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어글리>가 그려내는 세계 속에서 성형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미래 사회에서 미의 기준은 단 하나뿐이며, 모든 사회 구성원은 16번째 생일에 완벽한 외형을 얻고자 수술을 받는다. 이런 기이한 관습은 ‘완벽해지면 갈등도 사라진다’는 단순한 사고에서 기인한다. 미래 사회에서 사람들 간의 차이는 공통된 인간애를 상실케 하는 방해물로 치부된다. 이에 모두가 수술을 통해 아름다운 얼굴을 얻음으로써 외모를 바탕으로 한 혐오나 차별을 없애고자 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아직 수술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어글리’로 불리며 무시당한다. 주인공 ‘탤리’ 역시 16살이 돼 ‘프리티’가 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동안 이들이 보내는 일상은 전부 외모에 치중돼 있다. 매일 진행되는 스캔 작업은 신체의 비대칭 부분을 기록해 외형적 결함을 찾아낸다. 이는 대칭만을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사회의 일률적인 기준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한 이들이 지내는 방에는 별다른 가구 없이 큰 화면이 부착돼 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이 프리티가 됐을 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완벽한 얼굴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누구보다 예뻐지는 날을 고대했던 탤리는 모종의 사건을 통해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먼저 프리티가 된 친구를 만나러 도시에 간 날, 그는 얼굴뿐 아니라 성격 자체가 달라진 듯한 친구의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게 된다. 이후 수술을 거부하는 새로운 친구 ‘셰이’를 만나면서 그의 가치관에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탤리는 프리티가 되지 않을 거라는 셰이에게 ‘너는 성장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조언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스모크’로 떠난다.
이 영화는 도시와 스모크라는 두 집단의 대립을 담고 있다.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가 수술을 통해 아름다움을 얻고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는 반면, 스모크의 사람들은 노화 과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또한 도시에서는 매일 파티를 즐기는 등 단순한 쾌락만을 추구하는 일상이 일반적이지만, 스모크에서는 농작물을 재배하며 모두가 바쁘게 일을 한다.
두 집단을 분류할 가장 확실한 키워드는 바로 ‘타의’일 것이다. 도시의 사람들은 성형을 강요받는다. 이들은 자신이 원해서 수술을 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릴 때부터 표준화된 아름다움을 무의식적으로 강요받았기에 이는 명백히 타의에서 비롯된 선택이다. 이와 달리 스모크의 사람들은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마음껏 자유를 누린다.
<어글리>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는 수술 자체가 아닌 수술을 강요하는 사회다. 영화 속 인물들은 사회로부터 모두 같은 욕망을 학습한다. 이들은 타인이 정해놓은 아름다움에 순응하며 이를 반박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이렇듯 사람들의 욕망은 손쉽게 사회화되며, 이 과정에서 각자의 꿈과 개성은 철저히 무시된다.
성형을 강요받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설정은 흥미로운 소재인 동시에 관객에게 다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처음 <어글리>의 예고편을 봤을 때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가 일괄적으로 주입하는 욕망에 대해 고찰한다.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즈음,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을 것이다.
지루하고 뻔한 줄거리로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지만, 신선한 소재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큼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