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12월 29일과 12월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밴드 루시가 오케스트라와의 합동 공연 SERIES.L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SERIES.L은 오케스트라와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협연해 "익숙한 공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무대, 무대 위에 다시 쓰이는 새로운 경험, SERIES.L"이라는 문구를 대표해서 다양한 아티스트와 오케스트라의 협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 7월 래퍼 창모와 함께 오케스트라 협연 공연으로 SERIES.L의 첫 무대를 선보이고, 소수빈, 10CM의 권정열과 선우정아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동 공연을 진행하였고, 이번 다섯 번째 아티스트로 밴드의 강렬함과 바이올린의 음색으로 청량함을 담은 루시가 함께 하였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밴드 루시가 오케스트라와의 협동 공연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무엇보다 다른 아티스트보다 가장 잘 어울리는 공연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국내 밴드계에서 유일하게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는 밴드이기에 오케스트라와 큰 거리감이라거나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바이올린 멤버 신예찬은 어릴 적 클래식을 전공하다가 버스킹을 하고, 현재 밴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클래식과 밴드 두 개의 다른 장르 사이에서 연결고리가 되어 이번 SERIES.L을 이끌어 나갈 것 같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루시가 공연을 하는 대부분의 페스티벌에는 미리 녹음해 두었던 MTR을 틀어놓고 무대를 선보이는 편인데,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을 하면서 녹음이 아닌 실제 연주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더욱 올라갔다.
공연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고, 말과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지금까지 루시가 만들어온 음악과 그 세계관을 약 100분의 시간 동안 염탐하고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셋리스트의 구성과 편곡이 마음에 들었는데 연주곡인 Intro로 시작해 서정적이면서 오케스트라로 공연장을 꽉 채우는 음악, 그리고 저절로 떼창을 하고 싶어지는 신나는 음악으로 고조시키고, 무대의 마지막을 낙화, Ending, 그리고 연주곡 Outro로 마무리 짓는 셋리스트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더불어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 어울리듯, 노래의 후주도 여러대의 현악기들과 함께 연주해서 더 여운이 남도록 편곡한것이 더 마음에 남았다. 원곡에도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있지만 실제 그 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서 직접 들을 수 있는 영광스러운 순간과 그 공간에 있었다는 점이 감격스러웠다.
대사가 있는 연극이나 뮤지컬은 아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보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2025년의 마지막 공연으로 최고의 선택이자 따듯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기 좋은 공연이었다.
밴드 루시의 장점은 유일하게 바이올린을 보유한 밴드라는 점이다. 더불어 멤버 각자 가진 뛰어난 연주 능력, 특색있는 보컬, 악기와 멤버들의 목소리를 잘 어우러지는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 능력 모두 뛰어난 밴드이기에 흔치 않은 밴드맨들이 앞으로 어떤 흔치 않은 음악을 선보일지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