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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첫 월급과 첫 독주회의 행복 관계 - 음악공방 피오레움 윤클래스 초대석 : 신민규 피아니스트 [공연]

제1화, 첫 독주회!

by 장유진 에디터
2026.10.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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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독주회?


      ‘독주’라는 말은 내가 생각하는 온도보다 조금 차가운 것 같아, 굳이 한 번 풀어보고 싶어졌다. 독주회는 한 사람이 독주자로 나서 음악을 들려주는 공연이고, 이번에는 그 앞에 ‘첫’이라는 말까지 붙어 있다. 맨 처음이라는 뜻의 짧은 말. 가만 생각해 보면 ‘첫’은 꽤 여러 단어 앞에 붙는다.


      첫 만남. 첫 시험. 첫 월급. 첫 사건. 첫 단추….


      당신에게는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가? 내 눈에는 아무래도 ‘첫 월급’이 먼저 들어왔다. 반가운 기억이 있는 단어라 그런가. (돈이 좋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다!)


      생각해 보면 첫 월급이라는 것도 참 묘하다. 그날 처음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통장에 숫자가 찍히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일을 하고 있구나 싶어진다. 그동안 출근하고, 배우고, 실수하고, 다시 해보던 날들이 한꺼번에 얼마만큼의 돈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니 첫 월급이 반가운 건 꼭 돈 때문만은 아니었겠다. 내가 보낸 시간이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것 같았으니까.


      그렇다면 첫 독주회도 조금 닮지 않았을까. 피아노를 처음 치는 날도 아니고, 사람들 앞에서 처음 연주하는 날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연습해 온 음악을 자신의 이름으로 한 무대에 올리는 일에는 또 다른 처음이 붙는다. 오래 해온 일이 처음으로 어떤 모양을 갖추는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첫 월급과 첫 독주회가 꽤 가까운 사이처럼 느껴진다. 하나는 통장에 남고, 다른 하나는 공연장의 소리로 남겠지만. (둘 다 축하할 일이다!)


      나에게 찾아온 처음들을 떠올려보면 마냥 즐거웠던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대개 두려움이나 불안 가까이에 앉아서 ‘내가 뭘 할 수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나를 꽁꽁 싸매게 했다. 와, 처음 해본다! 하는 순수한 흥미는 언제부턴가 꽤 멀어졌다.


      원래 몇 년에 한 번씩 나만의 재미있는 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곤 했는데, 요 근래에는 이제 정신 차리고 자리 잡을 때가 됐다는 걸 운명님께서도 아시는지 무엇 하나 뚜렷한 장난감을 던져주지 않으신다. 원하지 않았던 일이 느닷없이 처음이 되어 찾아오기도 하고, 그렇게 기다렸던 처음은 아무리 애써도 오지 않는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을 조금 덜 조급해하며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 낙엽이 떨어지나 보다. 비가 그쳤나 보다. 그 정도로.


      요즘은 비슷한 하루가 이어져도 별생각이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금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썩 와닿지는 않았다. 시간은 계속 가고 있는데 나는 뭘 하고 있나 싶어질 때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들이 하나씩 따라붙었다.


      시간이 있을 때 해둬라. 지금이 가장 여유 있을 때다. 지금이 가장 젊으니 지금 해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정작 내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는데도 이런저런 말을 주워다가 혼자 나를 재촉했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꽤 게으르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아무 일도 없는 일에.


      그렇게 비슷한 하루를 보내다 보면 괜히 지나간 선택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때도 나름의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대로 여기까지 왔는데 가끔은 지금의 내가 바라던 모습과 얼마나 가까운지 생각하게 된다. 

       

      답 하나만 잘 내리면 평일의 사흘 정도는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영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혼자 있는 시간도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고, 좋아하던 것들도 가끔은 조금 멀게 느껴졌다. 불행한가 하면 또 그 정도는 아니다. 주말 내내 자고도 일요일 밤에는 또 늦게 잠드는 생활을 생각하면, 그냥 체력이 떨어진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10월에는 맑은 바람이 좀 필요했다. 개운한 기쁨도 궁금했다. 그러던 중 신민규 피아니스트의 첫 독주회 소식을 보았다.


