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눈 회화 Multi Painting OCI 미술관 - 편집적 회화

글 입력 2014.10.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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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눈

회화

Multi

Painting

OCI 미술관


2014 9.12 ~ 10.31










편집적 회화


회화란 캔버스(혹은 기타 평면) 위에 물감을 찍은 붓(혹은 다른 도구)을 이용하여 그려낸 예술이다. 하지만 시대가 지남에 따라서 작가들이 그리는 ‘회화’의 종류도 변화하고, 그 안의 요소들이 변경, 확장되어왔다. 재현 위주의 회화는 사진과 인쇄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해 재현적 역할을 상실했다. 그 결과 모더니즘 시대에서는 재현을 포기한 반재현적인 특징들을 보여주었던 ‘추상회화’가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 동시대까지 회화는 어떤 한 특성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기본 요소들이 해체되었고, 타 매체와의 혼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등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어온 회화를 하나로 정의하기 힘들다. 하지만 ‘회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동시대에 다양하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경향을 짚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이번 OCI 미술관의 ‘시대의 눈 - 회화 : 멀티 페인팅’ 전시는 한국 현대 미술에서의 회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중요하다. 매년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묻는 전시들이 열린다. 작년에는 금호미술관에서 ‘경계의 회화’라는 전시가 있었다. 그 테마와 특징이 모두 다르지만, 최근의 회화는 더는 사실을 담지 않고 환영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시대의 눈 - 회화 : 멀티 페인팅’ 전시는 회화가 기존의 요소들을 어떻게 이용하여 새로운 방면으로 발전하고자 하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의 회화는 하나의 구성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인 구조로 이미지를 창조해낸다. 이런 이미지의 창조는 완전한 새 이미지라고 하기보다는 현대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하고 편집하여 만들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시에 선정된 작가들은 이미지라기보다는 어떤 정보들을 수집하여 이미지로 시각화한다. 그런 측면에서 작가들의 작품은 이미지의 창조적 측면보다 ‘편집적’ 측면이 강조되는 ‘편집적 회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박진아 <더블>, 캔버스에 유채, 227x162cm, 2012


‘편집적’인 측면에서 나는 이 전시의 9명의 작가 중 ‘박진아, 허수영, 배윤환’ 작가들의 작업을 인상 깊게 보았다. 먼저 ‘박진아’ 작가의 작품은 처음에 보았을 때 구상적 측면이 강한 회화로만 인식되었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풍경처럼 느껴지는 작가의 화면은 자기 주변의 일상을 반영하고 있다. 더군다나 비슷한 인물들이 같은 공간에 다른 위치에 나열되어있어 서로 다른 두 시간을 하나로 압축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로모 카메라를 이용해 같은 공간을 다른 시간에 찍은 사진을 이용한 작업이라고 한다. 인물들은 옷마저 완전히 동일하게 입어 마치 쌍둥이를 보는듯하다. 만약 사진을 편집한 것을 보았다면 화면 속 인물들이 완전한 동일인이라고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진아’ 작가의 ,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사람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리지만, 구체적으로 묘사해내지는 않는다. 특히나 그 얼굴을 애매하게 묘사함으로써 그들이 쌍둥이인지 동일인인지 헷갈리게 한다. 이것은 이미지를 편집하기 쉬운 사진, 디지털 매체의 특징을 회화로 가져오면서 그들과 달리하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렇게 구체적 형상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구상적 그림을 그리는 작가지만 회화의 환영적 특징을 인정하며, 관람객에게 상상을 자극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허수영 <양산동09>, 캔버스에 유채, 291x182cm, 2013


이미지의 중첩이라는 측면에서 ‘허수영’ 작가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해가 되었다. ‘박진아’ 작가가 같은 공간의 두 시간을 중첩했다면 ‘허수영’은 같은 공간의 다른 시간대를 1년 동안 한 화면 위에 계속해서 중첩한다. 작가의 작업은 마치 ‘모네’의 <루앙 성당 연작>이 한 화면에 중첩되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정말 지독하게 그려내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작가의 노력과 꾸준함이 돋보이지 않았나 싶다. 그의 작업은 구상 회화의 대표적 장르인 풍경화이다. 하지만 이것을 계속해서 중첩하는 과정에서 더이상 구상적 그림이 아닌 탈구상 회화로 변모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추상으로 보이지도 않는 것이 ‘허수영’ 작가 작품의 특징일 것이다. 이것은 구상도 추상도 아닌듯한 그저 작가 개인적 시간의 중첩이며, 구상, 추상의 경계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양산동 09>와 같은 작품은 시간이 중첩됨에 따라서 나타나는 강렬한 마띠에르와 덮인 형상들에 가려져 슬쩍 보이는 배경이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중첩되는 회화로서의 특징은 사진이 가지지 못하는 또 다른 편집적인 특징일 것이다. 누적과 반복을 통해 중첩된 회화는 기존의 회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다. 




배윤환 캔버스에 아크릴, 오일파스텔_2600x227cm, 2014


‘배윤환’ 작가는 앞의 작가들과 다르게 더 거대한 화면으로 이미지의 중첩, 정보의 중첩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한 화면에 이를 보여주기보다는 긴 파노라마와 같은 캔버스 천에 병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거대한 화면은 마치 고대의 벽화와 같은 스펙터클로 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 그려진 그림은 어떤 내러티브도 담고 있지 않으며 그들은 서로 이해관계가 성립되지도 않는다. 만화 같은 요소들,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나열되고, 신화적 상상이나 전설의 이야기를 첨가해 이전 시대와 다른 어떤 목적을 지니지 않는 스펙터클이 된다. 여러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져 있지만 한 번에 해석되지는 않았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그림을 읽는 데 실패하게 하거나 이야기를 보는 이가 새로이 만들게 하고 싶다.”고 한다. 거대한 화면은 이를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 캔버스 틀에 갇혀있지 않는다는 것도 재밌었는데 이는 틀이라는 구조에 갇혀있는 회화적 측면을 더 나아가게 함과 동시에 이미지, 정보의 중첩적인 부분을 ‘박진아’, ‘허수영’ 작가와 다르게 병치 구조로 표현할 수 있게 한것이라고 보였다.


나는 ‘박진아’, ‘허수영’, ‘배윤환’ 세 명의 작가들이 이미지 중첩적인 측면으로 ‘편집적 회화’를 보여준다는 것이 재밌었고, 그들의 작품을 인상 깊게 보았다. 이런 ‘편집적 회화’는 재밌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더이상 회화가 이미지 창조에 힘쓰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보였다. 무수한 시각이미지, 정보가 팽배하여 범람하는 사회에서 작가들은 자극적인 기존의 이미지를 가지고 변용하여 사용하는 데에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시의 ‘박진아’, ‘허수영’, ‘배윤환’ 작가는 단순히 기존 이미지를 차용해 그려내는 것이 아닌 자기 주변의 풍경이나 생활상을 중첩하거나 멀티 미디어적 이미지를 의미 없이 병치하는 전략을 통해 ‘편집’을 통한 새로운 회화적 지평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이미지를 차용해서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현대회화에서 이렇게 편집적인 측면이 강해지는 것은 우리가 디지털매체를 통해 보는 시각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세 명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이미지를 이용한 편집, 병치, 선택을 보여주는 것에서 회화가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 공부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더 다양한 동시대 회화의 방향이 발전되고 있겠지만, ‘편집적 회화’로 나아가는 측면은 분명히 멀티미디어 매체 세대인 젊은 작가들이 표현할 수 있는 긍정적인 발전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재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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