를 다시 한 번 떠올려봤다. 몇 달 동안의 활동에서 특정 몇 가지 장르를 자주 썼고, 그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 담았다고 생각했다. 나의 대부분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음악과 만화에 대한 글을 가장 많이 썼으니까, 더 이상 쓸 것도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이고 고민을 한 끝에, 정작 내가 가장 애정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온전히 하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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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별자리들'과의 첫만남에는 이유가 분명했다. 때는 고등학교 3학년, 생기부를 채우기 위해 온갖 책을 읽어서 독후감을 내던 나는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갑자기 진로를 변경하게 된 것이라 당시의 나는 천문학과 관련된 여러 책을 최대한 많이 읽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제대로 책을 음미할 시간도 없이 기계적으로 독후감을 작성하기 바빴다.

 

대한민국의 입시를 거쳐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이다. 그 시기의 학생들은 정성껏 책을 읽는 자가 극히 드물었고, 어쩌다 책에 흥미를 가진다 해도 원래부터 책을 좋아하던 학생이 아닌 이상, 공부에서 도피하기 위한 선택지였을 뿐이었다. 나도 그랬다. 공부가 너무나도 질린 나머지 급기야 책으로 회피하기 시작했고, 독후감 작성이라는 핑계로 여러 활자를 눈에 욱여넣던 시기가 존재했다.

 

당시 읽었던 책은 당연하겠지만 대부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모르고, 어떤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우주를 사랑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던 내가 이 책을 보고 조금이나마 문장으로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아직까지도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구절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것들이라면 재미가 사라지거나 지겨워지는 일은 평생 없을 것 같았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작가가 천문학과에 간 이유도 거창한 것이 없었다. 그저 별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렇게 아름다운 것들이라면 평생 지겨워지지 않을 거 같아서. 그런 사소한 이유로 천문학과에 진학했고, 그것이 곧 꿈이 되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성 이론이니, 천체물리학이니 하는 것들을 가져다 붙여도 결국 가장 중심에 위치한 진실은 아름다움이다.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오는 우주가 너무 아름다워서,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벅차 올라서 우주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때만큼 열렬하게 우주를 사랑하지 않은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 없다. 그토록 찬란한 세계를 떠올리면 절로 울컥한다. 나도 그 곳에 닿고 싶어서, 차마 닿지 못한 것을 더욱 바라는 마음에서 기인한 울음일 수도 있으나, 역시나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평생을 이리도 쉽게 결심할 수 있겠느냐 싶지만,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마 작가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평생이라는 단어가 아니면 이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

 

에세이는 작가가 천문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 진학하게 된 과정, 본격적으로 천문학과에 다니는 과정 등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별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천문학과에 진학하게 된 작가와, 물리학에 대한 관심으로 우주를 사랑하게 된 나의 관점은 다소 다르지만 사랑하는 대상이 같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책을 보며 이 사람도 나만큼이나 우주를 사랑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작가는 내가 느낀 감정을 글로서 정리하여 완벽하게 풀어낸다. 어쩌면 나는 천문학과에 진학해서, 결국 천문학자가 되고, 이 모든 과정을 최종적으로는 집필하게 된 작가에게 부러움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대리만족이라면 대리만족이다. 그런 소소한 만족감이면 어떠하랴. 책을 읽음으로서 내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는 건 꽤 행복한 일이었다.

 

천문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작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책이다. 그래서 오히려 작가의 진심이 더욱 와닿는다. 물론 중간 중간 천문학적 지식이 등장하지만, 아예 천문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봐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대체 내가 왜 우주를 이토록 사랑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위의 구절을 마주하고, 내가 처음 우주를 사랑한다 인정한 순간을 상기한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확신이었지만, 우주라면 뭐든 괜찮을 거 같다는 그런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자기소개에 대한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우주는 내가 상실을 겪었던 두 번째 대상이다. 손에 잡지 못한 것이라 더 미련할만큼 그리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쓸데없는 자기 연민에 빠지고 있자면, 이 책을 읽는다. 그러면 과거의 내가 감명 받아 밑줄을 쳐놓은 부분에서 현재의 내가 위로를 받는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과거에 출발한 별빛을 볼 수 있는 건, 지난 과거를 보며 현재를 충실히 누리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아프고 깨닫다 보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한 나 자신을 미래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참으로 모순적이면서 위안이 되는 구절이다. 과거의 선택으로 인해 아파하는 현재의 나는 그런 생각을 문득 했다. 만약 내가 결국 천문학과에 진학해서, 말 그대로 우주 밖에 모르는 삶을 살았더라면. 그렇다면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창작의 기쁨을 알았을까?

 

내가 창작과 기획에 빠지게 된 것 역시 다소 회피적인 이유였다. 이름만 보고 진학한 현재의 학과가 영 적성에 맞지 않아서, 이 학과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찾아낸 탈출구이자 해결 방안이었다. 그리고 플랜B 정도로 계획하고 있었던 창작과 기획은 생각보다 더 재밌었다. 물론 음악이나 우주만큼 내가 사랑하는 건 아니었지만, 나름 즐겁다는 감정을 느꼈다. 대학에 온 후로 내내 하고 싶은 것이 없던 내가 조금이나마 중-고등학생 때의 열정을 기억할 수 있었다.

 

우주만 바라보며 살게 되었더라면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이 재밌는지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상실의 끝에서 삶의 재미를 잃어버렸을 때, 아이러니 하게도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쳤던 결과물이 다시 나의 삶에 색을 더했다. 그렇게 만난 글쓰기로 현재의 나는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음악과 우주를 되돌아 볼 수 있으며, 내가 열심히 넓힌 나의 세상을 견고히 다질 수 있었다.

 

미래의 나는 또 어떤 상실에 빠질 지 모른다. 어쩌면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악몽이 다시 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고, 전혀 생각치도 못한 우울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면 나는 다시 이 책을 찾아볼 것이다.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어떤 구원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더 나은 선택을 한 나를 최종적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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