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밴드 엔플라잉의 <옥탑방>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이런 가사 한 마디가 널 위로한다면 나 펜을 잡을게

 

한 마디가 날 위로했고, 훗날 에디터로 펜을 잡게 만들었다. 나의 위로를 위해 너의 펜을 든다니, 너무 멋있고도 확실한 위로잖아.

 

억지스럽겠지만 나의 대학 전공 선택 이유와도 비슷했다. 나의 콘텐츠로 세상을 보여주고 사람을 위로하겠다는 어린 다짐으로 입학했지만 안타깝게도 졸업 때까지 나의 것으로 그 누구를 울려본 적, 행복을 준 적, 깊은 울림을 전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허물 벗듯 옛 마음을 대학에 버렸다. 사회로 나와 별다르게 새로운 마음을 달진 않았다. 다만 백수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걸렸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직업으로 치환되진 않았기에 머쓱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었다.

 

딱 그맘때쯤이었다.

 

에디터란 아주 멋있는 직함이 적힌 공고를 보았다. 그것도 문화 에디터! 간질거리는 설렘이 아니었다. 콩닥콩닥 같은 귀여운 것 또한 아니었다. 쿵 하고 내려앉는 마음이었다. 엄청난 스크랩 수를 보고 경쟁률을 계산하며 이내 평정을 찾은 마음이었지만. 오랜만에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에서 단번에 뒤돌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매일 공고를 보며 매일 지원서 열기 버튼을 눌렀다. 단 한 자도 쓰지 않고 몇 분을 물끄러미 보다 창을 닫았다. 매일 봐도 매일 설레는 지원서 그리고 2주가 지났다. 드디어 이름을 적어 넣고, 결국 저장을 눌렀다.

 

어쩔 수 없다. 이건 마음이 하라고 시킨다. 다소 오그라드는 대사를 뱉으며- ‘이런 가사 한 마디가 널 위로한다면’을 위해 ‘나 펜을 잡을게’를 선행하기로 했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마디마디를 쓰며 희미해져 가는 나의 존재를 붙잡고, 나와 같이 세상에 흐릿해 가는 사람들과 글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나의 위로를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 것일지도. 어찌되었든 그땐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설레는 지원서 작성이 있었나. 문항 하나하나에서 사람 냄새를 맡았다. 단어 단어를 옮길 때마다 진심으로 그곳에서 내 이름을 걸고 글을 쓰고 싶었다.

 

합격 소식을 메일로 받은 날. 블라인드를 반 정도 내린 방 안에 쏟아지던 아침과 낮 사이 묘한 햇빛을 아직 기억한다.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에디터에서 다소 프로페셔널 해야할 것만 같은 컬쳐리스트가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난 정말 누구의 위로를 위해 타자를 두드린 적이 있었나.

 

최근 에디터분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며 나의 시작을 떠올렸다.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새겨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를 귀찮게 여기는 현재의 마음을 잡으려는 이기적인 이유도 하나 덧댄다.

 

좋은 글은 모르겠지만 진심인 글로 채워나가고자 한다. 나의 한 문장이 당신의 삶에 닿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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