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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로 레고를 받았다.

  

카카오톡 위시리스트에 올려놨는데, 선물을 주려는 친구가 너 진심이냐고 물어봤다. 왜? 어른은 레고하면 안돼? 라고 받아쳤지만, 아직은 레고 하면 아이들이 부모님들에게 사 달라고 떼쓰는 장면이 먼저 떠오르는 것 같긴 하다.


전공공부로 지친 주말 오후, 카페에 가서 생일선물로 받은 레고를 쏟아부었다. 공교롭게도 테이블 맞은편에 유치원생 정도 되어보이는 친구도 엄마의 도움을 받아 나노블럭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선정한 레고는 큰부리새를 만들 수 있는 세트였는데, 조합에 따라 여러 동물을 만들 수 있는 하이브리드 레고였다. 1번 봉투를 뜯고, 2번 봉투를 뜯고, 3번 봉투까지 다 맞추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과 더불어, 작은 완성을 하고 나니 성취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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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레고를 맞추니 바쁜 일상 속 작은 휴식처가 되었다. 왜 레고를 좋아하고 즐기는 덕후들이 많은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레고는 더 이상 그저 장난감이 아니다. 과거 추억의 조각이 지금 내 손에서 물리적으로 이어지는 경험은, 레고를 단발성 소비가 아닌 평생에 걸친 구매 욕구로 바꿔놓았다. 그 결과, 레고는 거래와 전시를 아우르는 문화 요소로 성장했다. ‘LEGO’의 어원인 덴마크어 leg godt(잘 놀다)는 이 브랜드의 핵심을 가장 단순하게 요약한다.

 

레고는 직접 맞추는 경험을 넘어서 전시와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레고는 더 이상 ‘놀이감’에만 머물지 않는다. 완성한 모델을 유리장에 넣어 ‘전시’하는 문화가 성인 팬층에서 널리 퍼졌다.

 

예컨대 빌딩 시리즈를 여러 채 이어 붙여 도심 디오라마를 만들고, 조명을 더해 거실 인테리어의 핵심으로 꾸민다. 전시회에서는 어린이용 체험 테이블 옆에 UCS 밀레니엄 팔콘(스타워즈 우주선 종류로 395만원정도)이나 타지마할처럼 조형성이 뛰어난 세트를 작품처럼 소개한다.

 

창작가들은 설계도를 인쇄 사진집으로 엮어 갤러리에서 선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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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레고는 활발히 ‘거래’되는 자산이 되었다.

 

절판된 세트는 희소성 때문에 중고가가 상승하고, 특정 색상의 브릭·희귀 부품은 프리미엄이 붙는다. 브릭링크 같은 마켓에서 파츠 카탈로그를 기준으로 원하는 조합을 장바구니에 담아 맞춤 제작하듯이 구매하고, 창작 설계도는 디지털 파일로 판매된다.

 

더 나아가 커뮤니티 펀딩 투표를 통과한 레고가 한정판으로 생산·판매되는 프로그램까지 생기며, 전시와 거래가 서로를 자극하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다. 레고만의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레고가 사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손으로 블럭을 맞춰가는 경험이 주는 보편적 즐거움 때문이다. 거기에 어린시절 즐거운 추억이 선사하는 향수까지. 부품을 해체하고 다시 결합하며, 우리는 인생 속 실패와 재도전의 순간을 압축적으로 경험한다.

 

전세계 많은 어린이가 어른으로 성장할수록 레고는 더 잘 팔리고 많은 이들이 즐기는 제품이 될 것이다.

 

누구나 들어와 잘 놀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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