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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딱 적당한 공간의 공연장, 무대 위 WELCOME TO LARAMIE 라고 쓰인 판자가 보인다. 2019년의 나는, 1988년 레라미로 초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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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의 청년 매튜 쉐퍼드가 게이라는 이유로 죽도록 얻어맞은 동네. 그 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살기 좋은 레라미



연극이 시작되고 배우들의 재연에 따라 레라미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볼 수 있었다. 인터뷰에 임하는 그들 대부분 밝고 쾌활했으며 씩씩한 목소리로 질문에 답을 했다. “레라미는 좋은 동네야”,“나는 레라미의 바람이 좋아.”


그러나 매튜 쉐퍼드의 이름이 나오면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침묵하거나 괜히 목소리를 높이거나 강하게 부정하거나. 마치 무언가 마음에 켕겨 숨겨야만 할 비밀이 있다는 듯이.


레라미를 사랑한다는 주민들은 동성애자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피해만 안 주면 자신들도 관심 없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피해가 무엇일까, 동성을 사랑한다고 남에게 피해를 줄 일이 뭐가 있을까-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연극이 진행되며 레라미에 살고 있는 다른 퀴어들의 인터뷰도 이어진다. 이들의 반응은 주민들의 이야기와는 사뭇달랐다. 그들은 철저한 무시 속에서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커밍아웃을 하면 말도 걸지 않는다는 이야기, “레라미에서 한 번 동성애자로 살아봐요. 살기 좋은가.”라는 말들. 앞 선 인터뷰들과 사뭇 결이 다른 대답 속에 같은 장소에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이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은 동성애자 뿐만이 아니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에게도 레라미는 똑같이 답답하고 폐쇄적인 공간이었다. 왜 히잡을 쓰는지를 묻고, 대답을 하면 그 말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배려 없는 질문에 고통받는 이슬람 대학생도 있었다. 자신의 호기심을 해결하겠다는 그 일차적인 욕구가 상대방을 고통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레라미에는 가득했다.




당신에게 레라미는 어떤 곳입니까?



내게 레라미는 ‘보통’사람들을 위한 장소로 비추어졌다. 백인, 미국인, 이성애자-라는 3가지 조건을 만족한 사람을 위한 동네. 이 외의 사람에게는 한 없이 냉정하고 무관심한 곳.


연극은 수많은 사람들을 오가며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튜의 부모와 친구, 매튜 사건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자신의 태도 또한 혐오였다는 점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사람들, 여전히 고정관념에 갇힌 자들의 이야기를 한 곳에 앉아 귀 기울여 볼 수 있다.


그러나 연극은 단 한 순간도 동성애 혐오 범죄를 바라봐야할 시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관객의 판단에 맡긴다. 어떤 인물의 발언에 동의하냐에 따라 관객은 각자의 답을 가지고 공연장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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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넘어서기 위해



연극 <레라미 프로젝트>는 미움받고 차별받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해줬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과 <레라미 프로젝트> 같은 연극 덕분에 매튜 쉐퍼드 사건과 같은 문제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혐오’ 범죄라는 점을 세상에 알리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가 찾아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언어에 녹아있는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람을 찌르는 가시가 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연극 대사 중에 ‘씨발년’, ‘병신’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는데 조금 의아했다.


혐오 범죄를 논하는 연극에 혐오색이 짙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물론 간간이 등장하는 비속어는 연극의 맛을 살리기 위한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잘 알지만, 마냥 웃을 수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혐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모든 순간, 조금 더 예민하고 불편해야 한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멋진 연출, 2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지루할 틈 없는 놀라운 전개 속에 내가 찾아낸 ‘옥에 티’다.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레라미 프로젝트>같이 근사한 연극을 봤으니 작은 용기를 내어본다. 침묵은 절대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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