      첫 독주회라. 누군가에게는 꽤 오래 기다려온 날이겠지. 피아노 앞에 앉아 보낸 수많은 날들이 있을 테고, 잘되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쳐본 마디도 있을 것이다. 그 시간들이 모여 자신의 이름을 건 하나의 공연이 된다니. 처음이라는 말은 짧은데 그 앞에 쌓인 시간은 결코 짧지 않겠다.


      지난 5월, 한국예술종합학교 합주실 425호에서 열린 윤클래스 연주회에서 나는 신민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처음 보았다. 당시 글에는 이렇게 적어두었다.

       

       

      짙다. 소리 아래의 진동이 길게 머물러주네. 음을 퍼뜨려놓을 때에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으려나. 힘 있게 내려놓는구나. 방금 전까진 그렇게 웃어줘 놓고서는, 건반 앞에서는 다른 얼굴을 보여주네.


      그냥 연주할 때에만 볼 수 있는 그 얼굴. 많은 감정이 머물러 있는 곳을 걷고 또 걷는구나. 볕이 있고 바람이 머무는 공원길 한가운데에서 차분하게, 또 경쾌하게 종종걸음 친다.


      박진감을 양손 안에 들여놓을 때는? 맹렬하다. 흐르는 길에 보여주는 모난 구석 없이 순수한 서정. 오른편에서 짧고 부드럽게 카랑거리던 그 소리가 여전히 기억난다.


      출처 : [에세이] 합주실 425호에는 흰 꽃도 새파란 잎사귀도 있다 - Youn Class Semester Final Recital [공연]

       

       

      그날 신민규 피아니스트는 방긋방긋- 관객에게 웃으면서 연주할 곡을 왜 골랐는지, 어떻게 들어주면 좋을지를 이야기했다. 전에 뵌 분도 있는 것 같다며 객석을 바라보고 말을 건네던 모습도 기억난다. 그런데 건반 앞에 앉으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웃고 있던 사람이 음악 안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꾸만 얼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니 10월에는 무엇을 보러 갈까, 모니터 앞에서 한참 헤매고 있던 내게 그의 첫 독주회 소식은 꽤 반가웠다. 지난 5월보다 긴 호흡으로 그의 연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바흐, 모차르트, 쇼팽, 라헨만, 리스트. 프로그램을 위에서부터 천천히 읽어보기로 했다. 익숙한 이름에는 그동안 들어온 것들이 하나둘 붙고, 처음 보는 이름에서는 눈이 조금 오래 머문다. 그날 객석에 앉은 내가 어디를 보고 있을지, 어느 소리에 몸을 조금 앞으로 숙일지만 슬쩍 그려보기로 했다.

       

       

       

      바흐, 평균율 2권 20번



       

       

      바흐가 굴러간다. 데굴데굴 굴러간다. 또각또각도 아니고 또박또박도 아니고, 또랑또랑 굴러간다. 작은 구슬 하나가 먼저 가면 그 뒤에 또 하나가 붙고, 저쪽으로 사라진 것은 어느새 다른 자리에서 다시 보인다.


      왼손을 보고 있다가 오른손으로, 가운데를 보고 있다가 또 오른편으로. 하나를 붙잡았다 싶으면 다른 것이 먼저 지나가고, 그러다 익숙한 모양 하나를 다시 만나면 속으로 아는 척 한 번쯤 해보는 것이다. 아, 너 아까도 있었지.


      앞서 지나간 소리가 다른 자리에서 다시 나타나면 꼭 조금 전에 마주쳤던 사람을 또 만난 것 같다. 어라, 여기서 또 만나네. 하나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다른 쪽에서도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 그쪽을 보다가 처음 듣던 것을 놓치기도 한다.


