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여, 혼술은 너무나 당연한 생활의 모습이 되었고, 1인 가구가 급증하며 기업들이 이들을 주요 소비층으로 겨냥한다는 뉴스도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비대면의 세상은 더욱 확장되었고, '혼자서도 잘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더 유용한 것처럼 여겨지는 현상 역시 이제는 당연시되고 있다.
과거 혼자로서의 개인은 외로움과 고립의 대상으로서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다. 사회적 개체로서 인간은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본능을 갖고 있으며, 공동체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느낄 때 존재 가치를 실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혼자'가 삶의 기본값이 되어 버린 것만 같은 지금과 같은 시대에 외로움은 다른 의미를 지닐까?
여전히 고립된 개인은 사회적인 문제로 해결되어야 하는 대상이며, 이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은 치유해야 하는 상태이다. 이는 단순히 혼자 있는 것과 고립은 다른 상황임을 의미하며, 외로움 역시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정서와는 다른 것임을 알려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질문을 받으면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대의 외로움과 고립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책 [외로움의 함정]에서는 외로움의 구조를 깊이 있게 분석하며 이러한 질문에 답한다. 외로움은 객관적인 상황과 주관적인 인식이 통합적으로 반영되어 발생하는 정서로, 타인의 부재뿐만 아니라 타인의 존재 때문에도 나타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분석심리학자 칼 융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외로움은 주변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과 공유할 수 없는 것, 남과 공유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책에서는 외로움의 요인을 상황과 상황에 대한 인식, 자기 인식, 개인의 기질과 특성으로 분류하며 외로움이 인식적인 정서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게 아니라, 함께 있어도 외로울 수 있다"는 경험적인 사실은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통해 분석적으로 검증된다.
이후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며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고립이 발생하는 배경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청년, 중년, 노년으로 나누어 각 세대의 고립의 양상을 살펴보는 부분에서는 주변에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와 스쳐 지나간 뉴스들을 떠올리게 되어 더욱 책에 몰입하게 된다.
사실 본 책의 구성은 사회과학의 논문 구성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이론적 배경을 검토하고, 주요 개념을 정리한 뒤, 그 개념이 드러나는 다양한 양상을 탐색하며 그 메커니즘 속의 요인들을 하나하나 살펴 보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개인은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언급해 시사점을 제안하는 것까지 더할 나위 없이 학술 논문의 흐름이다.
이렇게만 보면 어렵고 지루한 책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힌다. 우선 어렵게 풀어갈 수 있는 내용도 저자의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가 독자의 부담을 덜어 주는 데 확실하게 기여한다. 그리고 저자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들이 중간중간에 제시되어 있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사례들은 물론, 적절하게 삽입된 그래픽 자료 역시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일관되게 외로움과 고립에 관해 이야기하며 책의 초점이 흩어지지 않는 것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였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메시지가 희미해지고 앞선 내용이 잊히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움과 고립의 본질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시선을 유지한다.
다시 말하지만, 본 책에 따르면 외로움은 인식적인 정서다.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제각기 달라도, 외로움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렇기에 모두가 읽어봄 직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외로움은 어떠한 모양인지, 그리고 타인의 외로움은 어떠한 모양인지 알고, 이 외로움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어때야 하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이것이 혼자여도 고립되지 않는, 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한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