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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엄마, 있지. 뒤돌 수 있는 곳에는 향기로운 풀내음이 나지 - 2026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모차르트 ‘주피터’

이런, 내가 좋아하지 않은 건 모차르트가 아니었네

by 장유진 에디터
2026.10.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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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올게요.” 하고 현관문을 향해 걸으며 출근 인사를 하고 나면, “다녀와, 오늘 일찍 올 거지?”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꼭 뒤따라온다.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내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면 뒤편에서 달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싶어 고개를 돌리면 방금 잠에서 깨 뽀얀 얼굴, 아주 살짝 통통해진 눈가, 조금 흐트러진 머리로 한 손에는 현관문을 붙든 채 고개만 빼꼼 내민 엄마가 거기 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왜?” 하고 물어보면, “조금이라도 더 볼라고.” 하고 답하며 그 상태로 승강기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나를 눈에 담는다. 요즘 나는 그 모습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처음 그 이벤트가 시작됐을 때는 그냥 눈으로 귀엽다 싶었는데, 그게 두 번째가 됐을 적에는 잠깐 보고 말 수 없겠다 싶어 주머니 속 휴대폰을 들어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10분 정도 걸어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나서 찍어둔 사진을 다시 보았다. 사진 속의 여인이 여전히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왜 이렇게 좋아할까?’ 그냥, 정말 순수하게 궁금했다. 엄마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싶다가도, 지금 당장의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절대적인 사랑이 너무 선연하게 내 앞에 있으니 이게 정말 나를 향한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저 눈빛 하나와 미소 한 번이 하루의 시작과 끝을 내내 거대하게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불쑥불쑥 생각이 난다. 혼자 걷는 길에,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하는 자리에, 문득 괜히 기분이 좀 그래지는 때에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거기 있으면, 그냥 언제든 뒤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모차르트가 내 취향이 아니다, 어렵다, 그렇게 말을 많이 해뒀었는데. 이런이런... 서울시향의 연주를 듣다 보니 나는 어째선지 며칠 전의 나에게 그렇게까지 어려워하면서 물러설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일면과 표정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일러주더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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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아래를 훅! 누르고 거의 곧바로 훅! 올라온다. 그래, 그 깊이감! 소리가 관객석을 향해 곧장 뻗기보다 아래쪽을 몇 번 톡톡- 짚으며 우리가 갈 길이 여긴가? 확인하는 서울시향.


      어? 처음부터 대단히 화려할 거라는 내 예상을 벗어났다. 왜 이렇게 사이사이가 비어 있지? 1악장을 진행하는 동안 단원들이 음표를 장식하는 그 사이사이가 꼭꼭- 비워져 있다. 속도감은 또 어떤가. 물 흐르듯 지나가고, 굉장히 광활하게 위쪽에서 평화로울 거라 확- 어림짐작했던 내 생각과 달리 오히려 내 눈높이 딱 아래쪽에서 꾹-꾹- 바닥을 짚어간다.


      그러니까 그들은 지금 러닝이 아니라 런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응집된 소리를 꼭꼭- 눌러가면서도 느리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오히려 굉장히 나긋한 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차근차근 나아간다. 어, 이럴 수도 있구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와, 좋다- 역시 잘하네.’ 정도로 말하게 될 줄 알았는데, 곱씹을 거리들이 내가 걷는 속도, 심장이 뛰는 속도와 꼭 맞춰서 나랑 호흡한다.


      더군다나 협연 바이올린은 지휘자의 왼편, 바이올린 부악장의 오른편에서 제임스 본드처럼 나비넥타이에 흰색 셔츠, 검정 정장까지 입고는 바이올린을 가만히 든 채 고개를 약간 들고 눈을 꾹- 감고 있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단원들의 소리를 들이마시듯 집중하는 그 진중한 모습에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저 정도의 연주자라면 막 웃어주면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모차르트의 못 말리는 재미를 살려줄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자세를 딱 갖춰 잡았다.


      어, 뭐지? 나는 나랑 아예 포인트가 안 맞는 귀족적인 바이브, 그러니까 내 세상과 아주 동떨어져 있는 천진한 즐거움만이 가득한 남의 나라 말소리를 듣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사가 잘 들린다.


