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음악 앱이 벌써 올해 두 번째 recap을 만들어주었다. 어느새 7월, 2025년 상반기가 지났다. 올해 나온 케이팝을 한 번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케이팝은 나에게 있어 참 각별한 장르다. 사실 한국인이라면 케이팝과 얽힌 추억이 있을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 때 시크릿 언니들을 좋아한 기억부터 시작해서, 덕질로 버텼던 고3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지금까지, 어언 15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해왔다. 참 특이한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음악뿐만 아니라 안무, 스타일, 뮤비 등이 모두 합쳐져 하나의 종합적인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앨범을 평가할 때 음악 외적인 요소까지 보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이 되는 것은 결국 음악이다. 음악이 좋아야 다른 요소들이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2025년 상반기에 나온 케이팝 앨범 중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려 보고 이에 대해 떠들어보고자 한다. 내가 미처 들어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앨범에게 사과를 전하며, 그나마 접했던 것 중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았다. 앨범 전체의 유기성과 완성도를 기준으로 삼았으며, 발매 순서대로 적었다. 무엇보다, 지극히 주관적이다!

 

 


1. 리센느, Glow Up (2월 발매) 


 

unnamed-2.jpg

 

 

솔직하게 말하면 듣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앨범이다. 나름 상반기 결산을 쓴다고 최대한 많은 케이팝 앨범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접하게 된 것이 리센느의 Glow Up이다. 앨범 표지의 이미지와 딱 맞는 부드러운 음향이 날 반겼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곡은 첫 트랙인 ‘Crash’, 타이틀 ‘Glow up’ 그리고 ‘In my lotion’이다. 전체적으로 멜로디 진행이 부담스럽지 않은데, 동시에 뻔하지 않다. 놀랍지 않은가? 신선한데 과하지 않다니… 그 사이를 맞추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더욱 충격이었다. ‘Crash’에서는 기분 좋은 고양감이 들고, ‘Glow up’의 메인 훅에서는 상쾌함이 물씬 느껴진다. ‘In my lotion’은 포근한 뉘앙스를 저지클럽(Ditto의 바로 그 리듬)으로 독특하게 표현했다. 중소 기획사이지만 이 정도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니 놀랍다.

 

 

 

2. 제니, Ruby (3월 발매)


 

unnamed-3.jpg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올해의 압도적 1등이다. 블랙핑크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발돋움한 제니의 역량이 앨범명 Ruby처럼 빛나는 앨범이었다. 곡이 발매되기 전부터 엄청난 피처링 라인업으로 관심이 갔었는데, 공개된 앨범의 완성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총 12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진 만큼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는데,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타이틀 'like JENNIE'이다. 브라질리언 펑크를 케이팝에 도입시킨 것으로, 당당한 가사와 리듬이 어우러져 엄청난 카리스마를 생성한다. 개인적으로는 Dominic Fike와 함께한 'Love Hangover'가 기억에 남는다. 좋아하던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지만, 제니에게 이런 목소리가 있었나? 싶은 색다른 면모가 보였기 때문이다. 'Zen'에서는 영상 작업과 결합한 결과가 놀랍다. 불교의 선을 주제로 한 것이 그녀의 정체성과도 연결되어 영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뮤비에서는 신라의 금관, 연꽃 등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한층 더 예술적으로 나타낸다.

 

앨범 전체의 구성 또한 굉장히 뛰어나다. 'Intro : JANE with FKJ'에서 FKJ 특유의 신비로운 느낌을 활용하여 시작하고, 신나는 비트에서 점차 차분한 느낌을 거쳐 어쿠스틱한 'twin'으로 마무리한다. 화려한 것을 거쳐 소박하게 마무리하는 구조가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제니의 개인적인 성취이자 케이팝의 외연을 넓힌 기념비적인 앨범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3. 엔믹스, Fe3O4: FORWARD (3월 발매) 



unnamed-6.jpg

 

 

엔믹스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건 ‘Dash’부터이다. 그전에는 정신없다는 느낌이 강했던 믹스팝이 ‘Dash’에서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며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후 ‘별별별(See that?)’에서 그 느낌을 이어갔지만 강렬하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발매된 Fe3O4: FORWARD는 꽤 흥미로웠다. 타이틀인 ‘KNOW ABOUT ME’의 경우 짧게 끊어가는 비트 위에 무심한 멤버들의 보컬이 포인트다. 개인적으로 'Dash'의 충격을 뛰어넘지는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이 앨범은 수록곡이 인상 깊다. 주목할 만한 트랙은 ‘High Horse’와‘Slingshot (<★)’, ‘Papillon’이다. ‘High Horse’는 서정적인 느낌의 피아노 반주와 보컬, 그리고 비트가 주고받는 구성이 일품이다. 제목의 별표가 눈길을 끄는 ‘Slingshot (<★)’은 잦은 조바꿈이 듣는 재미를 만들어내고, ‘Papillon’은 ‘우위우와’라는 가사와 함께 나오는 느린 비트의 웅장함, 그리고 몰아치는 랩 파트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엔믹스의 믹스팝도 이제 안정권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4. 라이즈, ODYSSEY (5월 발매) 



unnamed-5.jpg

 

