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내내 술을 좋아했다.
첫 아르바이트를 수제맥주집에서 했고, 그 날의 일이 끝나면 청결하신 사장님은 생맥주의 “라인”을 청소하기 위해 고여 있는 맥주를 무료로 마시게 해 주셨다. 나는 매번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비틀대며 돌아갔다.
영업 일을 할 때는 어땠는가. 주도를 제대로 배웠지만, 동시에 화끈하게 폭탄주를 만드는 방법이나 건배사를 멋지게 하는 법,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법을 배웠다. 어느 회식이든 술이 있다면 주인공은 나였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 우린 같이 주정뱅이었지만, 결국 그가 더 술에 매달렸고 나는 그에게 더 이상 매달리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프리지아 꽃다발을 선물해 주던 날에도 우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너랑 있으니까, 혼자서 술을 마실 필요가 없게 되었어.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었지.
기쁜 날에는 기뻐서, 슬픈 날에는 슬퍼서, 화가 나는 날에는 그래서. 삶이 지리하고 또 너무나 황홀하다는 이유로 술을 마셨다. 하루의 고된 일과를 털어내는 느낌. 대담해지는 느낌. 긴장이 풀리는 느낌.
난 주량이 매우 세고 숙취도 없다. 주종을 가리지 않았다. 캔맥주부터 보드카와 위스키, 전통주까지. 어떤 술을 어떤 음식과, 무엇을 곁들여 마셔야 하는지 안다.
나를 걱정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제발 내게 술을 끊으라고, 차라리 담배만 피우라고 그랬다. 술 마시고 무언가를 피우고 또 새로운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애인 여부를 묻고. 그렇게 차단한 연락처만 얼마인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내리고 현대인의 3대 영양소 중 하나를 피웠다. 음주운전은 싫어.
어른에게 혼났지. 그렇게 술 많이 마시는 거 아니라고. 여자가 더 조심해야 한다고. 다시는 너 같은 사람이랑 술 먹지 않겠다고. 난 죄송하다고 했다.
그토록 그립던 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넌 받지 않았어. 그런데 술은 내 옆에 있었어. 그래서 난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던 거야. 끝없는 자기위로.
주사는 술 더 마시자고 땡깡부리기. 집에 가면 샤워하고 스킨케어까지 하고 잔다. 다음날 아침에는 후회. 반복. 잔액이 1,700원이면 1,600원짜리 막걸리 한 병을 산다.
30대가 되면 술을 끊으려나?
나는 왜 주정뱅이일까. 나는 왜 이토록 과한가. 나는 왜 중독자인가.
나는 왜 나인가.
취한 여자, 더러운, 엉망으로 망가진, 입에는 토사물이, 손끝은 담뱃재로 까맣고, 병나발을 부는.
그 사람은 동시에 새벽별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 글은 술을 마시면서 썼을까요? 알아맞춰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