      나는 피아노를 볼 때 오른편 건반에 눈을 오래 두는 편이다. 손이 그쪽으로 넘어가며 소리가 맑아지거나 짧게 반짝이는 때에는 더 그렇다. 지난 5월에도 신민규 피아니스트의 오른편에서 짧고 부드럽게 카랑거리던 소리가 오래 남았다.


      그런데 바흐에서는 어느 쪽을 먼저 바라보게 될까. 전주곡을 지나 푸가에 이르면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선율을 내가 귀로는 어디까지 알아들을 수 있으려나. 하나를 알아차리고 좋아하는 사이 다른 쪽은 또 놓칠지도 모르겠다. 그럼 다시 귀를 기울여봐야지. 아까 놓친 구슬은 어디로 굴러갔을까.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9번




       


      모차르트도 굴러간다. 데굴데굴. 그런데 바흐보다 조금 더 잘 웃는다.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빙글 한 번 돌고, 위쪽에서는 쨍그랑- 하고 밝은 것이 하나 떨어질 것만 같다.


      딱 금요일 오후 5시 30분 같은 얼굴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퇴근한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마음은 이미 가방을 들고 문밖에 서 있다. 그에 비해 나는 일요일 밤이 아직 끝나지 않은 월요일 오전이고. (졸리다는 소리다.)


      첫 악장의 밝고 경쾌한 움직임을 듣고 있으면 발걸음부터 빨라진다. 가볍게 움직이는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기다리게 된다. 한 번 들었던 것이 다시 나타나면 괜히 반갑고, 살짝 다른 모양으로 돌아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재미있다.


      두 번째 악장에서는 분위기가 한결 차분해진다. 그렇게 서두르던 사람이 이번에는 의자에 앉아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는 것 같다. 아, 벌써 쉬는 시간인가.


      주말을 기다리던 금요일 오후의 마음도 막상 퇴근하고 나면 느긋해지는 법이다. 급하게 걸을 이유가 없어지고, 어디에 가야 할지도 당장 정하지 않아도 된다. 잠깐 조용해진 그 시간이 좋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다시 발걸음이 바빠진다. 그런데 처음처럼 얼른 퇴근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이제는 시간이 내 것이 되었으니 조금 더 돌아다녀도 좋겠다. 집에 바로 들어가기에는 아쉽고, 그렇다고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 그런 금요일 저녁. 모차르트는 마지막까지 꽤 잘 놀다 들어갈 모양이다.


      그런데 악장이 바뀌어도 신민규 피아니스트는 같은 얼굴일까. 조금 전까지 밝게 움직이던 손이 느긋해지고, 한동안 차분하게 머물던 음악이 마지막 악장에서 다시 경쾌해질 때에도 표정은 그대로일까. 지난 5월에는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달라지는 얼굴이 재미있었다.


      손은 그렇게 가볍게 움직이는데 얼굴은 의외로 반듯할 수도 있겠다. 한껏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정작 연주하는 사람은 아주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그것도 재미있겠지.


      그리고 습관대로 객석도 한 번 둘러보지 않을까. 공연을 보다 보면 연주자만큼 듣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 입꼬리가 조금 올라간 사람, 프로그램북을 넘기다가 그대로 손을 멈춘 사람. 모차르트를 듣는 날에는 어떤 얼굴들이 기억에 남을까.


       

       

      쇼팽, 스케르초 1번




       

       

      스케르초는 시작부터 단단히 기선제압이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애초에 누구에게 기선을 빼앗길세라 먼저 들이닥치기로 한 건가? 그런 말씨가 먼저 보이더라.


      그러다 곡의 한가운데에서는 폴란드의 오래된 크리스마스 캐럴 ‘Lulajże, Jezuniu’가 나온다. 아기 예수를 재우는 자장가의 선율이라고 한다. 뭐야, 그렇게 거칠게 들이닥치더니 갑자기 멈춰 서서 토닥-토닥이는 건가?