 

라이즈의 첫 정규앨범이다. 네오하기로 소문난 SM의 최근 경향과 달리 라이즈의 음악은 이지리스닝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러한 경향은 이어갔지만, 그 범위가 확장됐다. 첫 트랙인 ‘Odyssey’에서 힘 빼고 부르는 훅으로 여행의 시작을 산뜻하게 오픈하고, ‘Bag Bad Back’에서 SMP(SM Music Performance, SM 아이돌이 주로 선보이는 강렬한 비트와 퍼포먼스 중심의 음악 스타일)를 보여준다. 나는 알아주는 핑크블러드이기에 듣자마자 익숙한 맛에 피가 반응했다. 찰진 비트와 뒤에 깔리는 관악기 선율, 저음으로 뱉는 Bag Bad Back의 가사까지, 저절로 SM 남자 아이돌의 퍼포먼스들이 떠오른다. ‘잉걸’에서는 빠른 비트에 시원하게 지르는 보컬과 정직한 가사까지, 복고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보다 더한 복고의 끝은 ‘모든 하루의 끝’인데, 듣자마자 동방신기 발라드가 연상된다. 결론적으로 핑크블러드에게 이 앨범은 SM 남자 아이돌 종합 선물 세트와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다만 타이틀로 선정된 'Fly Up'은 앨범 전체의 완성도에 비하면 신선함이라던가 잡아끄는 느낌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SM의 미래로서 라이즈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앨범이었다.

 

 

 

5. 키스오브라이프, 224 (6월 발매) 



unnamed-4.jpg

 

 

키스오브라이프 역시 컴백할 때마다 눈여겨보는 아티스트인데, 이번 앨범은 그동안의 앨범 중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총 7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찐한 R&B의 타이틀 곡 'Lips Hips Kiss'가 앨범의 문을 연다. 이 앨범에서도 주목한 것은 수록곡인데, 이전에 발매한 ‘Te Queiro’가 생각나는 아프로비트의 ‘Tell Me’는 브릿지 이후가 굉장히 좋으니 꼭 한 번 들어보길 추천한다. 'Igloo'가 연상되는 'k bye'는 시크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비트가 인상적이다. 'Heart of Gold'는 감성적인 피아노, 기타 선율과 뱃고동(?)같은 효과음이 예상외의 시너지를 내는데, 여기에 R&B 소울의 영어 가사가 어우러져서 저녁노을이 연상되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타이틀의 안무가 아쉬운 반응을 자아낸 것으로 기억하는데, 보석 같은 수록곡이 많은 훌륭한 앨범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길.

 

 

 

6. 캣츠아이, BEAUTIFUL CHAOS (6월 발매) 


 

unnamed.jpg

 

 

마지막으로 소개할 앨범이자 가장 최근에 발매된 따끈따끈한 앨범이다. 요즘 캣츠아이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하이퍼 팝의 ‘Gnarly’로 Gen-Z 감성을 제대로 건드리더니, ‘Gabriela’에서는 고혹적인 라틴팝을 선보였다. 뮤직비디오는 라틴권의 TV 소설인 Telenovela 형식을 취해 음악과 맞춘 것이 포인트. 캣츠아이가 선보일 수 있는 스펙트럼이 이토록 넓음을 증명해 내고 있는 셈이다. 타이틀인 ‘Gameboy’는 역시 귀에 쏙 들어오는 캐치한 훅이 돋보인다. ‘Mean Girls’와 ‘M.I.A.’ 또한 수록곡치고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케이팝을 재정의하는 그룹으로서 캣츠아이가 선보일 음악이 더욱 기대된다.


올해 발매된 곡 중 싱글로도 좋은 것이 많았지만 앨범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다 다루지 못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케이팝은 참 치열한 시장이다. 좋은 곡을 발매해도 대중의 반응이 저조할 수도 있고, 타 그룹에서 더욱 참신한 곡을 들고 와버릴 수도 있다. 또 수록곡에 명곡이 있어도 팬들만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누군가는 케이팝의 황금기가 지났다고 하지만, 잘 살펴보면 케이팝은 끝없이 진화 중이다.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장르인 만큼 앞으로도 애정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 상반기만큼 하반기의 케이팝도 기대해 보자.

 

 

원미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예술에 관한 이런저런 글을 씁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