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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아름답고 기묘한 호텔에 들어서다 - 이머시브 공연 '블랙 뮤즈' [공연]

1983년 미국의 한 호텔, 사라진 작가를 찾아 여덟 명의 관객이 들어선다. 이머시브 스튜디오의 두 번째 공연 <블랙 뮤즈>는 익숙한 장르 안에서도 다시 놀라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by 김지현 에디터
2026.10.1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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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공연의 연출에 대한 언급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홍대에서 이머시브 공연 <블랙 뮤즈>를 봤다.


      <블랙 뮤즈>는 를 만든 이머시브 스튜디오가 홍대2극장을 새롭게 꾸려 선보인 두 번째 작품이다. 기대는 꽤 컸다. 전작을 여러 번 관람한 데다 먼저 본 관객들의 후기도 좋았기 때문이다.


      막상 보고 나니 기대 이상이었다. 전작보다 몇 단계는 더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공연은 입장 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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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머시브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이 단순히 무대를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배우와 대화하고, 함께 공간을 이동하고, 때로는 작품 안의 인물로 취급받는다. 일반적인 공연보다 관객과 배우 사이의 거리가 훨씬 가깝다.


      이머시브 스튜디오의 공연은 특히 이 과정이 빠르게 시작된다. 멀티 역할의 배우들이 입장 전부터 관객에게 말을 걸고 분위기를 잡아주기 때문에, 공연장 안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작품의 세계가 시작된다.


      <블랙 뮤즈>의 배경은 1983년 미국의 한 호텔이다. '윌 하퍼'라는 작가가 호텔에 투숙한 뒤 행방불명되고, 그의 팬클럽인 여덟 명(관객)이 그를 찾아 '레드벨벳'이라는 사장이 운영하는 레드벨벳 호텔로 들어간다.


      호텔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레드벨벳이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말투와 행동은 느긋하고 차분한데, 묘하게 긴장감을 만든다. 그 순간부터 호텔 전체가 조금씩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등장하는 '뮤즈'가 있다.

       

      뮤즈는 등장하는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갔던 인물 중 하나였다. 몸을 많이 사용하는 역할이라 움직임 자체가 하나의 연출처럼 보인다. 춤 선이 굉장히 아름다운데, 그 아름다움이 오히려 낯설고 기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반면, '광대'라는 캐릭터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극의 공포도를 끌어올리는 인물이다.

       

      뮤즈가 아름다움과 기묘함 사이에서 시선을 붙잡는다면, 광대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공간의 분위기를 어딘가 불편하게 만든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관객 앞에 나타날지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긴장감을 높인다. 호텔을 돌아다니는 동안 광대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공간에서 느끼는 공포감이 상당하다.


      이렇듯 뮤즈와 광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한쪽은 홀린 듯 바라보게 만들고, 다른 한쪽은 계속 경계하게 만든다.


      이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관객들은 호텔 안에서 사라졌던 윌 하퍼와 마주하게 된다. 찾긴 찾았는데, 어딘가 이상하다. 그때부터 관객은 윌과 레드벨벳, 뮤즈 사이의 관계를 따라가며 이 호텔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확인하게 된다.

       

       

       

      이머시브 공연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연출



      <블랙 뮤즈>를 보면서 가장 자주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이걸 여기서 어떻게 하지?'


      공연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물을 활용한 연출이 등장한다. 다른 장면에서는 천장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보통 공연장은 대부분 지하에 있기에 공간 자체가 제약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중소 극장의 경우 무대를 넓히기도 어렵고, 사용할 수 있는 장치에도 한계가 있다. 이머시브 공연은 여기에 관객이 배우와 함께 계속 공간을 이동한다는 조건까지 더해진다. 일반적인 무대 공연보다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블랙 뮤즈>는 그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찾아낸 느낌이었다. 특히 몇몇 장면은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저런 연출이 가능한 건지 잠깐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연출된 장면이 크게 와닿았다.


      전작인 도 공간 활용이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블랙 뮤즈>에서는 그 활용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이야기가 끝을 향해갈수록 연출도 더 강해진다. 관객이 인물의 사연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보다 눈앞의 장면에 먼저 압도되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가만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공연이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



      함께 관람했던 관객 중엔 혼자 찾아온 다회차 관람객도 있었다. 나 역시 전작인 를 혼자 보러 다녔는데, 이머시브 스튜디오의 공연들은 혼자 가든 여러 명이 함께 가든 관람과 몰입에 큰 지장이 없다는 점이 좋다. 처음 만난 관객들과도 공연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고 웃거나, 짧게 말을 주고받게 된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공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앞서 말했듯 이머시브 공연에서는 관객과 배우가 직접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러다 보니 모든 순간이 완전히 동일하게 흘러가기도 어렵다.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배우의 대답이 달라지고, 같은 상황이라도 배우마다 풀어가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애드리브가 또 하나의 볼거리다.


      같은 역할이라도 배우가 달라지면 분위기가 달라지고, 같은 배우라도 그날 관객의 반응에 따라 장면의 결이 조금씩 바뀐다. 다회차 관람객을 위한 별도의 반응이나 연출이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이미 이야기를 알고 다시 찾아온 사람에게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걸어주는 셈이다.


      결국 이머시브 공연은 줄거리를 한 번 알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본 공연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용을 알고 난 뒤에야 보이는 것들이 생긴다.

       

       

       

      한 번만 보기에는 아쉬운 공연



      이번 <블랙 뮤즈>는 나에게 첫 관람이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나니 다른 페어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놓친 장면도 있을 것이고, 다른 배우가 같은 역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궁금해졌다. 공간 곳곳에 볼거리가 많아서 한 번의 관람으로 전부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느낌도 있었다. 를 여러 번 봤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이머시브 공연은 내용을 알고 나면 재미가 줄어드는 공연이 아니라, 내용을 알고 있을수록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공연에 가깝다. <블랙 뮤즈> 역시 그런 공연이었다. 아마 이 호텔에는 몇 번쯤 더 들어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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