      밤길 하나가 그려진다. 바람은 조금 불고, 저쪽 집 창문 하나만 노랗다. 커튼이 살짝 움직이고 식탁 위에는 아직 치우지 않은 컵 하나가 남아 있다. 밖을 걷다가 괜히 한 번 고개를 돌려볼 만한 집. 저 안은 따뜻하고, 또 마냥 조용하려나.


      한창 빠르게 움직이던 음악이 조용해지면 조금 전의 소란이 잠시 다른 곳으로 물러난 것 같다. 소리가 커지는 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작아지는 곳에는 무엇이 동동- 떠다닐까?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거칠어질 때에는 그 노란 창문이 어떻게 보일까.


      그때의 객석에서는 무슨 소리가 날까. 옷깃이 한 번 스치거나 누군가 짧게 숨을 고르고, 조금 전까지 들리지 않던 소리가 툭- 귀에 들어올 수도 있다. 피아노 소리가 작아지면 주변의 작은 소리까지 같이 들리는 때도 있겠지.


      그러다 다시 빠른 음악이 돌아오면 방금까지의 조용함이 꽤 멀게 느껴지겠다. 조금 전에는 그렇게 따뜻해 보이던 집이 어느새 저만치 떨어져 있고, 나는 다시 바람 부는 밤길에 서 있는 것이다.

       

       

       

      라헨만, 슈베르트 주제에 의한 다섯 개의 변주곡



       

       

      라헨만. 프로그램을 읽다가 여기에서는 속도가 한 번 느려졌다. 바흐, 모차르트, 쇼팽, 리스트는 이름을 보는 순간 따라오는 것들이 있는데, 라헨만 옆에는 아직 없다. 그러니 일단 한 번 더 읽어봤다. 라헨만. 이름이 아주 조금 눈에 익는다.


      그런데 그의 이름 바로 옆에는 슈베르트가 있다. 아는 사람 하나와 처음 보는 사람 하나가 같은 페이지에 나란히 앉아 있다. 슈베르트가 먼저 무슨 말을 꺼냈고, 라헨만은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한 사람을 여러 날에 걸쳐 사진으로 남긴다고 해보자. 첫날에는 머리를 묶고 있었는데 다음 날에는 풀었다. 어떤 날은 웃고 있고, 또 어떤 날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빛이 왼쪽에서 들어오던 사진 다음에는 오른쪽에서 얼굴을 비춘다. 하나씩 떼어보면 꽤 다른데 한꺼번에 펼쳐놓으면 아, 이 사람. 하고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사진들.


      그러니 처음에는 슈베르트라는 익숙한 얼굴 하나를 잘 봐두어야겠다. 그러다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프로그램을 내려다볼지도 모르겠다. 방금 몇 번째였지.


      처음 들을 때에는 라헨만이라는 이름만 겨우 기억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도 다음번에 다시 만나면 아, 이 사람. 하고 한 번쯤 아는 척할 수 있으려나.


      낯선 이름 하나를 알아두는 일도 나름의 처음이겠다. 처음부터 좋아하게 되지 않더라도, 다음에 그 이름을 발견했을 때 조금 반가울 수는 있으니까.

       

       

       

      리스트, 파가니니 대연습곡



       

       

      한 사람은 피아노, 한 사람은 바이올린. 두 사람이 이렇게 붙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바이올린에서는 활이 길게 선을 긋고 손가락이 줄 위를 빠르게 움직인다. 피아노에서는 두 손이 건반 위를 오간다. 파가니니의 음악이 악기를 달리하면 어떻게 들릴까. 바이올린에서는 한 줄을 따라 길게 이어지던 소리가 피아노에서는 짧게 끊어질 수도 있고, 활이 만들어내던 움직임을 이번에는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바이올린 연주를 볼 때에는 활을 따라 눈이 움직이는 일이 많았다. 길게 그어지는 활 끝을 보고 있다가 왼손으로 눈을 돌리고, 줄을 짚는 손가락을 구경하다가 다시 활을 바라보곤 했다. 피아노 앞에서는 어떨까. 활도 없고 줄을 짚는 손가락도 보이지 않으니 두 손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되겠지.


