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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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엔 배가 아팠다. 진단명은 소화불량일 것이다.

 

원체 소화기관이 약한 데다 몸이 찬 편이라 음식물은 목구멍을 지난 순간부터 나를 괴롭혔다. 식도, 위, 창자 아무튼 어딘가가 얹힌 느낌은 아무래도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나는 극심한 구토 욕구와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편안히 누워 쉴 수도 없을 만큼 나의 위장은 가득 들어차 있었다. 못된 심보의 식욕 탓이었다. 그것이 코를 흥! 거칠게 쉬며 아니꼽게 굴었다.

 

나는 눕지도, 앉지도, 걷지도 못하였고 울지도, 웃지도, 쉬지도 못했다.

 

그런 날들을 가리켜서 나는 "겨울 동안 배가 아팠어"라 불렀다.

 

* * *

 

날이 개었다. 흐린 구름이 유리창 바깥으로 흩어졌다. 한기가 뼛속까지 들어차있는 내 몸을 달구기엔 부족하지만 햇빛이 났다. 나는 외출을 해야 했다.

 

낯선 설렘이 캠퍼스를 이리저리 설치고 다녔을 것이다. 추위가 몰려간 공기는 따스하게 달구어졌다. 신입생의 피부 위에는 즐거운 떨림으로 솜털이 삐죽 솟아나 있었다.

 

한데 그 당시 또 다른 무엇이 나의 배 안쪽 깊숙한 부분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 그 복통이 불편하기 그지없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것은 곧 위로 아래로 퍼져나가 얄따란 신경줄을 잡아당기고 몸을 긴장으로 굳게 만들었다. 그것은 질투란 것이었다.

 

뭐만 하면 흥칫뿡 거리는 질투가 어린애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면 곤란했다. 그것이 "안돼"라는 말로 조용해지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아야 했다. 똑똑하고 밝고 친절하고 배려심 깊고 참을성 있는 사람들이 나를 고맙게 하는 순간이 있었고, 그때마다 빠짐없이 뱃속에서 날뛰는 구더기 같은 감정들이 튀어 나가지 않도록 애를 써야 했다. 괜한 말을 지껄이지 않으려고.

 

그리고 또다시 괴로운 날들과 사람들을 가리켜서 나는 "너는 참 대단하구나"라 불렀다.

 

* * *

 

두 양상의 복통이 나를 오래도록 괴롭혔다. 그것은 때때로 스스로를 부드러운 손길로 돌보게 했지만, 아주 많은 순간 세상을 적대적으로 보게끔 하였고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불편하게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요즘 좀 피곤한가 싶어서 하루 종일 혼자 있노라면 고립된 절망감에 외로워졌고,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면 그들이 미워서 배가 근질거렸다. 복통은, 미워하는 마음은 담을수록 가속되었다.

 

사방으로 날을 세운 마음은 무용했지만 힘이 셌다.

 

모든 것을 뜯어고치고 싶은 마음과 한심한 스스로에 지쳐버린 체념 사이에서 자문自問했다.

 

돌파구는 어디에 있는가.

 

* * *

 

요 며칠간 밤에 누우면 엄지손가락이 뻐근했다. 눈을 감으면 하루 종일 눈앞을 번뜩이며 스쳐 간 이미지의 잔상으로 머리가 앞으로 뒤로 회전했다. 나약한 사람은 단순한 쾌락을 반복하는 까닭이다.

 

삽시간에 빨려 올라가는 화면 가운데 손을 멈추었다.

참 잘나고 미운 사람이 말했다. '나는 내가 선택한 것으로 만들어진다.'

흥, 웃기는 말이다. 누가 몰라서 안 하나.

그런데 나는 그 말이 참 아팠다.

애써 무시한 정곡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에.

 

목표를 다짐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참 어려워서 지레 포기하는 자신에게 그것은 가슴 아픈 말이었다.

한편 내가 변화를 선택하고 자신을 다잡아보려는 시도를 금한 것을 직감했다.

'이것 아니면 죽는다'의 열렬한 의지를 품지 못하면, 지쳐서 해이해지면, 완전히 포기할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그것이 삶에서의 주체성을 박탈하였음을 깨닫는다.

 

선택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명한 이야기를 입안에서 굴려본다.

 

동그란 사탕을 굴리듯,

까끌까끌한 설탕 조각이 결국은 달콤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려 들듯이.

그것의 굴곡이 혀를 간지럽히다 이내 표면에 상처를 낼 때, 그것의 진의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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