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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뜨겁고 습도 99%의 더운 이 여름이 뭐가 좋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겨울에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뜨거운 여름이 오면 이상하게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여름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바빠서 소홀했던 독서를 다시 시작했다. 책을 읽다 보니 여름의 분위기를 담은 책이 읽고 싶어졌고, 그렇게 <아무튼, 여름>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무튼, 여름>은 '아무튼, OO'이라는 제목 아래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에세이 시리즈인 '아무튼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이 책에서는 여름을 좋아하는 저자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여름을 좋아하지만, 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 잠시 여름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여름을 좋아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나는 왜 여름을 좋아했을까를 생각하게 되면서 여름이 더 좋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뜨거운 여름을 잠시라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은 물론, 이미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여름의 다채로운 매력을 건네줄 이 책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여름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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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누군가 "여름이 왜 좋냐"라고 물어볼 때마다 얼버무렸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를 쓰기 시작했고, 책의 첫 번째 파트에 그 이유를 담았다. 여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모든 문장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공감되는 부분이었고, 마치 머릿속에서 지난여름 추억들로 만들어진 나만의 여름 영화 한 편이 재생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스스로 "나는 왜 여름을 좋아할까"를 생각해 보게 됐는데, 나 역시 저자와 같은 마음으로 여름의 추억들을 좋아해서 그런 듯하다.


강렬한 여름의 날씨 때문일까. 여름의 추억은 유난히 깊고 생생하게 각인된다. 학창 시절을 회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여름의 기억들이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다 같이 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 몰려가 "오늘은 내가 쏜다!"라며 아이스크림 사던 날, 옆집 친구 집에 놀러가 직접 팥빙수를 만들어 먹던 날, 분수대 앞에서 물을 튀기며 웃으며 장난치던 그 순간들.


잘 만든 영화나 드라마의 OST를 들으면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나에게는 여름이 그렇다. 지금은 다시 느끼고 싶어도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여름이 되면 슬그머니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유난히 여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여름은 늘 그런 식이다. 부푼 가슴으로 기다리면서도 정작 다가오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입맛만 다시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예상보다 많은 추억이 쌓여있다. p.14


 

가장 공감 가던 부분이다. 여름이 좋다고 해서 매번 발 벗고 나서서 환영하듯이 여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여름이 지나고 나면 그 기억들이 장작처럼 쌓여,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여름만 되면 엄습하는 패배감이 있다


 

저자는 여름이 되면 기대감만큼이나 패배감도 커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수영' 때문이다. 여름에 떠나는 여행지는 대체로 바다나 수영장인데 저자는 물을 무서워해 발만 담그거나 물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주변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로 갈린다. 이 무더운 여름을 왜 좋아하냐며 의아해하거나, 여름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그중에서도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수영'이다. 실제로 내가 여름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물놀이를 좋아해서 여름을 좋아하나 보다?'라고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나도 저자처럼 수영을 못 한다. 아니 저자보다 더 심각한 편이다. 책에서 저자는 잠수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나는 잠수도 불가능하다. 어릴 적 워터파크에 놀러가 억지로 놀이 기구를 타고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이후로 원래도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었는데 '물 공포증'이 생겼다. 그래서 저자의 마음이 더 잘 이해됐다.

 

 

그런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수영할 줄 아는 친구들은 얼른 배우라고, 하나도 안 어렵고 재미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말들은 늘 잔소리로 들린다. 누군가의 조언이 곱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알지만 하기 싫어서 혹은 못 해서 괴롭기 때문이 아닌가. 수영을 못해서 아쉬운 건 누구보다 나 자신이 아니겠냐 이 말이다. p.52-53


 

수영을 못해서 아쉬운 건 누구보다 나 자신이 아니겠냐는 부분에서 깊이 공감이 갔다. 실제로 나 역시 엄마가 "수영을 배우면 즐길 수 있는 것도 많아질 텐데, 한번 배워보면 어떻겠냐"라고 여러 번 권한 적이 있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라는 엄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말 그대로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물'은 그저 공포의 대상이다.


그래서 어느 날 단호하게 말한 적이 있다. "수영을 못해서 이 세상에서 제일 아쉬운 건 엄마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그 이후로 엄마는 내 앞에서 더 이상 수영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마치 내 이야기를 써놓은 것처럼 토씨 하나도 바뀌지 않고 똑같은 멘트가 적혀 있는 것을 보며 동질감이 느껴지면서 한편으로 웃음이 났다.


저자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여름마다 수영장 근처 중국집에서 정모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도 수영을 좋아하진 않지만,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름을 좋아하는 서로의 이유를 나누며 다른 방식으로 여름을 만끽하고 싶다.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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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럽게 나를 지켜봐 준다. 그래서 좋다.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은 어른스러운 계절. 내가 되고 싶은 사람도 여름 같은 사람이다. p.14-15

 

 

"사람은 사계절을 봐야 알 수 있다"라는 말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사계절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여름과 겨울이 길어져 봄과 가을의 나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지만, 그 덕분에 여름의 나와 겨울의 나를 더 선명히 알게 되었다. 겨울의 나는 날씨처럼 마음도 차갑고 센치해지는 것 같은데, 여름의 나는 분수대에서 장난치던 그 시절처럼 작은 것에도 쉽게 웃고, 설레고 들뜬다. 저자의 말처럼, 여름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나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름이 되면 떠오르는 콘텐츠들이 있다. 겨울이라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 듣는 캐롤이나 <나홀로 집에> 같은 영화 몇 편 정도가 떠오른다. 더 생각해 보면 많겠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이 정도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콘텐츠는 훨씬 많다. <커피프린스 1호점> 같은 옛 드라마부터, 푸릇한 청춘이 담긴 중국의 학원물, 더운 여름을 잠시나마 식혀주는 썸머송까지. 생각나는 콘텐츠가 많다는 건 그 계절을 더 깊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여름>도 앞으로 여름이면 생각나는 책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겨울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여름이 더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난히도 더운 이번 여름 <아무튼, 여름>을 읽어보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고 여름의 새로운 매력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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