      파가니니의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운데, 그걸 피아노로 다시 연주할 생각을 하다니. 리스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지간히 손이 바쁜 음악을 좋아했나 보다. (아, 손이 바쁘다!)


      나는 피아노에서 뭘 구경하기를 좋아하더라? 소리가 만들어지는 모습, 바로 그 장면을 좋아한다. 바이올린의 움직임을 떠올리면서 피아노 앞에 앉은 신민규 피아니스트의 손을 따라가보면 어떨까. 두 악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들려주는 음악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 어디에서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지도 궁금하다. 

       

      연주를 마치고 객석을 바라보면 그때는 어떤 얼굴일까. 지난 5월처럼 방긋방긋 웃고 있으려나. 그럼 나는 박수를 짝짝- 치고 있겠지.


       

       

      10월 31일, 첫 독주회


       

      미리 무엇을 들을지 알아보고, 좋아하는 소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다가도 막상 공연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분명 나는 이것을 보러 왔는데 돌아갈 때에는 엉뚱한 것 하나가 기억에 남아버리는 것 아니겠나?


      10월 31일을 기다리며 ‘첫’이라는 말을 한참 들여다보다 보니, 공연을 보는 동안 내 쪽의 처음도 하나쯤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졌다. 예전에 처음 좋아했던 것, 처음 해봤던 것, 그때는 꽤 중요했는데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는 것들.


      첫 월급을 받았던 날도 그렇지 않나. 통장에 찍힌 숫자보다 그 숫자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던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첫 독주회를 앞둔 신민규 피아니스트도 그런 마음일까. 아,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


      지난 5월에는 여러 연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만났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민규 피아니스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우리는 객석에 앉아 그의 처음을 구경하게 된다. 처음 듣는 소리가 나타나면 귀를 기울이고, 아는 선율이 들리면 속으로 아는 척도 한 번 해볼 수 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신민규 피아니스트에게는 첫 독주회를 마친 날이 남을 것이고, 내게는 누군가의 처음을 목격한 추억이 남겠다. 이런, 같은 공연을 보고도 서로 다른 처음을 하나씩 갖게 되는 셈이다.


      첫 월급이 통장에 남는다면—이미 사라졌지만!—첫 독주회는 어디에 남을까. 연주자에게는 그날의 무대가, 객석에 앉은 나에게는 오래 기억할 소리 하나가 남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니 10월의 마지막 날이 꽤 기다려진다. 아직 공연을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날의 기쁨이 궁금하다. 첫 월급을 기다리던 때처럼, 조금 들떠 있다. (이것도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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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공방 피오레움은 10월 31일 피오레움에서 ‘윤클래스 초대석 : 신민규 피아니스트’를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신민규의 첫 독주회로,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작품을 한 무대에서 만나는 ‘피아노 오마카세’를 콘셉트로 한다.


      공연은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 A단조 BWV 889로 시작해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9번과 쇼팽의 스케르초 제1번으로 이어진다. 인터미션 뒤에는 라헨만의 슈베르트 주제에 의한 다섯 개의 변주곡과 리스트의 파가니니 대연습곡 S.141을 연주한다.

       

       

      Program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2권 제20번, 전주곡과 푸가 A단조 BWV 889

      J. S. Bach, Prelude and Fugue in A minor, BWV 889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9번 D장조 K.311

      W. A. Mozart, Piano Sonata No. 9 in D major, K.311


      쇼팽, 스케르초 제1번 B단조 Op.20

      F. Chopin, Scherzo No. 1 in B minor, Op.20


      Intermission


      라헨만, 슈베르트 주제에 의한 다섯 개의 변주곡

      H. Lachenmann, Five Variations on a Theme by Schubert


      리스트, 파가니니 대연습곡 S.141

      F. Liszt, Grandes études de Paganini, S.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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