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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aespa 에스파 컨셉 포토 ⓒ SM Ent.

 

 

K-POP 시장에서 에스파(Aespa) 라는 그룹이 가진 정체성은 단언컨대 독보적이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데뷔 초에는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받았던 그들의 컨셉은 오히려 에스파만 소화 가능한 쇠맛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가져오며 그룹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그 중에서도 에스파의 정규 1집 [Armageddon]의 타이틀곡 '아마겟돈'은 그룹의 새로운 세계관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아마겟돈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아마겟돈(지구 종말에 펼쳐지는 선과 악의 대결)

2. (지구 종말을 초래할 듯한) 대전쟁

 

멀티버스 속의 ‘나’를 만나 무한한 가능성을 마주하고, ‘완전한 나’로 거듭나며 “나는 오직 나만이 정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의 뮤직비디오 제목이 지구 종말에 펼쳐지는 선과 악의 대결, 혹은 지구 종말을 초래할 듯한 대전쟁이라니, 어서 컨셉 포토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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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aespa 에스파 컨셉 포토 ⓒ SM Ent.

  

 

글로시한 질감의 레진 소품들이 멤버들의 머리와 얼굴에 마치 한 몸의 일부처럼 붙어있는 모습이다. 메탈릭 소재의 클리셰를 글로시라는 컨셉으로 비틀어서 각 멤버들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보인다. 특히, 닝닝의 눈에서 자라난 것으로도 보이는 소품은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한 느낌을 선사하는데, 실제로 뮤직비디오에서 멀티버스 속 '에스파'와 현실 세계의 '에스파'를 연결시켜주는 오브제로도 작동한다. 이는 뮤직비디오가 가진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라는 장르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코즈믹 호러, 그리고 에스파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로 잘 알려져 있는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 장르의 중심은 '공포'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결코 대적하거나 거부할 수 없고, 심지어는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어떠한 미지의 것에 대한 무기력함에서 오는 공포를 말한다. 아마겟돈은 이러한 코즈믹 호러의 감각을 최대한 활용한다.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디스토피아 속의 에스파가 미지의 크리처들에게 쫓기다가, 멀티버스 속의 '나'와 연결되어 파괴되는 세계에서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에스파.

 

영상의 초반 멤버들은 얼굴이 없는 존재들에게 둘러싸이고, 꼬리가 달린 크리처에게 쫓기기도 하며, 알 수 없는 커다란 손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기괴한 광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영상의 후반부 멤버들은 '눈'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미지의 존재로만 알며 두려워했던 멀티버스 속의 '에스파'와 연결되며 현실 세계를 파괴시켜 새로운 절대자로서 '각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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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aespa 에스파 MV ⓒ SM Ent.

 

 

그들은 그렇게 "나만이 나를 정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절대자로 존재하게 되는 그 순간의 매력


 

에스파의 아마겟돈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멤버들의 의상, 메이크업, 오브제, 무대 세팅 모두 따로 노는 것 없이 ‘코즈믹 호러’와 하나로 연결되며 에스파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특히, 코즈믹 호러라는 컨셉은 아마겟돈에서 활용된 디지털 기술 스펙터클에 더욱 차별점을 두는 효과를 가져왔다. 뮤직비디오 미학 생산의 핵심은 새로운 이미지 구현이라는 점에 있다. 에스파의 아마겟돈 뮤직비디오는 바로 이 핵심을 새로운 방향으로 꿰뚫었다. 에스파의 ‘가상현실 아이돌’이라는 그룹의 정체성과, ‘코즈믹 호러’라는 어울리기 어려워 보이는 두 세계관이 멀티버스를 통해 합쳐져 하나의 신선한 내러티브를 구성한 것이다.

 

미지의 존재, 즉 절대자를 두려운 모습으로 도망 다니는 멤버들이 뮤직비디오의 후반부, 각자의 특성을 가진 하나의 절대자로 존재하게 되는 그 순간 영상은 한 프레임 단위로 휘몰아치며 컨셉이 가진 내러티브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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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aespa 에스파 MV ⓒ SM Ent.

 

 

아마겟돈 뮤직비디오에서는 눈을 뗄 수 없는 기술력의 향연이 이어진다. 윤승림 감독이 제작한 에스파의 아마겟돈 뮤직비디오는 CG에서만 15팀이 참여했다. 이 3분짜리 영상은 많은 업계 종사자, 더 나아가 필자를 포함한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그야말로 제작 비용과 전문가들의 손길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여 최고의 시너지를 발생시킨 것이다. 대중들은 이를 보고 1초에 1억이 나가는 뮤직비디오라는 재미있는 평을 하기도 했다. ‘모든 아이돌의 뮤직비디오가 대중을 향한 플러팅(flirting)’이라는 윤승림 감독의 말처럼, 전 세계인에게 플러팅을 성공한 듯한 에스파의 아마겟돈은 필자에게 있어 최고의 아이돌 뮤직비디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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