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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의 『기병과 마법사』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흔히 판타지를 떠올리면 서양의 판타지, 예를 들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배명훈 작가의 『기병과 마법사』의 경우, 한국풍, 동양적인 이미지가 곳곳에 드러난 판타지여서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윤해’가 자신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능력을 자각하는 장면이었다. 『기병과 마법사』의 중심인물 윤해는 작품 속 세계의 왕의 조카로, 아버지와 함께 숨죽여 살아가는 인물이다. 작품 초반부에 드러나는 인물의 설정이 기억에 남았다. 윤해는 충분히 칼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위치의 인물이지만 아버지의 말에 따르며 그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결혼에 팔려나간다.

 

그러나 약혼자가 본인을 죽이려한다는 것을 알아챈 후 살기 위해 윤해 본인도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판타지 장르의 작품을 볼 때,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소설 등 모든 작품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인물이 가진 능력의 발현’이다. 인물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때만큼 강렬한 장면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 초반부에 아주 강렬히 드러난 윤해의 마법적 능력이 내 눈에는 정말 멋있고 살아있는 판타지 속 인물처럼 다가왔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판타지 세계 인물이 능력을 쓸 때 그 인물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능력에 의해 제어되어 움직여진다고 느낀다. 윤해의 능력 발현 장면도 그렇게 보였다.

 

윤해는 억눌려 살아온 인물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것을 억누른 이들은 누구보다 가까워야할 가족이었다. 윤해는 아버지에게, 왕에게, 약혼자에게 억눌려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었다. 딸로써, 여성으로써 수그리며 살아와야만 했던 인물이 스스로 능력을 자각하고 자신의 목숨을 보전한다.

 

판타지 장르의 경우 여성보다 남성이 중심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작품이 무수히 많은데 『기병과 마법사』는 윤해라는 새로운 인물상을 제시해 흥미로웠다.

 

윤해는 작품 속 세계 안에서 꽤 지위가 높은 여성이지만 차별에 직면할 때면 큰 저항 없이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능력의 발현 후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욕망이 생긴다. 그래서 소설 초반부를 읽으며 과연 이 인물이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고 나갈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 중 하나가 바로 초원이다. 초원을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광활한 자연의 이미지가 잘 그려져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윤해가 만난 ‘다르나킨’은 초원과 잘 어울리는 인물상이라고 느껴졌다. 초원의 부닥치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서 있을 것 같으면서도 넒은 대지처럼 마음이 넓은 인물로 다가왔다. 서양의 판타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몽골의 기병 같은 이미지도 기억에 남았다.


이들에게는 큰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윤해와 다르나킨 모두 자신이 살아온 세계로부터 배척받은 과거가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리고 이러한 상처는 이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윤해와 다르나킨, 이들이 연대하여 세상에 대항하는 작품이 바로 『기병과 마법사』이다. 새로운 판타지 세계를 읽을 때면 언제나 두근거린다.

 

이 장르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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