      내가 좋아하는 다정한 속도감, 적당한 여유 공간이 있는 소리 간격, 딱 요즘의 한낮만 같은 21도의 적당한 온도. 연주하는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듯한 협연자에, 단원들 한가운데서 지휘자를 바라보며 곡이 끝나가는 내내 ^_^ 해사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던 플루트 송연화 단원까지. 아, 내가 좋아하는 게 나열되어 있었다.


      처음에 내가 1악장에 들어가면서 뭐라 했는가? 아래를 훅! 누르고 거의 곧바로 훅! 올라온다. 그래, 그 깊이감! 소리가 관객석 방향으로 직진하는 게 아니라 아래쪽을 몇 번 톡톡- 짚으며 우리가 갈 길이 여긴가? 확인한다고 했는데, 협연자가 바이올린의 첫 선을 긋는 순간 처음에 느꼈던 그 깊이감이 딱 맞춰 다시 등장했다. 아, 이거지!


      아, 그 음악에는 내가 예상했던 어린아이 같은 들뜸이 없었다. 이런 말 하기 정말 그렇지만 그래서 좋았다. 내가 체력이 풀충전된 상태거나 인류애가 충만한 상황이었다면 그런 순수한 생동감을 반겼겠지만, 월요일을 지나 목요일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는 그 정도의 활기만으로도 다크서클이 길게 늘어질 것 같았다.


      이미 금요일에 연차를 써서 적당히 흥이 오른 내게, 그들은 딱 듣기 좋은 정도의 온도를 잡아놓은 것 같았다. 뭐든 마냥 들뜨기에는 이제 한계가 있으니, 괜히 위로 날아오르기보다 아래쪽을 차근차근 밟아주는 쪽이 좋았다. 할 게 없을 때면 내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우리처럼, 그들도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내려 음표를 꼭꼭- 바닥에 꾹 찍어 내려간다.


      아, 그들이 날아오르기만 하지 않고 한 번씩 고개를 휙- 들었다가 다시 내려온다. 아래쪽에서 풍성해져서 좋다. 어수선하지 않고, 폭포수처럼 한꺼번에 와륵 쏟아지는 게 아니라 세찬 물줄기가 한 번에 확! 쏟아지는 정도로만 깔끔하게 딱 떨어진다.


      무턱대고 다정하지 않아 좋았고, 쓸데없이 아는 척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내 얘기를 더 캐묻지 않는데도 우리 쪽에서는 언제든 그들에게 손 뻗을 수 있는 빈자리가 많아서 마음이 편했다.


      특히 바이올린이 혼자가 되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 단원들이 자리를 비우며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과 바이올린이 다시 출발하는 순간이 정확히 맞물렸다. 어찌나 스무스하고 부드럽게 정지하고 출발하던지. 아니, 끝점과 시작점이 이렇게 정확히 맞물릴 수 있는 건가 싶었다.


      내게는 무척 짧게 느껴졌던 카덴차에 들어서자, 내가 잠시 잊고 있던 가장 좋아하는 소리가 원래 어떤 풍경 안에서 피어났는지를 스스로 되짚게 됐다. 그래, 얇은 게 아니라 저렇게 풍성했었지.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은 꼭 저렇게 비워진 넓은 공간에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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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악장에서는 오늘 서울시향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다정해. 원래 따뜻하다고 해도 푸른색 계열이었는데, 오늘따라 주황- 주황- 한 저녁 햇살이 그들에게 가득하다. 더군다나 눈을 꼭 감고 뭐 하나 쉽게 내뱉지 않는 협연자가 함께하니 더 그렇다.


      그들은 아주 치밀하게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왜 이렇게 들어갈 자리를 많이 남겨주지. 왜 그들이 문을 열어두었을까? 내가 모르는 사이 백색의 천장 조명이 주황빛으로 바뀐 것만 같다. 지휘자의 손 너머에 있는 단원들이나 가장 앞에 선 바이올린이나 뭐 하나 예민한 구석이 없다.


