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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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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대해 리뷰를 쓰고, 에세이를 쓰고,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쓴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글쓰기를 취미 삼아, 나를 표현하는 수단 삼아 일상 속 일부로 끌어 들인지는 오래 되었지만, 글쓰기에 대해 전문적인 가르침이나 지도의 필요성을 느낀 적은 많이 없었다. 글쓰기 강의를 듣거나, 글쓰기 관련 책을 정독하며 무언가 정형화된 가르침을 얻었던 경험은 거의 전무 했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중심으로 한 글쓰기를 해왔기에 필요를 느끼는 경우도 적었고, 필요를 느꼈다고는 해도 학생이라는 신분일 때는 시간과 재정이 여유롭지 않아서 늘 글쓰기 공부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올해는 일을 시작하면서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생겼고, 직접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글쓰기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으나, 지역적인 이유로 역시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 마음이 많이 답답했다. 글쓰기 강의가 거의 전무한 지역의 특성 상 그저 좋은 문장을 읽고, 필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 《문장의 일》을 만났다.

 

이 책은 여러모로 많은 기대를 걸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무언가 글쓰기에 대한 매뉴얼처럼 정형화된 정답을 알려줄 것만 같았다. 물론 한 권의 책에 글쓰기에 대한 정답을 기대하는 일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었겠지만, 책의 초반부를 읽자마자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내가 기대하던 것과 다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가장 크게 간과한 점 중 하나는 저자의 모국어가 영어라는 점이다. 영어와 한국어는 각 언어가 가진 밀도부터 차이가 확연하다. 영어는 밀도와 맥락성이 낮은 언어이기에 간결하고 직설적인 표현이 다수지만, 한국어는 맥락성이 높고 밀도 역시 높기에 비유적인 표현과 두루뭉술한 표현이 많은 언어다. 영어라는 언어를 기준으로 글쓰기에 대해 논하는 이 책은 사실 한국어 체계를 사용하는 나의 글쓰기에 완벽하게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 심지어 번역본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문법 시간에서나 만나던 문법 용어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역자의 잘못은 아니다. 그저 내용 자체가 번역을 거치며 딱딱해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덕분에 초반엔 이 책의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차라리 영어 글쓰기를 공부하는 마음으로 영어 원서 버전을 읽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면서.

 

이렇게 초반에 책 주변을 겉돌던 내가 본격적으로 《문장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 건 문장의 형식을 다루는 내용이 나오면서부터다. 저자는 문장의 형태를 크게 종속 형식의 문장과 병렬 형식의 문장으로 나누는데 나의 글쓰기는 지극히 병렬 형식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길고 장황한 묘사, 감정을 중시하는 문장, 연결어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 느슨한 서술이 병렬 형식의 문장인데 이 특징은 정확히 내 글쓰기 특징과 동일했다. 특히 신기했던 부분 중 하나가 연결어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매년 과거의 글을 보면 조금씩 문체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중 두드러지는 경향 중 하나가 연결어 삭제하기였다. 연결어가 없어도 의미 전달이 되는데 굳이 ‘하지만’, ‘그래서’, ‘그러나’ 등의 단어를 반복하는 일은 글의 피로도를 상승시켰다. 나도 모르게 추구하던 글쓰기 습관은, 병렬 형식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의 특징과 일맥상통했고, 병렬 형식 문장들을 살펴볼수록 나의 글쓰기 습관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자유롭게 떠돌고, 날개를 달아 날아다니고, 아무데도 묶이지 않은 듯한 경험이야말로 병렬 형식이 성취하려 하는 목표다.

《문장의 일》, 142

 

 

병렬 형식으로 글을 쓰는 일이 그저 질서 없이 이것저것 나열하면 되는 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형식의 글은 능숙해지기가 더 어렵다. 형식 제약이 비교적 적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규칙이나 방안이 애초에 전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문장의 일》, 142

 

 

감정적인 내용이나 부드러운 묘사, 문장이 그려내는 추상적인 흐름을 떠나서 나의 글쓰기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간결함과 명확성이다. 글을 떠나 말을 할 때도 상당히 구체적이고 상세한 묘사로 모든 것들을 표현하는 편인데, 이는 정확히 병렬 형식과 닮아있다. 결국 나에게 부족한 문장들은 종속 형식의, 탄탄하고 체계적인 규칙 속에 박힌 문장들이었다.

 

 

가능한 한 많은 단어를 욱여넣으려 하지 말고, 필요한 진술을 복잡한 논리 구조 속에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무엇보다 대상과 행위를 인과, 시간 순서, 중요성의 서열대로 배열하는 종속구조를 연습하는 일이 중요하다.

《문장의 일》, 82

 

 

이러한 맥락에선, 글쓰기의 연습에 있어서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하다던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글감을 간결하게 조직화하는 능력을 손에 자연스럽게 묻혀두면, 내용에 상관없이 빠르게 글을 써내려갈 수 있다. 기자들이 정해진 포맷에 맞춰 빠르게 글을 작성할 수 있듯이 말이다.

 

일독(一讀)만으로 이 책을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무엇보다 수많은 좋은 문장들이, 특히나 거기에 달린 상세한 해석들까지도 한국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점이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언어이기에 공유하는 특성들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같은 언어라면 더 큰 언어적 상호작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글에서 문장이 담당하는) 문장의 일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신선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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