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요즘의 극장가는 마치 거대한 타임머신 같다.

 

극장가에 다시금 스미는 파스텔 빛의 잔향이 낯설지 않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작들이 4K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오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 또한 재상영을 앞두고 있다. SNS에는 2010년대 유행했던 노래들이 다시금 올라온다. 댓글을 살펴보면 모두가 입을 모아 ‘그 시절이 진짜였다’라고 말한다.

 

2025년의 몸을 가진 채, 다시 옛 시절의 공기를 마시고 있다.


기술은 나날이 속도를 높인다. 클릭 한 번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2시간짜리 영상이 몇 줄로 정리된다. 정보의 수와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감정은 압축된다. 손끝으로 넘기는 수천 개의 이야기는 잠시의 자극일 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은 속도만 남기고 감정이 사라진 공간을 경험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천천히’ 만들고, 한 번에 소비되지 않던 과거 문화에 다시 손을 뻗는다. 예컨대 리마스터링된 영상은 단순한 화질의 개선이 아니라 기억의 복원처럼 느껴진다.

 

그리움은 우리가 떠나온 곳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놓고 온 우리 자신을 향한다. 어쩌면 우리는 예전의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행위 같은 것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의 결말 스포로 복도에서 다투었던 날, 자정에 풀리는 음원을 기다리다가 잠든 어느 날의 밤. 좋아하는 것에 그 누구보다 순수한 열정을 품고 있었던 공간 속의 나.

 

그걸 찾는 것은 과거를 이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한 숨 고르기 같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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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순환한다. 2020년대의 중반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다시 1990년대의 유행과 2000년대의 향수를 불러온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지만, 정신은 하나의 원 안에서 맴돈다.

 

예컨대 2-3세대 아이돌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진정성 복귀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이다. 팬들은 그때의 무대, 목소리,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다. 그리고 그 기분이 지금의 삶을 관통하길 바란다. 함께 성장해 온 대상을 만나면 순간 삶이 반짝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나 <코렐라인>(2009)같은 재개봉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영화임에도 다시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우리가 이야기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러한 머무름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그 속의 그리움은,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증거다. 즉, 문화가 다시 금빛이 되는 건 우리가 그걸 새롭게 바라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거의 어떤 지점에서 뛰어내렸고, 그 지점이 지금-여기에서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그 지점을 방문하고, 그 안의 감각을 끌어내려 한다. 영화의 한 컷, 음악의 한 소절, 가수의 무대 한순간, 이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닫히지 않는 상점을 열어둔 채 우리 안에 존재한다.

 

그리움은 사실 상실이 아니라 미완의 감정이다.

 

지금 귓가에 흐르는 노래도, 넷플릭스 시리즈도 결국 시간의 흔적이자 정서의 자취가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과거를 돌아보는 것과 별개로 현재에 충실하고 싶어진다. 미래의 내가 이 순간을 그리워할 수 있도록 흠뻑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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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붙잡자.

 

우리는 다시 그 시절의 공기가 필요하다. 그 시절의 웃음, 호기심, 그리고 미완성은 지금을 구원한다. 문화가 다시 예전의 옷을 입을 때, 그것은 “지금도 나는 여기에 있다”라는 증명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과거에 대한 우리의 기다림이나 그리움의 감정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연료가 된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진심이었을까?

 

극장의 불이 꺼지고 오래된 장면이 시작될 때, 처음을 떠올린다. 시간은 다시 흐르는 듯하지만, 사실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돌아가는 건 언제나 우리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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