      눈을 그냥 깜빡-깜빡- 하고 있으면,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면 ‘원래 저렇게 좋은 사람들인가 봐.’라고 말할 것만 같은데 사실상 거의 발끝으로 서 있는 채로 ‘아지랑이’를 그린다. 무엇보다 음표와 음표 사이만 비워져 있는 게 아니라 소리와 천장 사이, 단원과 단원 사이까지 비워져 있다.


      단원들이 일부러 남겨둔 자리에 침묵에 가까운 고요함이 들어앉고, 그 기분 좋은 공백의 압박감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소리 없이 아찔했다.


      왜, 모차르트에 저런 포인트가 있지? 내가 음원으로 가볍게 예습했을 적에는 저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아주 잠깐씩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었을 적의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걷는 법을 막 배운 네가, 왈츠를 처음 배우는 네가 뭐든 처음이라 두렵고 떨릴 걸 다 아는 것처럼, 누군가 말없이 속도를 아주 조금만 늦춰주는 보이지 않는 배려가 그 안에 있었다.


      이상하다. 서울시향이 이상하다. 그들은 우리를 기다리지도, 앞서나가지도 않고 그냥- 딱 옆에 서 있다. 첨언하지도, 높은 말을 하지도, 그렇다고 낮은 자세로 이쪽을 올려다보지도 않는다.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고, 모습을 굳이 보여주지도 않는데 저 멀리서 ‘소리’가 들린다. 뭘까 싶어 고개를 들어보면, 그냥. 문이 열려 있다.


      3악장에서는,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이미 들어가 있는 것이다. ‘모차르트가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게 엊그제였던가? 아, 그 말은 조금 철회해야겠다.


      결국 내가 좋아하지 않는 건 그가 아니라 그의 ‘일면’이었고, 그가 내가 좋아하는 표정과 말씨를 지니고 있으면 결코 그를 외면할 수 없던 것이었다. 그가 ‘나긋’해지면, ‘지나치게 흥분된 모양새’가 절제되면, 넓게 퍼지기보다 이렇게 한곳에 ‘집중’되어 있다면, 가장 앞에 나온 바이올린이 마냥 ‘행복’해하기보다 ‘몰두’해 있다면, 민요를 듣는 것처럼 집중하느라 잔뜩 뭉쳐 있던 어깨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그들의 이야기를 가볍게 수긍할 수 있다.

       

       


      모차르트,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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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반가우면 나도 모르게 “언니 예뻐요.”가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항상 입장하는 모습만, 차분히 지휘자를 따라 소리 내는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깔끔한 보라색 드레스 차림으로 뵈니까 나도 모르게 ‘언니’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까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깔끔히 비워둔 자리 위로 서울시향은 깨끗하고 은은한 옥빛 시트지를 한 겹 펴놓기 시작했다. 이런 데서 그들의 프로페셔널함을 느낀다. 정기공연을 거의 몇 달 동안 보다 보니 이제 알겠다. 그들이 작아질 때는 작아져야 할 이유가 있고, 큰 소리를 낼 때는 지금 그렇게 말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단원들이 깨끗한 면을 거의 다 그려놓은 막바지에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아래에서 위쪽으로 슬며시 소리를 그어놓는데,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 재미난 건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상반된 표정이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겠다. 내 상상 속에서는 왠지 바이올린이 조금 더 재미있어하며 무대 내내 시시각각 웃음 지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는 우리에게 소리를 내어주는 일에 가장 크게 몰입하고 있다.


      오히려 모차르트의 품 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기쁘게 하고 있다’는 순간을 우리에게 보여준 건 비올라였다. 때때로 비올라 파트 쪽으로 시선을 주면서! 비올라를 가로 일직선으로 들기도 하면서!


      내가 즐거웠던 건 강윤지 비올리스트의 깊숙한 팔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비올라가 아주 강직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이렇게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아주 절묘한 색감 조합도 있었다.


      모두가 알듯이 보라색과 노란색의 조합은 완벽한 보색 관계가 아니던가? 서로의 정반대에 위치해 서로를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그 만남이 그들에게 있었다. 올리브 계열을 은은하게 띠는 금빛과 단단하고 우아한 자색이 맑은 백색의 도화지 앞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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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비올리스트 강윤지

       

       

      2악장에서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말없이 ‘화들짝’ 놀랐다. 내가 뭘 하고 있었나? 맞다, 공연을 보러 왔었지? 내가 뭘 듣고 있었나? ‘모차르트의 어떤 지점을 사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내가 이미 그의 일부에서 잠시 ‘지금’을 잃었다는 걸 이 악장 중반에서 불현듯 깨닫고 말았다.


      나는 시각적인 요소를 제대로 좇지 못했다. 지휘자의 손을 봐야지. 바이올린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관악기는 또 어떻지? 평소 같으면 그런 것들에 시선이 갔을 텐데, 이날은 자꾸만 허공 사이 군데군데에 놓인 소리로 주의가 향했다. 아, 부끄럽게도 내가 보고 있는 건 ‘음악’이구나.


      호박색 조명 아래에 있는 그들이 각자의 독백을 이어가듯 대사를 내뱉는 동안 나는 빠져들었다. 그 사실을 차마 부정할 수 없다.


      사실 3악장은 강윤지 비올리스트가 가장 처음 지어버린 웃음 한 방에 다 녹아버렸다. 저렇게까지 맑게 웃어주면 ‘플러팅’인데, 이거 완전 반칙이다. 합이야 뭐, 내가 말할 게 있나? 오른편에서 피어나는 미소, 한 칸씩 맞춰나가는 케미스트리. 그걸 다 주워 담고 나니 아, 끝나버렸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41번 ‘주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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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공연은 서포터즈 친구들과 함께 봤다. 인터미션 때, 2부가 시작하기 직전에 불현듯 어떤 향을 맡고는 “어디서 되게 향기로운 풀 냄새가 난다.” 이런 말을 했고, 양옆의 친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잎사귀는 그날의 ‘주피터’ 안에서도 보였다.


      그래, 초록색이다. 파란색이 아니라 초록색! 잎사귀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듯한 녹빛이 곳곳에서 숨을 쉬었다. 크고 씩씩하기만 한 게 아니라, 활로 숨을 쉬어 나가면서 침묵을 꼬옥꼬옥 기다린다.


      위로 풍선만큼 잠깐씩 커졌다가도 꼭 이 아래로 내려온다. 우리가 꼬박꼬박 웃을 수 있게. 나는 발끝으로 나도 모르게 그들의 박자를 계속 따라가며 장난을 쳤던 기억이 난다.


      그들의 체온을 다시 되새겨보자. 만져본다면 사각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은, 부드럽고 아주 두터운 이불에 가까웠다. 그런 촉감의 고밀도 소리가 아주 차근차근 우리에게 다가온다.


      놀랍게도 위에서 내려오지도, 나와 정면으로 마주치지도 않는다. 그냥 어느샌가 우리 사이사이 곳곳에 들어와 있다. 왜 이렇게 묵묵히 티 내지 않고 살뜰할까? 아니, 평소에는 그렇게 안 웃어주시더니! 어찌나 자애롭던지. 몸을 반쯤 뉜 채 우리 곁에도 팔 하나만큼의 여유 공간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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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모차르트도 있는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내가 그렇게 낯가리지 않았을 텐데... 일전에 내가 무슨 말을 했던가? 아, 아주 작게나마 후회가 될 정도였다.

       

      현악기 소리가 뒤로 한 번 물러났다가 앞에 도장을 꼭꼭 찍듯 돌아오고, 내가 잊지 못한 부분이 나타났을 때는 나도 모르게 ‘정’까지 느끼고 말았다. 조용조용. 오고 가는 이 소리. 나른나른.


      눈은 웃지 않고 입꼬리도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내 앞에는 물 한 잔이 놓여 있고 앉은 의자 곁에는 잘 개어진 담요 하나가 놓여 있는 것만 같다. 그냥- 같이 있어서 편안하고, 속도를 높이면 높이는 대로 마음 편히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딱 10월만 한 이야기.


      가을만 보여줄 수 있는 낙엽색의 손수건이 거기 있었다.

       

      아, 따뜻해. 아!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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